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V로 미 중서부 횡단 한인 네가족
▶ 70대 지영덕.박인봉씨 등 포함 낯선 네가족 의기투합
유럽과 호주 등에도 캠핑카 혹은 모토홈이라고 불리는 RV 여행이 성행하고 있지만 최적지는 역시 미국이다. 국토가 광활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넓은 것 보다는 수많은 국립공원이 ‘평생 한번은 꼭 봐야 할’ 장관들을 제공하고, RV 여행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캠핑장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인들에게 RV 여행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한번’이라며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캠핑카로 한달동안 미국을 종단한 나이 지긋한 4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영덕씨(사진 1)에게 캠핑카를 이용한 전국 횡단 여행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이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긴 것은 72세가 되어서였다. 더 늦춰다가는 40년 가까이 살아 온 미국을 제대로 체험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자칫 소망으로만 끝날 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들었다.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도대체 무엇에 역점을 둬야 할까? 생각할 것도 너무 많았다. 지씨는 그래서 “그저 여유 있게 내 삶을 한번 정리할 기회를 갖자는 마음만으로 출발하자”고 결정하고 함께 할 가족들을 규합했다.
74세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차분하고 세밀한 성격의 박인봉씨 부부,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이종명 형제와 봉사심 많은 카타리나 자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성격의 김종진씨 부부가 함께 하기로 했다. 아주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서로 잘 모르는 가족들끼리 한달을 함께 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고 우애를 다지는 것도 여행의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들은 4월 1일 뉴저지를 출발해 버지니아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첫 목적지로, 이후 중서부의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30일간 장장 8,200 마일의 여행을 했다. 서울과 부산을 30번 이상 이동한 거리다.
지면 관계상 이들의 일정을 모두 소개 할 수는 없지만 지씨는 “보고 느꼈던 일들을 전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전국 여행을 계획하는 한인들에게 꼭 경험자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고 말한다.우선, RV 여행은 일반 자동차 여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차에서 먹고 잘 수 있으므로 편리하고 곳곳에 RV를 위한 편의시설이 기대보다 많았
다. 호텔과 모텔만을 이용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자족기능이 있는 RV를 이용하더라도 2~3일에 한번은 모텔에서 쉬고 샤워를 하는 것이 훨씬 체력적인 부담이 적다. 그리고 경비를 위해서라면 가능하면 지인이나 가족들끼리 함께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들 4가족이 쓴 총 비용은 2만6,300달러. RV 렌트비 7,300달러, 캠프장 사용료와 숙박비 5,200달러, 개스비 4,400달러, 각종 부대경비 5,600달러 그리고 틈틈이 친 골프비용 2,300달러 등이다. 가족당 6,500달러 정도였으니 30일간의 여행 경비로는 괜챦은 편이다. 경비 측면외에 운전을 번갈아 할 수 있고, 낮선 여행길 마음 맞는 동행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여행중 발생하는 불편과 멤버간의 갈등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들도 출발 초기에는 마냥 들뜨고 신나기만 했지만 불과 이틀이 지나면서 볼멘소리와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거친 운전, 아침에도 꼭 국물을 먹어야 하는 이의 습성, 갑자기 불편해 진 몸 등 7~8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엔 사소한 일도 빌미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서부로 갈수록 가파르고 위험한 길이나 똑같이 지루한 길을 오래 달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닥치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
해지기 쉽다. 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결심했으면 너무 오래 준비하지 말고 실행에 옮기라”고 강조한다. 이들도 기본적인 준비만으로 출발했지만 닥치면서 그때 그때 해결하는 재미도 여행의 큰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캠프장을 가까운 곳에서 찾지 못하면 월마트 주차장에 가는 방법도 있었다.지씨는 최근 A4 용지 40페이지 분량의 여행기와 각종 사진 자료 등이 정리를 마쳤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계획을 세웠을 때 우리들의 경험과 자료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또한 여행 중 틈틈이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3년전부터 대학의 일반인 교육 과정을 통해 틈틈 수채화와 오일 페인팅을 배웠고 FGS에서 열린 그룹전에 자신의 그림을 포함시킨 적도 있다.
90년대 후반 호주에서는 은퇴한 노년의 부부나 가족끼리 저축한 돈을 가지고, 혹은 유일한 재산인 집을 처분하고 RV로 호주 종단 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했다. 형편이 좋은 노년들만의 트렌드가 아니었다. 집과 동네만을 소일하며 무기력하게 늙어가기 보다는 워낙 드넓어 평생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는 자신들의 나라를 천천히 유람하며 노년을 여유 있게 정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씨는 소주 도매업을 했고 현재 뉴저지에 버커킹 매장을 운영하는 등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지씨와 이웃가족들이 보여준 것은 ‘돈 보다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여행의 참된 조건이라는 것이다. 여행기를 원하는 사람은 augustinechi@hotmail.com < 박원영 기자>
* 캠핌장 예약 요령
RV 여행을 계획한다면 출발 전 여유있는 시기를 두고 갬핑장을 예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스테이트 팍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www.reserveamerica.com/ 는 48개 주에 3,000개 이상의 팍, 10만개 이상의 캠핑 장소를 예약 할 수있는 가장 큰 사이트다. 보통 일반이 운영하는 캠핑장보다 스테이트나 카우티 캠핑장은 시설이 떨어지지만 경치나 자연그대로의 모습은 이곳이 훨씬 많은 것을 즐기고 볼 수가 있다.www.recreation.gov/에서는 국립공원을 예약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사설 캠핑 서비스인 koa.com/에서 멤버에 가입을 하면 디스카운트를 받을수 있다. 그밖에 www.gocampingamerica.com/이나 www.woodalls.com/등 많은 사이트가 있다. 특별히 건조한곳에서는 캠프파이어의 허용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서부에서는 이 규정이 대단히 엄하고 개스 사용을 금하는 곳도 있다. 조그만 불티도 큰 산불로 이어지기 때문.
30일간 이용했던 29피트 7인승 포드 차량앞에서 4가족이 세도나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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