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과 스릴이 넘치는 캐노피 &짚라인 모험을 즐긴 후 유람선으로 돌아오니 오후 1시30분경이 되었다.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9층 부페식당으로 갔다. 음식을 골라 식당 창가에 앉았다. 너무나 일찍 아침을 먹었고 또 고공질주 모험을 하면서 10코스 중 1-2코스는 케이블 위에 몸이 매달린 채 오도 가도 못하면서 느낀 공포와 긴장으로 기진맥진 한 상태에 안간힘을 다해 케이블에 매달렸기에 피곤하고 시장하기도 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데 어느 한 분이 자기가 먹는 식판을 들고 가까이 오면서 ‘당신이 정 안토니오 신부님이냐?’고 물으면서 식탁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비어있는 자리를 가르치면서 앉으라고 친절하게 권했다.
유람선은 이미 다른 도시를 향해 출항을 시작했다. 자기 이름은 조(Joe)라고 소개하면서 신부님의 책을 구입한 다음 신부님이 살고 있는 사제관으로 찾아가 책에 사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묻는다. 갑작스럽게 묻는 질문에 순간 나는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기는 영어로 된 책 Whom Do You Seek? 을 가톨릭 서점에서 구입해서 읽었다고 한다.
결혼 첫날밤을 호텔에서 보내고 있는 젊은 신혼부부를 살해한 미스터 수우(Mr.Seu)가 검거 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신부님이 교도소에서 살인범 미스터 수우와 주고받은 대화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참으로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한다.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가톨릭 친구가 ‘저기 혼자 앉아 식사 하는 분이 유람선 지도 신부인 파더 앤소니(Father Anthony)라고 귀띔 해주어 한참 살펴보고서는 자기가 읽은 책 Whom Do You Seek? 의 저자 신부라는 점을 알았기에 식탁으로 찾아 왔다고 한다. 조는 원래 가톨릭 신자인데 오랫동안 교회를 멀리하다가 Whom Do You Seek? 을 읽고 깊
은 감명을 받고서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나를 만난 것을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신부님이 쓴 책 마지막 장에 살인자 미스터 수우를 순교자라고 표현하면서 그가 사형당하는 장면을 표현 했더군요. 신부님께서 신혼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형수를 순교자라고 표현한 점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감동되는 글귀였습니다.”그러자 조와 함께 식사를 하는 존(John)이란 중년신사도 우리 식탁에 합세를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나는 1791년 사제서품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후 교구 내 2개의 본당을 맡고 겸해서 교도소 지도 신부가 되었다. 1972년 10월부터 매주 한번씩 교도소에 나갈 때 교도소 소장의 부탁으로 신혼부부를 살해한 아주 거칠고 난폭한 사형수 미스터 수우를 교화 시켜 주면 좋겠다는 청을 받았다. 그래서 교도소 소장의 청을 받아들여 매주 한번씩 그를 만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점차 미스터 수우의 마음에 변화가 오기 시작, 결국 그를 만나기 시작한 이래 9개월이 지난 1973년 7월 15일 스티븐(Steven)이란 영세명을 받고 나에게 영세를 받았다.
9개월 전 내가 그를 처음 교도소에서 만났을 때와 9개월이 지난 영세를 받는 오늘의 그를 비교하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영세 받은 시간부터 미스터 수우를 스티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영세한지 약 7개월이 되는 1974년 2월 28일 이른 아침에 교도소 소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스티븐이 오늘 오전 10시에 사형이 되는데 신부님이 참석해야 합니다”1년 6개월 동안 매주 한번씩 만나 대화를 나눈 그가 오늘 사형을 당하는 장면을 지켜본다는 것은 나로서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오늘 사형장면을 보게 되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그순간부터 스티븐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시작한다. 만약 사형 당하는 순간을 감당하기 힘들어 그간에 열심히 믿어 왔던 주님을 원망하고 주님을 배반한다 하더라도 스티븐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님의 나라로 불러들여 영원한 삶을 허락해 주십사 하는 기도였다.
