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이 저술하였으며 21세기의 역사서라고 칭송 받는 책,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를 면밀히 살펴보면, ‘평평한 세상’이라 표현되고 있는 세계화의 핵심동력은 많은 경우 디지털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에서 프리드만은 오늘날의 세계화는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지고 가속화되고 있음을 자신의 생생한 관찰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면서 비즈니스 경영도 과거의 소위 아날로그 시대 경영과는 구별될 수밖에 없다. 독특한 특성과 이로 인한 노하우가 존재하리라고 본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세계는 오랜 기간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이 지배해왔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주장한 내용이다.
파레토는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가 상위 20%의 인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통계적 분석을 통해 주장한 후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발생한다는 80/20의 법칙을 만들었다. 이 법칙은 그 동안 비즈니스 경영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매출의 80%가 20%의 인기 상품 혹은 상위 20%의 우수고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많은 비즈니스 경영인들의 경험에서 확인되었고,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핵심 상품이나 핵심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들이 상당히 오랜 기간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범람하는 세계로 넘어옴에 따라 이 법칙이 점차 무너지면서 또 다른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새로운 법칙이 미국의 크리스 앤더슨이 제창한 ‘긴 꼬리의 법칙’ 즉 ‘롱테일의 법칙(The Long Tail Principle)’이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위의 인기 품목들을 머리라고 한다면 그보다 적은 매출 혹은 소액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나머지 비인기 상품들이 긴 꼬리에 해당된다. ‘긴 꼬리 법칙’은 비즈니스 매출의 80%가 20%의 인기상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 동안 소홀히 취급되어온 80%의 비인기 상품 혹은 하위 80% 고객, 즉 기나 긴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비즈니스 매출에 상당히 크게 기여한다는 법칙이다.
이를 우리식의 표현으로 바꾸어 보면 “티끌 모아 태산”의 원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서점 체인 ‘반스 & 노블’은 판매 랭킹 13만 등까지의 도서를 보유하고 이들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반면, 사이버 공간에서 무한대의 책을 진열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230만종의 도서를 보유하면서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13만 등 이하의 책에서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음악 사이트 랩소디 역시 가장 인기 있는 20%의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나머지 80%의 음악에서 꾸준히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광고업계의 경우, TV나 신문과 같은 전통적 매체들은 주로 대형 광고주를 통해 매출의 많은 부분을 얻어 왔으나, 인터넷 포털인 구글은 수많은 소규모 광고주를 통해 커다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지난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가 있다. 과거의 여느 대통령 후보들과는 달리 그는 상위의 거액 기부자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수많은 일반인으로부터 온라인 소액 선거자금 모금을 통해 자금력의 열세에서 상당히 극복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80%의 힘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시대에는 80%의 비인기 상품을 취급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을 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들 80%의 비인기 상품 취급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들 상품을 통하여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소수가 중시되던 시대에서 티끌 같이 작은 다수를 중시하고 이들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 여러 이유로 버려졌던 80%의 비인기 상품들 혹은 매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여 소홀히 취급되어온 80%의 대다수 고객에 주목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이다.
디지털 기술로 인하여 비즈니스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그 동안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긴 꼬리 혹은 티끌의 위력을 발견하고 여기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태산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정주 / 서울대 미주센터 소장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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