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미 신문의 이름에 포스트(post)가 붙는 이유는 17, 18세기 신문발행인들이 우체국장을 겸하고 있었던 역사 때문이다. 그것은 우체국의 업무가 신문배부와 꼭 들어맞는 궁합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립이전 미국 신문의 경우 영국 신문이 오면 베껴서 쓰는 것에 더해 윤리성이 수준 미달인 사람은 개인 편지라도 뜯어서 뉴스거리로 만들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체로 호기심이 많아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남들이 싸우거나 자업자득으로 곤경에 처하게 되면 자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도 예리한 관심을 가지고 시시콜콜 내용을 알고자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또 시기심도 있어 잘난 사람들이 잘못을 범하면 고소해 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와 같은 사람들의 취미에 부채질하는 황색 신문도 많다.
U.S. 인콰이어러, 피플, US 위클리 등이 재정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만 보아도 소위 유명 인사들에 대한 병적일 정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것이 큰 돈벌이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엿듣기라는 말이 영어로는 ‘eavesdrop’이라고 처마 밑에서 남의 말을 들어 소문을 퍼트렸었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황색 지들이 메가폰으로 온 세상에 퍼트리는 역할을 한다.
타이거 우즈의 수난(?)을 보아도 그렇다. 우즈가 두어 주 전 새벽 두시반경 캐딜락 SUV로 그의 저택에서 달려 나오다가 소방전에 충돌하여 얼굴을 다쳤다는 보도는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발표였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우즈가 기자회견은커녕 경찰 조사에 조차 응하지 않게 되자 갖가지 풍문이 난무하게 된다.
스웨덴 출신의 모델이었던 부인이 우즈의 난봉 때문에 그와 싸우다가 3-아이언을 휘둘러 다치게 했다는 것이 정설인 모양이다. 게다가 평소부터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해서 자기의 요트조차 그렇게 명명했다는 우즈는 자기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기의 죄 또는 일탈은 자기 책임이지만 자기 가족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와 불륜 관계를 맺었었다는 여자들이 나타나고 그 중 하나는 무려 31개월 동안이나 관계를 가져온 데다 우즈와의 노골적인 전화 대화를 녹음 했을 뿐 아니라 섹스 비디오까지 만들어 놓았다니 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체육인 우즈의 평판에 심각한 훼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훼손이 된다는 말조차 적용이 안 될 정도로 세상은 점점 부도덕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지사들, 상하 양원의원들 그리고 빌 클린턴 대통령 등 성적인 부도덕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배신하고 하나님 앞에서 서약한 결혼 선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너무나도 많다.
운동선수들 그리고 배우들의 부도덕 행각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예전 같으면 쉬쉬하고 숨겼을 것을 세상에 공표하면서도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전혀 못 느끼는 세상이 되었기에 소위 말세 심판론에 무게를 더해주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방송인 바바라 윌터스는 남북전쟁이후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었던 애드워드 부룩스와 간통했었다는 것을 자서전에 밝히고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TV에 출연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이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대로 상류층의 부도덕 만연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절제를 모르는 성욕의 표현은 이제 남녀 간 결혼관계 밖의 불륜을 넘어 동성 간의 관계 합리화 내지 합법화까지 이르게 하더니 급기야 어린아이들을 성노리개로 만드는 천인공노할 흉악한 범죄조차 흔해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표현 자유의 미명아래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영화들이 성폭행이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청소년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끔찍하게 생각된다.
요즘에는 PG-13 등급에도 미혼 남녀 간의 성행위가 세세히 묘사되어 ‘견물생심’으로 성적 충동의 행동화가 걱정된다.
특히 인터넷의 각종 음란 사이트에는 말로 담기가 민망한 것들이 범람하고 있어 성 범죄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될 것이다. 우리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은 도덕면에서 탁월한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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