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만난 나의 책 독자 조를 만나 오랜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오니 오후 4시이다.아무리 피곤해도 오후 5시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미사 장소인 Wajang Room에 갔더니 아직 20분 전인데 약 30명이 미사참례를 위해 벌써 와 있다. 5시 정각에 미사를 시작했을 때는 약 70명에 가까운 숫자가 모였다.
나는 강론도 성약 하고 약 40분만에 미사를 끝낸 후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곧장 나의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누워 쉰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잠을 깨고 보니 밤 9시경이 되었다. 약 3시간을 정신없이 잔셈인데 꿀맛같은 달콤한 단잠이었다.
점심을 먹은 지가 7시간이 지났다. 24시간 문을 여는 뷔페 식당은 10시 가까이 된 늦은 밤인데도 붐비고 있다. 식성 좋은 분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뷔페 식당을 들락날락 하면서 음식에, 아이스크림에다 먹고 싶은 데로 먹는다.
나는 구운 닭다리와 빵, 크램차우더를 가지고 저녁을 맛있게 잘 먹은 다음 메일 박스를 확인 하려고 유람선 디렉터 사무실에 들렀다. 이 사무실에 성직자(clergy mail box)가 있다. 유람선 지도신부에게 공지 할 사항이 있거나 또는 관광옵션에 지도 신부에게 무료표가 나왔을 때 지도신부의 우편함에 넣어 둔다. 나의 우체통을 확인해 보니 내일 8시30분에 일단 반 고흐 홀에 모이는 카약(Kayaking)을 즐길 수 있는 표가 들어있다.
카약은 2시간 30분 걸리고 가격은 400달러인데 나는 지도신부이기에 무료다. 실은 카냑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카약이란 이름이 생소했기에 실은 호기심에서 선택한 것이다. 8시30분 홀에 가서 함께 갈 일행이 한 조가 되어 검색대를 거처 밖을 나갔을 때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소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오늘 일행은 13명이다. 유람선 밖을 나왔을 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가 될 정도로 차가운 기온이 바람과 함께 나의 얼굴을 스칠 때 내가 바로 알래스카에 온 것이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전신을 파고들면서 한기를 느끼게 한다. 소형버스를 타고 산속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약 30분 정도 가니 바닷가 허름한 창고같은 건물이 있는 곳에 버스는 멈춘다. 안내자의 안내로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각자 고무로 된 긴 바지를 나누어 준다. 일단 입고 바닷가에 대기하고 있는 고무보트를 타고 약 30분 정도 쾌속으로 달려가는데 살을 에어내듯 차가운 강한 바다 바람이 온몸을 파고들면서 잠시 한기에 덜덜
뜰 정도였다. 조막만한 섬들이 몇 겹으로 둘러쌓인 잔잔한 해안가에 우리를 내려 준다. 도착하지 마자 우리일행을 기다리던 젊은 여자선생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구명조끼를 각자 나누어 주면서 카약 타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이때 카약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순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같이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자칫하면 바다 위에서 배가 뒤집어질 수가 있는데 그렇다면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되기에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일행이 카약을 즐기고 돌아 올 때까지 바닷가에서 추위를 이기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안내 선생에게 나는 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생이 하는 말이 자기하고 함께 타자고 하면서 타길 강하게 권한다. 카약 하나에 두 사람이 탄다. 안내선생은 카약 전문가이기에 함께 타면 별 어려움이 없겠다고 판단해서 생각을 바꾸었다.
카약은 일반적으로 나무나 동물가죽을 입힌 고래 뼈로 만들었는데 오늘날에는 주로 플라스틱, 알루미늄 또는 섬유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배다. 2사람이 타도록 앞뒤 2개의 좌석이 있고 양쪽은 길고 뾰족하게 설계되어 있다. 노를 젓는 노봉은 일자 모양의 손잡이가 있고 노 양끝은 약간 얇고 편평하며 주걱같이 되어있다. 노봉을 쥔 양쪽팔 중 노 봉의 한쪽을 물 속으로 깊게 넣고 물을 제치면서 올라오는 동시에 다른 팔의 노 봉 끝을 물에 깊게 넣어서 물을 밀면서 올리는 동작을 연속적으로 할 때 앞으로 나아간다. 수백 년동안 여행이나 운동수단으로 사용되었고 1866년 스코틀랜드의 존 맥그레거(John MacGregor)란 사람이 고안한 운동경기용 카약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1824년에는 국제
카냑연맹이 설정되었고 즉시 유럽에서는 운동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하게 되었고 결국 1936년 독일 베링올림픽에서 메달종목으로 정식채택 되었다.
