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 일요일은 잊을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찬 감격의 주일날이었다. 내 86세 평생에도 체험하기 드문 일들로 듬뿍 찼으니…
인디안 섬머 날씨로 화창한 가을날 아침 일찍 나는 차를 몰고 이웃 마을인 볼티모어로 향했다. 나는 볼티모어에 1955년부터 1971년까지 살아서 소위 말하면 한국인으로는 일찍이 처음 이곳에 정착한 사람 중의 하나다.
아침 11시 예배에 간 곳은 코리아타운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22가와 세인트 폴(St. Paul)에 위치한 러블리 레인(Lovely Lane) 감리교회다. 이 교회는 미국 감리교회의 마더 처치(Mother Church)로 알려지고 교회건물은 전 미국 건축물 중 유명한 건물의 하나로 인정받는 역사적 교회이다.
내가 이교회와 처음 인연 맺은 것은 1955년이니 반세기전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 당시 이교회는 주지사, 국회의원들, 유명한 의사, 변호사, 교수, 사업가들로 붐비고 800명을 수용하는 교인들로 가득 찬 왕성한 교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큰 도시 중심가에 위치해 교회로는 일반적으로 퇴색하여져 있는 현상이다. 이날 주일예배시간에 참석한 수는 겨우 70명 정도이었고 그것도 먼 다른 교회에서 순례적으로 참관 경배 온 청소년 40명을 포함해서다.
참으로 시대의 변천을 뼈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교회는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특히 잊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교회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 실증이다. 즉 1883년 고종황제의 보빙사절단과 이 교회의 가우처(Dr. John F. Goucher) 담임목사가 시카고부터 워싱턴까지 오는 기차에서 한국선교가 가우처 목사의 시종된 열성과 헌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1885년 4월5일 부활절 아침에 아펜젤러 스크랜튼 언더우드 선교사 제물포 인천에 오심으로 이루어지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1966년 볼티모어에 제일 처음 하나님의 제단은 이교회에서 즐겁게 협조하여 줌으로 연합교회로 탄생하고 오늘날 새 생명 장로교회로 이어지고 있어 볼티모어에 한국 교회 어머니교회도 러블리 레인(Lovely Lane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볼티모어 한인교회 창립 43주년을 축하하는 주일이었다. 나는 5시에 거행된 43주년 창립기념예배와 김창호 담임목사 은퇴예배에 참석했다. 김 목사의 열성어린 봉사로 이 교회는 워싱턴 볼티모어 지역에서 유일하게 노인주택시설을 교회 부지 안에 완성하였다. 대단한 성과이다.
특히 기쁘고 감격적인 것은 1967년 러블리 레인(Lovely Lane)에서 드리는 볼티모어 한인연합교회 평신도 청년으로 찬양대에서 봉사하던 김창호 동문이 목사로서 이 어머니교회에서 10년이나 담임목사로 봉사하였다는 사실이다.
새생명 장로교회는 본당이 아름다운 목조로 되고 건축이 특이하며 특히 음악효과가 커 미국의 포드 전 대통령 따님의 결혼식도 있었다고 한다. 오후 2시에는 예상도하지 않은 행사가 러블리 레인(Lovely Lane)교회 근처인 세인트 마크스 루터란 처치(St. Mark’s Lutheran Church)에서 있은 음악과 영화의 모험이었다.
1926년 제작된 무성영화 ‘라 보헴(La Boheme)’이 당대 유명한 릴리안 기쉬(Lillian Gish)가 미미, 존 길버트(Mimi, John Gilbert )가 시인 로돌포(Rodolfo)로 출연한 무성영화 대작으로 이 교회에 유명한 오르간니스트 제임스 하프(James Harp)의 파이프오르간 음악반주로 상영되었다. 장장 90분! 파이프오르간으로 흘러나오는 푸치니의 명곡을 1926년 시절을 상상하며 감상하니 참으로 미묘한 감정이었다. 1926년 제작이니 내가 두 살 때 일이다.
무성영화는 이것이 내 일생 두 번째다. 첫 번은 내가 10살쯤 1934년경이었고 장소는 종로2가쯤 있었던 우미관으로 기억한다. 새 까마득한 옛 일이다. 이 음악행사에서 놀란 것은 정각 2시에 1분도 어기지 않고 시작하였으니 케네디 센터 등도 무색할 정도로 정각 시작 참으로 멋있고 인상 깊었다. 노장에게 주는 추억과 낭만이 가득찬 즐거운 이날은 또한 안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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