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육의 소중한 기회
어릴때 시작하면 효과 커
미국에는 요즘 여성 우월주의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아들 선호 사상이 그렇게 강하던 한국에서도 이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여성의 한사람으로서 이 현상을 반기기에 앞서 아들만 둘인 부모로서 다소 걱정이 된다.
남성우월주의가 그랬던 것처럼, 남녀의 차이를 놓고 우열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에 따라 다른 특성은 보는 관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불리한 입장에 있었던 여성의 위치는 개선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진 것 같다. 특히 현대의 교육방법은 남자아이들의 특성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아 남자 아이들이 자질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몇 년 전 타임지에서 ‘십대 문제아 아프리카에 유학보내기’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미국 대도시의 말썽장이 십대 흑인 남자아이들을 아프리카에 보내 교육하였더니 아주 모범생이 되어 돌아왔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정글에서 캠핑을 하는 등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현지의 남자교사들의 그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다르다. 내가 가르치는 프리스쿨에서도 여자 아이들은 언어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남자 아이들보다 빠르고, 옷 입는 일, 화장실에 가는 일등을 혼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인간관계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상관없이 레고 블록이나 퍼즐을 맞추는 일에 열중하고, 자동차나 기차, 공놀이 등 동적인 물체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교사를 말을 따르기보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육체적인 활동을 좋아하며, 감정이 격렬한 편이다.
우리 반 아이 중에 아침마다 활짝 웃는 얼굴로 뛰어 들어오는 아담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아담은 집에 갈 때마다 교사들을 꼭 안고 가는 다정다감한 아이이지만, 교실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소리를 지르거나 장난감을 쏟거나 해서 아수라장을 만들곤 하였다. 아담은 외모부터 아버지를 쏙 빼닮아, 그 아버지는 아담이 자기 아이가 아니라 입양한 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도 곧잘 하곤 했다. 아담의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자상한 분인데, 아담이 자기 어렸을 때와 똑같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담이 지루해할 때, 물뿌리개와 걸레를 주어 창문을 닦는 일등의 일거리를 만들어 주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남자 아이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책임감, 독립심, 근면함, 인내심등을 기르는데 집안일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 뿐 아니라, 학령기 전의 아이들은 연필과 종이보다는 놀이를 하며 배우므로, 아이와 집안일을 함께 하며 말하기, 셈하기 등을 가르치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에 집안일을 시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건 남자 아이들뿐 아니라 여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공부나 방과 활동을 하느라고 집안일을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려서 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자란 아이는 그것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힘들이지 않고 하게 된다. 처음엔 부모가 도움을 받기보다 오히려 일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인내심과 시간을 가지고 하다보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큰 도움을 받게 된다.
걸음마를 겨우 익힌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집안일은 어떤 놀이보다도 흥미롭게 보여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이 나이 때부터 자기의 옷을 혼자 입거나, 장난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일등을 하도록 하면 좋겠다. 우리 반의 꼬마아이들은 교실바닥에 쏟아진 모래 등을 쓸려고 내가 빗자루를 꺼내오면 서로 하겠다고 야단이다.
가정에서 어머니가 아이와 할 수 있는 집안일 중에는 빨래개기보다 더 좋은 놀이가 없다. 우리 집 아들 둘은 어렸을 때,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빨래를 한 소쿠리 마루에 쏟아 놓으면,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온돌방에 이불을 깔아놓고 동생들과 장난을 하듯 좋아 했다. 아이들은 빨래개기를 하며 셈하기, 분류하기, 도형 만들기 등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빨래더미에서 각 식구들 것을 분류하고, 양말 짝짓기를 하고, 아빠 셔츠는 몇 개? 형 팬티는 몇 개? … 어? 다섯 개 빨았는데 왜 세 개 밖에 없지? 두개는 어디 갔나? 직사각형 타월을 반으로 접으니 정사각형이 되었네… 이러다 보면 산수공부도 하고, 말하기 공부도 하고, 소근육 발달시키는 데 좋다는 종이 접기를 하듯 빨래 접기도 할 수 있다.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는 미국의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일주일에 평균 두 시간 정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집에 손님이 온다고 하면 여자아이는 상차리는 일 등을 돕는 동안 아들은 숙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456명의 남자 아이들을 중년이 되도록 추적한 어느 연구에 의하면, 어렸을 때 집안일을 도우며 자란 남자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직업에 만족하며, 사회의 한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고 있더라고 한다.
현대에는, 딸이 자라면 가사일 뿐 아니라, 직장까지 해야 하는 것처럼, 이제 아들도 가정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자란 아들은 원만한 가정을 이루어 나갈 가능성이 크며, 가장으로뿐 아니라, 사회의 어떤 지도자로서도 손색이 없게 될 것이다.
홍혜경 <프리스쿨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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