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을 겪고 있는 남가주 한국학원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명실 공히 우리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뿌리교육의 요람이다. 지난 37년 동안 이 학원을 통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익혀왔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유지의 중요함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남가주 한국학원이 재정난을 겪을 때마다 LA의 한인사회는 아낌없는 호응을 해왔고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번 캠페인 역시 상당한 성과를 거두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도 소중한 뿌리교육의 요람이 계속해서 재정난에 시달려야만 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현재 2,000여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12개의 주말학교와 약 40여명의 학생들에게 초등하교 정규과정을 가르치는 1개의 정규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주말학교 쪽의 운영에는 교육성과로 보나 재정면에서 보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계속 학생 수가 줄어가는 정규초등학교이다.
남가주 한국학원의 정규 초등학교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는 주류사회의 여타 초등학교들과 동등한 발판에서의 경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무료교육을 제공하는 공립초등학교가 있고, 오랜 전통 속에 비싼 학비를 받고 ‘명품’ 교육을 시키는 명문 사립학교들이 있는데다가 지역사회의 특성에 부응하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반 공립 차터스쿨들이 계속 설립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얼핏 분간이 안 되는 교육과정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것은 애초에 힘겨운 일이다.
한국학원은 ‘한국’학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만 한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요즈음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어 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Education)의 대칭형인 한국어 몰입 교육이다. 몰입 교육이란 캐나다의 영불어 공용지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유치원부터 외국어를 사용하여 정규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면 이러한 몰입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지능과 지성뿐 아니라 일반 학력에 있어서도 보통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우월하다. 교육의 매체가 되는 외국어의 숙련도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주 타임지는 미네소타의 미니어폴리스에 있는 ‘영화(英華· Yinghua)아카데미’를 소개하고 있다. 전형적인 중국어 이머션 프로그램 차터스쿨로 3년 전에 70% 중국계 학생들로 시작한 이 학교는 올해 300명의 학생 중 중국계와 주류사회계의 분포가 50% 대 50%를 보이고 있다. 올해 더 큰 규모의 교사로 이사를 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로부터 중학교 프로그램 개발을 목적으로 81만 달러의 그랜트를 받았다. 아이들을 등록시키는 주류사회 학부형들의 전형적인 반응은 “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의 사고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완벽하게 소화한 사람들은 그 정신세계가 넓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단일 언어 구사인들보다 크게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해볼 때 중요한 언어들 중 하나로 확실히 떠오르고 있는 한국어의 이머션 교육을 남가주 한국학원보다 더 잘 해낼 곳이 또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영어 획득에 어려움을 가지리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영화 아카데미의 상급 학년 학생들은 주류 사회의 같은 학년생들을 능가하는 ‘영어’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반 공립인 차터스쿨로 전환이 되는 경우에는 더 바람직할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주류사회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넓게 열릴 것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겠으나 우리 아이들의 뿌리교육의 요람을 지키는 데에 이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자산은 한국어이다. 이 한국어를 무기로 할 때에만 남가주 한국학원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김철회 /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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