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10일 오전 11시28분께 서해는 다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상징하는 바다가 되었다. 북한 함정이 다시 북방 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해군 함정에 총격을 가했다. 당연히 우리 해군은 교전규칙에 의해 대응사격을 통해 북한 함정을 퇴각시켰다. 우리 군은 북한 함정이 북방 한계선을 넘어 왔고, 경고방송 및 경고조치에 불응하여 먼저 조준 사격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도발 당일 성명을 통해 정상적으로 경계근무 중인 북한군 함정에 대해 우리 국군이 총격을 가했다고 우기면서 사죄를 요구했다.
우리 군 당국이 밝힌 ‘충돌 현장에서 진행된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 해군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 명확하다. 우리 군이 보낸 네 차례의 경고통신, 다섯 차례의 경고사격을 북한 해군 경비정이 무시하고, 조준 사격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북한 함정과 어선이 2009년에만 20여차례나 북방 한계선을 넘어왔다. 그 때마다 우리 군이 보낸 경고통신에 따라 순순히 퇴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준사격으로 경고사격에 대응했다. 앞서 20여차례와 다른 북한 경비정의 군사적 대응은 준비된 도발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도발을 지시했을 것인가.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낸 황장엽씨나 북한군의 고위 간부를 지낸 탈북자에 따르면 전선지역에서 북한군이 상부 지시 없이 “총 한 발도 마음대로 쏠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지금 북한은 우리 정부에 식량 원조를 요청해 놓고 있으며, 북미 직접 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결심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허락을 받아 도발을 결심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현 상황에서 왜 도발을 감행했는가. 외형적으로 보면 북한은 생존환경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탈피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유화국면으로 전환해야 하고, 미북 관계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화해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준비 중인 제재탈출 노력과 연계하여 ‘우발적 도발’로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북한의 과거도발 양상을 고려하면 우발적 도발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1999년 서해에서 대규모 군사도발을 하고 바로 1차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다. 그리고 2002년 두 번째로 서해에서 도발을 하고 난 이후 불과 100여일 뒤에 부산아시안게임에 미녀응원단을 보내 대남 유화정책을 보였다. 이러한 과거 도발양상을 고려하면 북한은 대외적으로 유화정책을 준비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군사적 도발을 했던 것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유화국면을 준비하면서 왜 도발을 하는 것인가. 유화국면은 북한 주민, 간부, 군인의 군사적 긴장을 이완시킨다. 자원이 부족하여 극도의 내핍생활을 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북한 체제는 지속적으로 긴장을 확대 재생산한다. 내일이라도 우리 국군과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략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화국면은 이러한 군사적 긴장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래서 북한은 긴장유지를 위한 예방적 조치로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지난 10일의 도발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적대적 정책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에 대화와 경제 원조를 요청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말은 못해도 북한당국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고, 보스워스 대사가 북한 강석주 부외상을 만난다. 북한 군인들은 미국과 대화에 목을 매는 북한체제를 보고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북한주민, 군인, 관리들의 심리적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다고 본다.
한국은 북한의 도발과 관계없이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대북정책 기조를 일관성 있게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근본적인 체제변화 유도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서해에 총성이 멈추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를 속이면서 주민들을 긴장시키려는 얕은 군사적 술수를 버리고 진정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백승주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 연구센터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