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주택시장 고전속 한국자동차 ‘쌩쌩’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와 경기 불황의 여파가 올한해동안 고스란히 반영됐다. 소비 침체와 실업률 증가 등으로 미국의 실물 경제 전반이 흔들렸다. 한인 경제도 주택시장 하락과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으며, 기대했던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도 신종플루와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만 뉴욕한인 부동산개발업체가 월스트릿 소재 AIG 빌딩을 인수해 미국 부동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눈에 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해외금융계좌 신고 규정(FBAR)의 자진신고 시한이 10월15일 마감했다. 이 규정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이 해외에 갖고 있는 금융계좌가 일년 중 한번이라도 1만달러를 초과한 경우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내 적금과 CD, 주식, 뮤추얼 펀드, 증권계좌 등도 이 규정에 해당된다. 연방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이 규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차원에서 자진 신고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원래 마감 기한인 6월30일에서 9월23일로 1차 연기했으며 또다시 10월15일로 재차 연장했다.
그동안 이 규정은 거의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올해 불거진 스위스 UBS은행에 대한 계좌 정보와 관련, 국세청이 탈세를 위한 해외금융계좌 단속에 나서면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한인사회도 이 규정때문에 상당한 혼선을 겪었다. 한국에 부동산 구입이나 상속 등의 문제로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한인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자진 신고 프로그램 기간 중에는 세금보고를 하지 않았던 소득에 대한 세금 20%만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자진신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세금 외에도 벌금까지 부과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값 폭등=‘금값’은 정말 ‘금 값’이었다. 올초부터 심상치않은 폭등 조짐을 보여온 금값은 한해동안 사상 최고치를 수차례 갈아치웠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가 흔들리면서 금값이 치솟은 것이다. 금값은 지난달 25일 최고치인 온스 당 1,187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안에 1,2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이 34%나 올랐고, 11월에만 14% 급등했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집안에 보관돼오던 금 예물이나 자녀들의 돌 반지, 팔찌 등을 내다 파는 한인들도 급증했다. 한인 귀금속업계는 돌반지 등 금 판매가 뚝 떨어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자동차 돌풍=현대, 기아 자동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눈부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반세기 이상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빅3 중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신청하고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주춤하는 동안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6.5%까지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며 3/4분기까지 닛싼을 제치고 미국내 판매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지난 7월 미국 진출 23년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 총 35만 8,4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한 37만 3,222대를 달성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3/4분기 역대 최고의 분기 판매신기록에 이어 연간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7.2% 증가한 26만 1,060대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품질 향상과 인지도 상승외에도 지난해 오일가격 폭등과 불경기가 오히려 한국 자동차 업계에게 기회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경제적이고 연비가 좋은 한국 자동차에 미 소비자들의 관심이 새삼 쏠렸고, 신차 구입 정부보조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주 요인이었다. 하지만 트럭과 SUV에만 전념했던 GM과 포드 등이 중,소형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속 내놓으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2010년 이후에도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불확실하다.
■주택시장 바닥론=주택시장의 회복 여부는 올해 경제의 최대 화두였다.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의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 시작됐으며, 소비 심리의 회복 여부도 주택시장에 달려있다는 판단이었다.올상반기 침체됐던 주택시장은 하반기부터 바닥을 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택 중간 판매가격이 상승하고, 가격 하락폭도 완화되는 등 안정 기미를 보였다. 전국부동산협회(NAR)는 “주택
가격이 점점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재고량이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주택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연방의회가 첫 주택구입자에게 제공하는 8,000달러의 세금크레딧 법안을 내년 6월까지 연장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4월말까지 주택 구입 계약을 하거나, 6월말까지 주택 구입 클로징을 한 첫 주택 구입자에게 8,000달러의 세금 크레딧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낙관론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면서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오는 2010년을 부동산 투자 시기로 점치고 있다.
