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청소년 우울증 어떻게 대처하나
▶ 평소 아이 말에 귀 기울여야
“설마 내 아이에게도 우울증이?”
최근 일조량이 줄면서 정신과 병원 문을 두드리는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 조만철 남가주 한인 정신과의사협회 회장은 “겨울이라 일조량이 줄면서 햇볕을 쬐는 시간은 짧아지고,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
또 연말파티 시즌이 시작돼 할러데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도 문제다. 카이저병원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청소년 우울증은 증상과 치료 해결책이 성인과 다르다”며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우울증에 걸린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에 대한 대처방법이 일탈로 이어지거나 자살 충동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청소년 중 여자보다는 남자의 자살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조만철 전문의, 수잔 정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본다.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은 증상과 치료 해결책이 성인과 다르다. 폭력적이 되거나 임신, 갱, 마약이나 술에 빠지는 등 일탈 행동이나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교 안 가고 성적 하락
잠 많이 자고 폭식
짜증·불평·싸움 잦아
카운슬러·전문의와 상담
항우울제도 치료에 효과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은 왜 생기나
그동안 어린이는 우울증을 못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 발달의 미성숙으로 영아까지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뇌 역시 췌장이나 심장처럼 하나의 장기다. 췌장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이 생기고, 심장에 문제가 생겨 심장질환이 생기듯이 뇌에 문제가 나타나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 증상이 생긴다. 뇌 앞쪽에는 생각, 판단, 감정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라거나 뭔가 해야 할 것을 지시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 발달되는 전두엽은 25세까지 계속 성숙한다고 학자들이 지적한다.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전두엽의 억제 조절작용이 잘 안 되는 까닭에 주의력 결핍장애,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는 것. 또 전두엽을 도와 항진시키는 도파민이 부족한 경우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죽고 싶다든지, 분노(anger)가 생기는 것은 전두엽에서 제압하고 조절하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분노, 슬픔, 기쁨 등 감정 조절 중추인 번연계의 림빅 시스템에서는 감정이 너무 심하고 조절하기 힘들면 우울증에 빠지고 위험해질 수 있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청소년기에는 림빅 시스템에서 관장하는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는데다가 성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등의 불균형으로 인해 림빅 시스템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받치는데 그것을 조절하기에는 전두엽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것.
이렇듯 청소년 우울증은 뇌신경 회로의 신경전달 화학물질에 이상이 생겼거나, 전두엽 발달이 아직 덜 됐거나, 감정 조절 중추의 림빅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 또한 유전적인 요소도 한 원인이며, ADHD로 인해 우울증(60%), 조울증(20%)도 올 수 있다.
#불황 때문에 아이에게 악영향
조만철 전문의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부모가 경제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면 아이들에게도 그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불황 스트레스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그 후유증이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부모의 상실감, 만성적인 가족 갈등, 학대, 방임의 환경적 요소와 점점 어려워지는 학업 스트레스 등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된다.
조 전문의는 “학업은 예전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어려운 학업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아이가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같은 스트레스나 장애물이 생겼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고 성장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좌절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녀의 어떤 행동이 우울증을 의심하게 하나
어른은 우울증에 걸리면 한숨을 쉬거나 울거나 증상을 보여 타인이 알아차리기 쉽지만, 어린이 청소년은 우울증 증세를 알아차리기 매우 힘들다.
수잔 정 전문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지루하다’ ‘따분하다’(I’m bored)고 자주 말한다. 어른은 우울증에 걸리면 불면증에 시달리지만 청소년들은 과다하게 잠을 많이 자거나 과식해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와도 연락을 하지 않거나, 혼자만 있는 경우, 갑자기 이유 없이 D나 F를 받는 경우, 자기 자신에 대해 화를 많이 내거나 분노하고,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자아이는 자기 파괴의 행동으로 아무 남자랑 성관계를 갖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하거나, 남자아이는 갱에 가입해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거나 마약이나 술에 빠지는 일탈로 표출되기도 한다. 술, 마약은 슬픔이나 아픈 마음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 역할을 한다. 청소년 마약, 술 문제가 생기는 것이 그 이유다.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자아상, 자아 존중감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부모다. 부모가 공부하지 않으면, 또 자녀의 치료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자녀의 치료는 무의미해진다. 필요하다면 부모가 먼저 상담을 받고 적절한 양육법과 대화법을 익히고 공부해 자녀와의 갈등을 최소화 해야 한다.
또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자녀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야단을 너무 심하게 치면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야단치기보다는 “굉장히 힘들었구나” “왜 그런 생각을 했니,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등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어야 한다. 칭찬할 때는 너무 광범위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 아들, 잘 뛰어노네,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졌구나”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구나” “우리 딸, 웃는 입 모양이 정말 예쁘다” 같이 구체적으로 장점을 칭찬해야 한다.
대화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 대화나 자녀와의 교감이 없다가 갑자기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대화하자고 할 수는 없다. 작은 성공이라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면 자녀의 자존감도 올라가며, 부모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된다.
#청소년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수잔 정 박사는 가장 먼저 학교 카운슬러를 찾아가라고 권한다. 학교의 도움을 청한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를 찾거나, 전문가를 찾아가기 힘들다면 내과, 가정주치의 등 가족 주치의에게 보인다. 최근에는 내과, 가정주치의도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 교회나 서포트 그룹 등 영적 도움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약을 써야 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 후 처방에 따라 효과적인 항우울제를 쓰는 것도 치료에 큰 보탬이 된다.
정 전문의는 “전문의에게 보였다고 전문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된다. 부모와 전문의, 영적 지도자 등이 모두 협력해 아이를 치료해 가면 최고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은 한번 걸리면 바로 나을 수 있지만, 재발할 수도 있고, 만성적으로 시달릴 수 있으며 심하면 자살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방지를 위해 법에 의해 강제로 입원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조 전문의는 “자살 위험이 있는 경우,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 너무 정신병이 심한 경우(며칠 밥을 굶거나 심지어 흙을 먹는 경우 등)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며 “LA카운티 PMRT (Psychiatry Mobile Response Team 1-800-854-7771)이나 급하면 가까운 경찰이나 911로 연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제 입원서류는 5150이며 72시간 내 정신감정과 격리 치료 및 관찰이 끝나 위험성이 없으면 퇴원하며, 위험성이 있으면 14일 입원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노트에 ‘나 죽고 싶다’라고 쓴 것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말 것. 또 자녀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다그치거나 혼내지 말아야 한다. 정 전문의는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그림이나 글, 말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문의는 “미쳐서 강제 입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청소년의 자살에 대해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노트나 그림에 자살하고 싶다고 간단하게 한 줄 써도 강제 병원 입원시켜 72시간 관찰한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더라도 자살 가능성을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가주 한인정신과의사협회장 조만철 전문의(왼쪽)와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수잔 정 전문의.
#상담 문의
-라이프 케어 센터:수잔 정 전문의, 오정열 심리학 박사 (562)237-3957
-조만철 정신과 병원: (323)733-1111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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