카약 전문가인 안내 선생은 뒤에 타고 나는 앞에 타서 노봉을 저으면서 해안에서 바다로 나아갔다. 물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선생이 노봉을 젓는 데로 배는 서서히 움직이며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다. 처음에는 나도 무척이나 서툴었지만 즉시 조금씩 요령이 생겨 안내 방향에 따라 하는데 점점 재미가 생긴다. 작은 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바다이기에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청정바다 위에 오늘 따라 청명한 날씨를 마음껏 먹으면서 카냑을 즐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나 다름없다.
창조주의 무궁무진한 창조의 솜씨는 세계도처 어디를 가든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오늘 알래스카의 청정 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껏 관조하면서 카냑을 즐긴다는 것은 내생에 도저히 잊을 수없는 축복의 순간인 주님이 베푸신 귀한 선물이다. 배의 폭이 원체 좁은데다 배의 길이가 길어서 자칫하면 배가 뒤집어 쉽게 물에 빠질 위험도 있고 노 봉을 잘못 저으면 엉뚱한 곳으로 배가 가기도 하기에 만약 나 혼자 노봉을 젓고 다녔다면 틀림없이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고 짐작이 간다. 바다와 접한 섬의 가장자리에는 이름 모를 바다 생명체들인 해초들이 바다 물에 드리워져 있고 물 속에는 수많은 각종 바다 생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바다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맞이하는 불청객인 우리들 모습의 그림자들이 바다 속으로 드리워질 때 바다 물 속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은 마치
신기한 듯 너무나 순진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미소로 우리를 반기는 것 같다. 물 밖의 세상을 전연 모르는 채 주어진 생명이란 운명에 한치의 요령도 없이 절대적으로 순종하면서 본인들의 생명을 즐기고 만족하는 듯 주님이 안배하시는 티없는 평화를 잔뜩 머금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어느 듯 2시간 가까이 흘렀다. 아름다운 청정 바다 위에서 주어진 주변의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서 온종일 카약을 했으면 하는 생각들을 일행 13명이 한결 같이 하는 것 같다. 끝내는 것을 모두 다 아쉬워한다. 우리 일행 13명 전원은 7척의 배를 해안가에 대고 구명조끼를 반납했다. 나는 특별히 안내 선생께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13명 각자 나름대로 4-5달러씩 사례를 표시하는데 나는 20달러를 주었다. 오늘 즐겼던 카약은 값진 경험이었다. 조금 있으니 우리를 이곳 까지 데려다 준 고무보트가 왔다. 고무보트를 타고 이 곳까지 올 때
와 같이 쾌속으로 약 30분 정도 달리는데 카약을 즐겼던 곳을 벗어나니 추위를 동반한 강풍이 불어 닥치는데 온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다. 돌아오는 도중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배멀미를 하기시작 좁은 고무보트 안에서 한수간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비닐봉지를 가진 분이 있어서 도움을 주면서 더 이상 별다른 일없이 출발했던 해안가로 다시 돌아왔다. 이곳에서 각자가 입은 긴 고무바지를 반납하고 이미 대기하고 있은 소형버스를 타고 유람선으로 돌아오니 12시30분경이다.
나를 포함해서 13명 일행 모두가 한결 같이 평생 잊을 수없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들 만족해 한다. 이렇게 오늘도 주님의 특별한 배려로 난생 처음 카약을 즐긴 것도 유람선 지도신부로서의 보람을 진하게 경험해본 멋있는 날이기도 했다.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이란 거대한 유람선 회사에 속한 유람선의 지도신부로서 알래스카를 이번을 포함해서 4번째 온 셈이다. 유람선여행은 많은 경비가 지출되기에 일반적으로는 유람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유람선 지도신부이기에 모든 경비가 무료다.
나는 알래스카행 유람선뿐만 아니고 지중해 여러 나라와 멕시코 연안 도시 등 여러 차례 유람선 지도신부로 다녔지만 알래스카행 유람선을 4번이나 탄 이유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캐노피 & 짚 라인, 카냑이외도 바다와 밀림을 이용한 위험과 스릴이 있는 옵션들은 알래스카에서만 즐길 수 있다.그간에 나의 알래스카 유람 여행기를 통해 유람여행을 함께 했던 독자 여러 분들과 연재를 해준 뉴욕 한국일보에 감사한다. <끝>
카약을 타고 기념사진을 찍은 정광영 신부.
유람선 마지막 날 유람선내 수고하는 승무원의 대표자들을 소개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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