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공인 알콜마약치료사
최근 들어 부쩍 자녀들의 약물남용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들어나고 있다. 대개의 경우에는 이미 약물남용이나 중독이 심각하게 진행된 된 후에 찾아온다. 사실, 여러 가지 약물치료와 상담기법을 이용해서 약물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자녀들이 술이나 각종 마약에 처음부터 손대지 않게 해야 한다.
우선, 자녀들을 약물남용으로부터 지키려면 평소에 친근한 부모-자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모와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는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약물남용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서 만난 약물남용 청소년들은 가족해체나 부모와의 갈등을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한인부모님들은 일주일 내내 사업이나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이 되면 아빠들은 골프 치러 나가고 엄마는 교회에 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심심하다” 혹은 “피곤하다”이다. 부모들이 일이나 여가 및 종교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은 쉽사리 짧은 순간의 즐거움을 탐닉하며 약물남용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자녀들은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돈독한 유대감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약물남용의 유혹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부모님들은 자주 자녀들을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며, 자녀들의 관심사를 주의 깊게 경청해 주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들이 부모들에게 자신의 고민과 관심사를 털어놓다 보면 나중에 자신에게 약물남용의 유혹이 닥쳐왔을 때에도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이다.
두 번째, 절대로 자녀들을 감정적으로 신체적로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 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이 타인으로부터 성적인 괴롭힘이나 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각종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나중에 우울증, 약물중독, 폭식증 등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훨씬 높다고 한다. 아직도 일부 한인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때려서라도 훈육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훈육 목적의 신체적 학대는 범죄로 치부될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부모자녀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미국과 한국에서 아동성학대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나영이(가명)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아동은 엄청난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하게 되며 적절한 치료와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여러 정신적인 질환과 약물남용에 빠질 수 있다.
세 번째, 자녀들이 술이나 마약을 절대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끔자녀에게 음주예절을 가르친다며 술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직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갖다 놓는 격이다. 자녀들을 예절을 배우기 앞서 술을 마셔도 좋다는 허가를 이미 받은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이 과거에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끊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과신해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자녀들을 묵인하고 오히려 정당화시켜주는 부모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집안에 내과나 치과에서 처방 받은 독한 진통제를 보관하는데 자칫 처방약 남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자녀들이 커피, 에너지 드링크, 초콜릿, 탄산음료 같은 각성물질을 많이 마시게 되면 나중에 코카인 같은 각성제 마약남용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들이 술이나 마약을 어렸을 때 시작할수록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훨씬 커지게 되며 향후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약물남용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우리 부모님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 자녀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며, 자녀들이 학대나 방임에 빠지지 않도록 하며, 자녀들에게 약물을 제공하지 않고 또 각종 약물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통해 자녀들이 약물남용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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