한인들이 하는 행사의 종류는 많다. 신년 하례식부터 삼일절 기념행사, 12월 송년의 밤까지 하면 일 년에 10가지가 넘는 행사가 있다. 이 많은 종류의 행사에 공통점이 있다면 행사 시작시간을 참석자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늦는다는 것이다.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리가 텅텅 비어 있다. 주최자를 전혀 생각해 주지 않는 안하무인식이다. 그래서 한인타운의 행사 중 사람들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단체나 직장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에서 타운방범에 관해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공고를 해도 20명도 모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특히, 행사 중에 큰 소리로 전화 받는 사람들의 매너는 아예 제로에 가깝다. 주위에서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행사나 교육 그리고 전시회 등에서는 전화기를 진동으로 하고 가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개회사 선언은 짧게 하는 것이 대회장과 손님들에 대한 예의지만 개회사를 하는 분이 10분을 넘기며 본 행사의 회장의 인사보다 길게 해 기분을 안 좋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개회사는 그 조직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통 그 조직에 공헌도를 보고 정하며 주최 측에서 결정하게 된다. 축사를 하러 온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3분을 넘어가면 실례다. 행사의 주최는 본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축사의 식순과 VIP 손님들의 자리 배치도 중요하다. 보통 이 같은 사항은 회장이 정하지만 선출직과 임명직의 식순이나 좌석 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출직은 국민이 뽑아 주었기에 선출직이 당연히 우선이다. 그 선출직도 선거인의 숫자에 따라 대표성에 따라 달리하곤 한다. 도지사도 같은 도지사가 아니다. 1,100만의 경기도와 55만의 제주도가 같을 수 없고 군대에서 고참대위와 금방 진급한 대위가 같지 않듯이 말이다. 이와 같이 그 지역의 한인회장이 지역 모두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헤드 테이블 중앙에서 왼쪽에 앉는 것이 모양이 좋다. LA 한인회장은 100만명을 대표한다. 그러면 장관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중앙에는 당연히 행사 주관자가 앉아야 한다.
또한 선출직 당선자들은 선거인들을 대변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늦어도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할 수 있으며 축사 시간에 행사장에 입장하거나 행사가 끝나기 전에 나가도 양해가 된다. 선출직은 한 곳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국기에 대하여 경례’라는 사회자의 식순 각본 안내가 마이크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미리 기립하여 달라는 안내도 없이 시작된 국기 의례 절차에 엉거주춤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한다. 참석자의 반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고 몇 명은 거수경례를 하고 몇 명은 아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대체적으로 손의 차이는 모자를 쓴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분을 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는 미국 국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양국기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는 미국이기 때문에 왼쪽에는 미국국기, 오른쪽에는 태극기가 놓여 있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뿐만 아니라 국기 의례가 끝났음을 알리는 안내 방송도 잊어버린 채 곧바로 다음 식순이 진행되는 일도 있다. 사회자는 리허설을 꼭 하고 단상에 오르기를 권유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절기이다 보니 한인사회의 이곳 저곳에서는 파티와 모임, 연례행사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한 행사는 기성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요컨데 스스로 기업을 일으키고 한인사회를 대표하게 되는 자수성가 타입이 주류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례하고 독단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온 관록도 있고 유명한 분들을 초대해 두고 보자마자 반말부터 하니 파티 같은 곳에 가고 싶어도 겁이 나서 못 간다고 한다. 식사가 들어올 때쯤 되면 벌써 빈자리만 공허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남기고 간 자리의 모양새가 불쾌하기도 하다. 파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모범과 인내가 필요하다. 행사를 진행하는 담당자는 이를 꼭 배웠으면 한다.
뉴스타 그룹은 일년에 큰 행사를 4번 이상 치른다. 그리고 단체장을 매년 맡기 때문에 행사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고 경험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이번 2009년 송년파티는 몇 가지를 예전과 달리 해 보았다. 그 첫 번째로 명찰(네임텍)을 왼쪽 가슴에서 오른 쪽으로 달기로 했으며, 식사를 마친 테이블에 놓인 접시의 왼쪽에 사용한 냅킨을 남겨 두고 자리를 떠나도록 한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의아해 하는 손님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명찰을 줄곧 왼쪽에 붙이는데, 이러한 관습이 알고 보면 일본 식민사관이 남긴 유물이 아닐까 싶다. 바꿔 본 것은 국제 의례에 맞지 않기 때문이며 상식적인 행동 양식에 보탬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로 인사할 때 목례를 하는 일본문화에서는 왼쪽에 명찰을 달아도 불편함이 없으나 악수로 인사하는 방식에서는 오른 쪽에 두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손님이 두고 간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에 가벼운 것부터 처리하는 일이 효율적이다 보니 테이블 위의 접시 왼쪽에 냅킨을 두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은 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인터네셔널 프로토콜(international protocol)로 알려지고 있는 ‘국제의례 행동양식’은 보통 유럽문화에서 발달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해하기 쉽고 상식적인 일들이 많으며 이미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므로 기본적인 에티켓으로 알아두면 편리하다. 이제는 한인 사회에도 각 단체를 포함하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계 전반에서 차세대를 위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고 그에 따른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제화로의 자세와 글로벌 인식이라는 주제를 달고 설명서를 달고 싶었으나 단지 행사장에서 해프닝을 몇 가지 소개했다. 내년부터는 좀 더 형식을 보편화하고 상식이 인정되는 범주에서 행사가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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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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