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병 워싱턴 가정상담소
올해 초에 “2009년에는 무엇 무엇을 해야지”라고 다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이 왔다. 올해에 다짐한 마음의 소원과 목표를 이루었는가?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특히, 금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의해 고생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는지 궁금하다. 육신적인, 정신적인,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또 자신이 기대하고 계획한 많은 소원들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실망감의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고 건강한 자세로 2010년도를 맞이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지난주는 자살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연말은 사실상 자살률이 가장 높을 때이다. 특히, 따뜻한 가정과 함께 지내는 성탄절 연휴는 외로운 사람에게 견디기 너무 힘든 시간이 된다. 혼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정 속에서 남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외로움과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시간은 흘러가고 다른 사람은 잘 되는 것 같은데 내 인생은 그대로 정지된 느낌 등과 같은 압도적인 감정을 혼자 감당하기 참 힘들 것이다. 이런 고통과 아픔은 늘 우리 마음속에 있다. 단 평상시에 정신없이 일하면서 잠시 잊고 느끼지 못하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연말기간에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세상이 잠시 멈출 때 드러날 뿐이다.
괴로운 마음을 풀려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방법은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도피하거나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것이다. 자살은 사실 가장 큰 도피와 회피이고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다. 힘들고 마음이 아픈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이 본능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특히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이 중요한 시간에 아무리 낙심하고 화나고 원망해도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2009년을 의미 있게 정리하고 2010년을 새롭게 시작할까?
첫째, 홀로 시간을 만들고 갖자.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텔레비전이나 음악 등의 모든 잡음 없이 조용히 내 마음과 생각을 잘 들을 수 있는 시간과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시간에 가장 많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아내, 남편, 자식, 사업, 은행잔고, 다음 달에 있는 큰 행사, 짜증나게 하는 누구누구, 등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다. 나는 지금 어떠한 생태인가(영적, 정신적, 감정적, 육신적, 관계적, 사회적 등등)하는 생각과 점검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해야 한다. 특히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하루라도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인생이 너무 복잡한 사람은 어디로 드라이브를 하든지, 산책을 하든지, 하루 어디 가서 혼자 생각하는 것도 좋다. (주의: 우울하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있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연이나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나가는 것이 더 유익하고 안전하다).
둘째, 오늘(지금)을 멋있게 보내자.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아무리 섭섭하고 화나고 억울해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은 사실 나 자신을 조금씩 죽이는 것이다. 과거의 모든 것을 교훈으로 삼아 나를 더 좋은 인격으로 만들 수 있는 발판으로 삼으면 과거 경험은 좋은 도구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미리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이다. 늘 과거에 매여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면 인생은 그냥 지나간다. 오늘, 현재 이 순간, 옆에 있는 가족, 친구, 일, 만남, 음식, 대화를 누리고 즐기고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인생을 더 즐기면서 의미 있게 살 거라고 생각한다.
셋째, 남을 위한 봉사를 하자. 인간은 신기하게도 자신만 생각하고 살아가면 불행해진다. 삶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내가 일해야 하는 이유가 돈만 벌기 위한 것이라면 본인도 모르게 곤고해 진다. 사람(人)은 같이 기대며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잘 살고 능력이 있어도 혼자 뚝 서있는 사람과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참 외롭고 슬픈 인생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뭔가 베푸는 높은 자세가 아니라 남을 돕다보면 사실 나의 세계관, 가치관, 인격이 조금씩 훌륭해지며 나만의 조그만 한 틀을 더 넓혀가는 최고의 길이다. 그래서 봉사는 남에게 유익이 있지만 사실 자신의 인생을 더 풍성케 하는 열쇠이다. 많은 시간이나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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