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미국의 기운이 다 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미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 미국의 시대는 지났다” 등의 말이 안팎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런 비관적 견해의 근거는 한마디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의 경제력, 군사력, 국제적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1조 달러의 재정적자와 무려 11조 달러의 대외부채를 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데, 계속되는 금융위기, 소비침체 속에 실업률이 두 자리 수에 이르고 빈곤율은 20%에 가까워 선진국 가운데 거의 제일 높은 수준이다. 달러화의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둘러싸고 일방주의, 패권주의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미래 희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에 관해서도 미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 과학 등 학력이 다른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학생들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들려 왔고, 대학교육에서조차 미국은 이제 유럽, 중국 등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문화의 가장 중요한 근간인 기독교 정신과 가치관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 면에서 보나 이제 미국은 쇠락한 모습이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듯한 형국이다. 세상을 한때 주름잡았던 로마제국, 페르시아, 몽골, 대영제국 등이 결국 모두 쇠망했듯이 팍스 아메리카나도 이제 종언을 고했다는 미국 쇠망론이 대세인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미국이 지금의 난관을 이겨내고 다시 전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 근거는 미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경험과 전통 그리고 고유한 능력과 속성 때문이다.
중국이 곧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의 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이 있지만 이에 회의를 갖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성, 개방성, 포용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를 아우르고 리드해 나가는 데 필요한 보편성, 개방성, 표용성이라는 요체는 세계를 통 털어 오직 미국만이 전통적으로 지녀왔고 길러온 미국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진다.
다른 여러 나라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상대적으로 폐쇄성, 배타성을 보이는 반면 미국의 원천적 가치와 신념은 자유주의, 평등주의에 입각한 보편성, 개방성, 포용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아무리 커다란 위기와 변화를 겪는다 해도 미국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이러한 특성들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절대적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문화는 아울러 다중 문화적 특성, 융통성, 그리고 상대성을 지니게 되어 결국 미국을 선택의 나라, 기회의 나라로 만들어 왔다.
미국의 GDP는 14조 2천억 달러가 넘는데 이는 세계 2위에서 5위까지 나라들의 GDP를 다 합친 것보다 큰 수치이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유럽 등의 인구가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때 미국의 인구는 2060년이면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큰 요인은 이민이다. 아직도 세계 전체 유학생중 30%가 미국으로 와서 공부하고 있다. 각계에 새로운 이민자들이 들어와 미국사회 본류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사회는 신진대사를 이루면서 항상 자극을 받고 긴장되고 활기를 갖게 된다. 미국의 앞날의 중요한 희망의 원천이다.
미국의 앞날에 희망을 품어보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세계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식을 가진 대부분의 세계인들은 세계가 미국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기대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는 상호의존적으로 맞물려 있는데, 아직도 그 중심은 미국이다. 그래서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미국경제는 다시 살아나야만 한다는 명제 속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제44대 대통령으로 47세의 흑인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의 새로운 모습에서도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걸어본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미국에서는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를 비롯해서 유태인의 하누카, 아프리카의 민속축제인 크완자, 그리고 한국 등 동아시아의 음력설을 즐긴다. 실로 다양한 문화적 그림이다.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다양성이 그동안 이 나라를 강하게 지속시켜 온 특성과 힘이 되어 왔는데 거기서 다시 미국의 희망을 찾아본다.
장석정 /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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