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비콘 고등학교 (Beacon School) 10학년에 재학 중인 마 린(16)양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코리안 싱어를 분석, 소개하는 전 세계 한국 한류 음악팬들을 위한 글로벌 가요 전문 사이트 (allkpop.com)의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근 기사에서는 ‘과연 미국에서는 어떤 아이돌 그룹이 성공할 수 있을까? (Which idol group could make it in America?)’ 라는 제목으로 원더걸스, 2NE1, 빅 뱅 등의 장단점을 심층 분석해 수 만개의 조회 수와 수백 개의 댓글을 이끌어내는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뉴욕의 연예계와 헐리우드를 종횡 무진할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저널리스트 마 린 양을 소개합니다!” 라고 이번 기사의 제목을 거창하게 뽑는다면 린 양은 좋아하기는커
녕 “ 아닌데요. 저는 가수, 그것도 아주 유명한 셀리브리티(Celebrity)가 되는 게 꿈인데요”라고 불만스러워 할 것이다.
이번 펌프 업의 주인공은 그동안 이 지면을 장식했던 많은 한인 꿈나무 청소년들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미스 유니버스 참가자들이 항상 소망을 물으면 ‘세계 평화’라고 대답하듯이 (에세이, 과학, 음악, 미술,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 동안의 펌프 업 주인공들은 남과 미래를 위한 활동을 지향한다고 대부분 소망을 밝혀왔다. 그런데 린 양이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파파라치도 쫒아 다니게 하고, 광팬들도 이끌고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의사와 성악가를 꿈꾸는 소년, 소녀들의 진정성과 순수함을 절대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생각해보자. 10대 청소년에게 의사나 성악가가 정말 팝스타 보다 진정으로 매력적으로 비쳐질까? 너무나 가수나 영화배우를 좋아하면서도 많은 청소년들이 왜 그 길을 가지 않을까?
아마도 너무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은 아닐지. 물론 의사와 예술가의 길도 어렵고 험난하다. 그러나 그 길을 택하는 것은 ‘열정’이라기보다는 현명함과 영악에 가깝지 않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 뉴욕에 온 린 양이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절대적으로 유튜브의 영향이다. 2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 한국 가요를 접하더니 아예 그 길로 나서기로 마음을 정한 것. 린 양의 어머니 김미경씨는 아직까지 외동딸과 큰 마찰은 없었지만 내심 아주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여성지 편집장까지 지낸 김씨는 절대 보수적인 스타일의 엄마는 아니고 대범하고 개방적으로 딸의 생각을 받아주는 편이다. 연예인과 좀 더 근접조우를 하겠다고 친구들과 헐리우드 원정까지 기획하는 딸의 열정이 귀엽고 기특하기도 했다.
다만 ‘턱도 없는 실력으로’ JYP의 오디션에 도전했을 때는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을 길거리에서 대기한 딸이 오디션장에 들어간 지 1분도 되지 않아 하얗게 얼굴이 질려 나올 때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발 벗고 지원하고 나설 수도, 뜯어 말릴 수도 없던 엄마는 조심스럽게 “ 린아, 셀리브리티를 인생 목표로 삼는 거는 로또 당첨되는 거를 인생 목표로 삼는 거랑 비슷해서 너무 위험부담이 많은 거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그래서 딸이 allkpop.com 기자가 되는 순간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한국 연예인에 대한 기사를 쓰려면 일단 한글을 많이 읽어야 하니 한글공부 돼서 좋고, 동시에 영어 작문 연습을 하게 되니 영어 공부돼서 좋지 않은가. 무엇보다 린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 이야기를 쓰는 일이고, 이걸로 린이의 가수 열망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도 한몫 했다. 엄마는 “린아, 이거 너무 잘한 것 같다. 너무 잘됐어. 마린이 기자 탄생”하고 추켜세웠다. 그러자 딸의 반응은 “엄마, 인생 너무 쉽게 살려 그러지 마. 애 너무 쉽게 키울려 그러지 마. 나 이거 연예인 될려고 하는 거야” 였다.
린 양은 결코 철딱서니 없는 10대가 아니다. 그 또래가 나타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판단력과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똑똑하고 현명한 청소년이다. 오히려 현명한 충고랍시고 “인생 쉽게 살아라”라고 부추기는 어른들이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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