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지는 계파동이 소송으로 번졌다. 주로 실리콘밸리지역 안팎 한인들이 연관된 낙찰계 줄파동의 연장선이다. 흔히 계소송의 유형은, 피해계원들이 계주에게 깨진 계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거나 곗돈을 탄 뒤 뒷짐을 지는 계원에게 밀린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산타클라라카운티 관할 캘리포니아주 수피리어법원(SC수피리어법원)에 계류중인 이번 계소송(No. 1-08-CV-108781)은 그게 아니다. 곗돈을 낙찰받은 뒤 자기몫 곗돈을 내지 않아 소송을 당한 계원이 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돈을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낸 맞소송이다.
◆원소송(곗돈낙찰 뒤 밀린 곗돈을 내라) : 재작년과 작년에 실리콘밸리지역 안팎 한인들이 대거 가입된 낙찰계 몇개가 줄줄이 깨졌다. J씨가 계주인 계 가운데 몇개도 깨졌다. 통상 다른 계파동과 달리 J씨계의 경우 계주 J씨가 아니라 곗돈을 낙찰받은 뒤 자기몫 곗돈불입 의무를 다하지 않은 B씨와 C씨 등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계주 J씨를 비롯한 다수의 계원들은 B씨와 C씨 등에게 곗돈불입을 종용하다 무위에 그치자 올해 4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장은 SC수피리어법원에 접수됐다. J씨 등 원고들에 따르면, B씨는 4개의 낙찰계를 통해 총 41만5,000달러를 탔으나 이후 자신이 내야 할 곗돈을 내지 않았다며 총 19만3,700달러를 토해내야 한다는 반환(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소송(계는 불법이므로 낼 의무 없다) : 원소송의 피고 B씨와 C씨 중 B씨는 지난 9월 SC수피리어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계 자체가 불법 내지 비합법이므로 원소송 원고들의 주장은 기각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지불 곗돈을 낼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B씨는 법원에 제출한 A4용지 17쪽짜리 맞소송 이유서를 통해, ▷서론에서 원고와 피고 쌍방이 둘째화요일계(SMA/B씨는 이것 말고도 몇개의 ‘깨진 낙찰계’ 계원이었으나 소장에서는 SMA 사례만 적시)에 참여했고 B씨가 SMA를 통해 페이(pay,낙찰금/액수는 밝히지 않음)를 받았다고 인정한 뒤, ▷본론에서 SMA는 불법 로터리(illegal lottery)인가 ▷SMA는 미등록 증권(unregistered security)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답하는 형식으로 낙찰계 운용방법(응찰 및 낙찰방식, 비딩과 추첨 등)을 열거해 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맞소송 이유서는 또 “만일 SMA가 불법 로터리이거나 미등록 증권이라면, 이 조항을 지키라는 소송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불법적 비합법적 계에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라는 원소송이 성립할 수 없다며 법원이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의미와 전망 : 계를 둘러싼 소송은 과거에도 몇번 있
었다. 지금도 별도의 계소송이 계류중이다. 여타 계소송은 쉽게 말해 “돈을 내라(책임져라)” “못낸다(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초점이었으나, 이번 계소송은 계 자체의 위법성이 주요 심판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물론, 여타 소송에서 피고들이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 중 하나로 계를 ‘불법 고리대금업’이라고 주장한 경우는 있었다. 어느 경우든 도중에 유야무야 종결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계에 대한 이렇다할 고등법원(항소법원) 판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번 소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인사회의 필요악처럼 얘기돼온 계, 특히 낙찰계가 불법이냐 아니냐에 대해 ‘미국의 법’에 의해 판정이 내려지고 훗날을 위한 선도적 판례가 남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이번 소송 첫 심리는 오는 15일(화) 오전 9시 SC수피리어법원에서 열린다. <정태수 기자>
※이 기사에 쓰인 계소송 관계인들의 이니셜은 일부 중복되는 관계로 성과 이름 중 다른 것을 임의로 골랐으며, 당사자 개별취재 내용이나 주변인 반응 등을 배제하고 소장에 공시된 것만을 바탕으로 작성됐음을 밝혀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