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족냉증 치료·예방 어떻게 하나
▶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아
손과 발이 유난히 찬 사람들이 있다. 바깥 온도와는 상관없이 손발이 찬 사람들은 평범하게 남과 악수할 때조차 불편해 하거나, ‘혹시 내게 무슨 심각한 병이 있나’ 하며 걱정한다. 많은 한인들이 ‘수족냉증’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수족냉증’ 자체는 엄밀히 말하면 병은 아니다. 수족냉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는 다른 질환에 동반하는 증상일 수 있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수족냉증이 더 많다. ‘LA 전문의 메디칼 그룹’의 허남형(브라이언 허)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는 “수족냉증은 질병이 아니다. 어떤 다른 질환을 나타내는 증상일 수 있다”며 “레이노 증후군, 류머티스성 질환 등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천의 한의원의 제이슨 오 원장은 “한의학적으로도 수족냉증에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위장 기능이 안 좋을 때, 자궁이 찬 경우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남형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와 제이슨 오 한의사의 도움말을 빌어 수족냉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장갑이나 양말을 이용해 따뜻하게 보온해 주면 수족냉증의 증상을 보완할 수 있다.
질병아닌 단순 증상
위장 안좋거나 자궁 찰때 스트레스 심해도 나타나
소다·커피·술 피하고 생강·콩·마늘 등 좋아
#수족냉증의 한 원인-레이노씨병(Raynaud’s disease)
한 연구에 따르면 수족냉증의 31% 정도가 레이노병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레이노씨병은 손 주위의 외부온도가 낮아졌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까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손가락 주변 말초혈관에 일시적으로 경련(혈류장애)이 생겨 처음에는 하얗게 변하고 피가 통하지 않아 산소가 모자라 곧 이어 파랗게 변했다가 다시 갑자기 혈액이 통하면 붉게 변해 원래 색깔로 돌아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손 색깔이 변하는 것은 10분이나 20분 있다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변한다. 원인은 알 수 없다.
원인 모르게 나타나는 레이노 증상과 경피증(scleroderma), 류머티스, 루푸스 등 자가면역 질환의 2차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구분된다. 2차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먼저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 모르게 나타나는 레이노 증상은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4대1 정도로 더 많으며 10대에도 나타나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기도 한다.
허 전문의는 “손 끝 혈관 자체나 혈관신경이 과민반응해 경련을 일으켜 생긴다. 따뜻하게 해주면 증상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며 “경피증, 류머티스, 루푸스, 쇼그렌 등 자가면역병이 있으면 레이노병에 걸릴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손가락 색깔이 변하는 것은 5개 손가락이 모두 그런 것이 아니라,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 색깔이 변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핏줄이 줄어들고, 피가 끝까지 안 가다 보니 손끝이 벗겨져 갈라지기 시작해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레이노병의 20% 정도에서는 손가락 끝이 갈라지며 터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허 전문의는 “여름에도 장갑을 끼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찬 온도를 피하면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흡연도 레이노 증상의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 기능이 안 좋거나 자궁이 찰 때
제이슨 오 원장은 “피가 모자라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에 손발이 찬 증상이 오기도 한다”며 “한방에서는 비위(위장) 계통의 소화기능이 안 좋을 때를 주원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비위가 안 좋아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피가 위로 몰리게 되고 식곤증이 오며, 손발이 차진다는 것.
특히 여성의 경우 자궁이 차서 손발이 찬 수족냉증이 오는 경우도 많다. 냉이 많거나 평소 냉이 있는 경우, 자궁이 차서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 때에도 검붉은 색이나 덩어리를 쏟아내는 경우 등은 손발이 찬 여성이 많다.
오 원장은 “자궁이 차기 때문에 피가 몰리고 손발로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손발이 찰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한 원인
몸 밖 온도가 낮을 때, 인체에서는 열을 보존하기 위해 손과 발로 가는 피를 적게 해 우리 몸의 열 손실을 막는다. 하지만 외부온도가 차지도 않은데 손발이 찬 것은 자율신경의 하나인 교감신경이 과민하거나 제대로 혈액순환이 안 돼 생기는 문제다.
스트레스나 만성 피로, 수면 부족, 밤 1시 이후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운동부족으로 몸이 예민하면 교감신경이 과민해지며 혈관은 수축하고 혈류량이 감소해 수족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외 다른 원인 질환은
추간판 탈출증, 말초 신경염, 신경이 염증 등으로 압박돼 나타나는 손목터널 증후군, 갑상선 기능 저하증, 약물 부작용 때문에 수족냉증이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피 혈관 자체가 딱딱해진 경우 같은 혈관질환, 피가 걸쭉해지는 당뇨병이나 내분비질환, 동맥경화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손이나 발끝 말초혈관의 혈액흐름이 원활치 못할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추위를 타는 경우가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체온유지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기능이 떨어져 추운 느낌에 대한 내성이 떨어져 추위에 민감해진다.
폐경기 여성에게 난소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난소 호르몬 분비량의 편차가 심해져 호르몬 간의 조화가 깨질 때 손발이 찬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폐경기 여성은 안면홍조, 수면장애, 월경불순, 자궁출혈 등이 자주 나타나며 손발이 저리며, 수족냉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혈압약이나 심장약 등 약물 부작용으로 수족냉증이 생기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안 좋을 때 찬 음식은 피해야
오 원장은 “비위기능이 안 좋을 때 찬 성질의 음식은 피해야 한다”며 “찬 음식을 먹게 되면 더욱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찬 음식은 찬물을 비롯해, 밀가루, 냉면, 아이스크림, 크림을 탄 커피, 탄산음료, 알콜(과음) 등. 밀가루 음식은 뜨겁게 먹어도 밀가루 자체가 찬 성질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게 하는 육류, 지방, 튀긴 음식 등도 피해야 한다.
손발이 차서 걱정하는 한인들이 많다. 수족냉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기 보다는 다른 질환의 동반증상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
허남형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
제이슨 오 혼천의 한의원 원장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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