■영우&어소시에이츠, AIG 건물 매입=한인 부동산개발업체인 ‘영우&어소시에이츠’와 한국의 금호종금이 지난 8월 1억5,000만달러에 최종 매입해 미국 부동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한국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세계 최대 보험그룹 AIG의 뉴욕 본사 건물을 매입한 영우&어소시에이츠사는 이번 프로젝트 성공으로 뉴욕 부동산개발업계에 ‘큰 손’으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지난 79년 우영식씨가 설립했으며, 현재는 우씨와 함께 한인 마가렛 이 변호사, 그레
고리 카니 등 3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공동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뉴욕 메트로 일원 콘도와 첼시아트타워 등 상업용 빌딩과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계 컨소시엄인 금호종금 컨소시엄은 신협중앙회를 비롯, 우리금융.금호생명촵금호종금,한마음저축은행 등 한국 참여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맨하탄 다운타운(27 Wall/70 Pine St.)에 위치한 66층 규모의 AIG 빌딩은 월스트릿을 포함해 다운타운 맨하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랜드마크인 이 건물은 30년대 석유와 가스 재벌 헨
리 도허티가 지었고, 70년 AIG가 사들여 글로벌 본사로 써 왔다.
■식품파동=올해는 먹거리 파동으로 홍역을 앓는 한해였다.
1월에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땅콩 버터제품들의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피넛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 킹넛, 켈로그 등의 탕콩 버터가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외에도 10여개 회사들은 캔디, 쿠키, 크랙커 스낵바 에너지마 아이스크림 등 땅콩 버터 함유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수거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공업용 에탄올로 국수를 만들어 판매한 식품 제조업자가 한국에서 구속된데 이어 뉴욕 뉴저지 마트에서도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바 있다. 한인 마트들은 수출용에는 공업용 에탄올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해당사의 공문을 받았지만 일제히 관련 브랜드인 삼두 식품과 제일식품제품을 매장에서 수거했다.
11월에는 육가공업체인 페어뱅크팜스사가 뉴욕과 뉴저지등 동부 지역 8개주 대형 마트에서 지난 9월과 10월 유통시킨 일부 간쇠고기를 리콜하기도 했다. 대장균에 오염된 이들 간쇠고기들은 한인마트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때 한인 소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널뛰기=원/달러 환율은 올초 달러 당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 원/달러 환율은 1,506원으로 마감, 작년 11월24일 1,513원 이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1월에는 1,15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올초의 환율 폭등으로 한인 경제도 명암이 엇갈렸다.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 등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입업자와 한국 부동산 투자자들은 환차익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한편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달러 당 1,000원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
다.
모건스탠리는 환율이 내년 1분기에 1,106원에서 2분기에 1,063원, 3분기 1,019원으로 떨어지다가 연말에는 달러 당 975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1분기 1,100원에서 연말에는 1,00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HSBC는 연초 1,150원에서 연말에 1,075원으로, JP 모건은 1,130원에서 1,150원으로 연중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에 못미친 무비자 입국=한국인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시행 1년째인 11월 현재 무비자를 통해 뉴욕을 찾은 여행객이 2만명을 넘어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뉴욕지역의 무비자 입국 한국 여행객은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그러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시행이후 한국인들의 미 입국거부가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입국거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1월17일부터 VWP가 시작된 후 한국인의 미 입국 거부율이 시행 전보다 2배 증가했다. 또 계속되는 한국의 불경기와 원/달러 환율 폭등, 신종 플루 등의 영향으로 뉴욕 한인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올초만해도 무비자가 시행된 이후 첫해라는 점에서 관광 특수를 기대했던 한인 관광업체 뿐아니라 숙박 및 요식업체 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인 금융권 고전=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나섰던 한인은행들은 올한해 대출보다는 예금에 주력하는 등 안전성에 최우선을 두는 모습이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한인은행들의 부실 대출이 급증, 지난 9월말 현재 부실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은행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예금을 늘리고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안전 위주의 경영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이처럼 안전 위주 경영에 나선 것은 연방 은행감독당국에 의해 강제 폐쇄된 미국내 은행수가 100개를 넘는 등 위기감 때문이다. 한인은행 중에서도 LA에 본점을 둔 미래은행이 지난 6월26일 강제 폐쇄되면서 윌셔은행이 미래은행의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었다.다만 정부가 원금의 상당부분을 보증하는 연방중소기업청(SBA)의 SBA 융자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소매매출 하락=한인 경제의 주력업종이자 뿌리인 소매업계는 올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작된 전반기에는 궂은 날씨와 신종 플루가 소매 매출에 직격탄을 안겼다. 또 기대했던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네일과 세탁 등 주요 서비스 업종 뿐아니라, 주택 경기의 악화로 인한 건설경기의 추락 등은 한인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 때문에 개인 파산 및 연체가 급증했다.
다만 4분기 들어서면서 경기 회복 조짐이 완만하지만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소매 매출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소매업계의 평가다. <김주찬 기자>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올해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뛰어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의 부진속에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6.5%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형 전광판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