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여 그다지 감동이 없지만, 이 말은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짧고 명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즉, 인간관계가 기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 것이다. 나무에게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사람들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행히도 현대사회는 물질 만능주의와 학벌 지상주의가 판을 쳐, 사람들이 서로 간에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별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공부 잘하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어 (이것을 욕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함께 대화하고 자녀와 관계를 맺는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물론 부모가 맞벌이하거나 취미활동,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모두 핑계일 뿐이다. 어릴 때 형성된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아이의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 만 아니라 뇌의 구조, 지적 능력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또한,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하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다.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많은 시간 보낸 아이들의 문제를 다룬 연구에서 ‘이런 아이들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진정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어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로 간에 진정한 마음의 대화를 나눌 때, 이것을 통해 서로 따뜻함과 기쁨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의 대화가 쉽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특히 어릴 적부터 자기 마음을 여는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대화가 참으로 어렵다. 대화가 많고 따뜻한 가족 분위기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건강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가족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매우 많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의식하여 말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 헤엄은 안친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체면을 중시해 왔다. 한국 사람에게 체면이 대인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면으로 인해 자기의 연약함이나 아픔을 진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서양 사람들도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그렇지만, ‘동양사람, 특히 한국 사람이 도움이나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하여 수치감이나 거부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결론을 내린 연구를 보면 우리는 유교 (체면 문화)의 영향이 한국 사람들에게 크게 미치고 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에 총각이나 처녀가 정말 결혼하고 싶지만 체면 때문에 자기의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숨기고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려고 한다면 누구도 좋은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프고 힘들 때,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열 명중에 한 명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에 어릴 적에 자신을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열고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기를 당부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유교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사이에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사랑해”, “미안해”, “보고 싶었어”, “고마워”와 같이 진정한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라도 건네 보기 바란다. 물론 진정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용기와 이해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부부 상담을 할 때, 인내를 특히 중요하게 여겨 내담자들에게 좀 더 인내할 것을 항시 이야기한다. 사람이 한 순간에 변하기 어렵다. 오래된 습관이 오랜 훈련과 많은 노력을 통해서 바꾸어지듯이 사람의 변화도 오랜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이 참된 진리를 깨닫고 자기에게 오기를 오래 기다린다’라는 말씀이 이런 뜻일 것이다.
미국 한인사회에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마음의 갈등, 상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워싱톤 가정상담소 김 에밀리, 채기병 카운슬러가 매 주 “마음의 대화”를 통해 따뜻한 상담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나누지 못한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고민들을 kafcounseling @gmail.com으로 보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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