교도소에 가니 형 집행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연기 되었고 오후 2시부터 4명의 사형수를 30분 간격으로 사형을 집행한다. 스티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명은 개신교 신자라고 한다. 그의 처형은 마지막 차례다. 한 사람씩 교수형으로 처형을 시키고는 형장에 있었던 형집행관을 비롯한 검사와 교도소 소장이 소장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사형당한 3사람 모두 사형을 당할 때 별 저항 없이 죽음을 잘 맞이하더라는 이야길 주고받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고민이 있다. 만약에 스티븐이 사형당할 때 극한적인 어려움을 순간 견디지 못해 발버둥을 치면서 강한 저항을 하다가 죽으면 형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결국 개신교와 가톨릭을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설형 사형 순간에 격심한 반항과 주님을 배신하는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주님은 그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 주님 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허락 해주십사 하고 절실한 기도를 바쳤다.
개신교 예배를 마치고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말씀을 각자 느낀 대로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성경말씀을 서로 나누는데 많은 경험이 쌓였기에 성경말씀을 각자 느낀 대로 교환하는데 상당히 숙련되어 있다. 각자의 생활현장과 연관시켜 성경말씀을 잘 응용하는데 익숙하기에 성경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점들이 가톨릭 신자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톨릭 예배는 미사가 전부인데 가톨릭 미사 때 말씀의 전례가 차지하는 시간은 미사 전체시간에 불과 15-25분 정도다. 말씀의 전례에 일반 평신자가 참례하는 기회는 고작 독서 낭독과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는 시간이며 그것마저도 신자들 중 선발된 몇 사람만이 참례하게 된다. 신자들이 미사를 참례하는 것 외는 신자들이 성경을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거의 드문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성경지식이 빈약한 것도
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 회(1962.10.11-1965.12.8.)이후 가톨릭 교회 모든 평신자들도 성경을 읽고 배우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기에 크게 다행한 일이다. 성경지식을 많이 안다는 자체만으로 개인의 구원을 보장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성경을 많이 읽고 성경의 내용을 올바르게 터득하면 할수록 그만큼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며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생
활에 자신감을 얻을 수있다.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각자 신앙생활의 귀한 영적양식을 섭취하게 되면 자연히 신앙의 올바른 행동이 뒤따르게 되며 명실공이 믿음과 실천이 함께 병행하게 되는 참된 믿음의 삶이 되리라 믿어진다. 무엇보다 성경을 즐겨 읽는 분들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말씀의 귀중한 내용을 지나치게 아전인수식으로 알아듣고 알아듣는 내용을 너무나 강하게 주장하는 모순에 빠질 수가 있다. 성경말씀의 원저자인 예수님의 뜻과는 아주 상반되는 내용이 마치 예수님의 뜻과 완전히 합일되는 것처럼 주장하고자 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예수님의 말씀을 대하는 자기 나름의 양보할 수 없는 이해와 견해에 따라 자연히 해석을 달리하는 사람
들 끼리 끼리 분열이 생겨날 소지가 언제나 가능하다.
성경을 읽고 성경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그로 인해 예수님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예수님을 더욱 가깝게 뫼시면서 예수님과 더불어 함께 사는 마음가짐은 예수님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용기와 겸손이 절대로 필요하다. 10명으로 구성된 주일 예배를 주관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이 보관된 성경과 일상생활을 함께 살고 계시는 이분들의 성경을 사랑하는 마음에 나름대로 잊을 수없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개신교 신자를 위한 짤막한 예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 신부가 개신교 예배를 주관해보는 경우는 사제생활 전반을 통해 지극히 드문 일이다. 유람선지도신부가 된 인연으로 개신교 예배를 이번이 두번째로 주관을 해본 것이다.
이로 인해 갈라진 형제교회를 이해하고 또한 가톨릭의 필요이상의 종교적인 기득권이란 아집을 나름대로 반성해 보는 것도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가톨릭의 과거 지나친 독선에서 비롯된 잘못된 오류를 미봉하면서 지나친 호 교론 적 입장만을 염두에 두고 갈라진 형제를 설득하려 한다면 진정한 교회일치에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당신의 귀중한 삶을 십자가위에서 완전히 포기하면서까지 만인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최고 우선에 두고 갈라진 주변형제들을 보아야한다. 독선과 아집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수그리스도가 세우신 교회의 일치에 균열이 생기는 걸림돌이 되어왔다.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원하시는 교회의 일치를 도모하기위해 각자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 선행되면서 비워진 마음의 공간 안에 그리스도를 편안하게 영접하려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 일요일 아침 8시 주일 미사, 9시30분에는 개신교 예배를 주관하고 나니 오전 11시경이 되었고 피곤이 겹치면서 몹시 시장했다. 나는 아침식사를 위해 11층 Ido 라는 뷔페에 가자 그곳은 여전
히 유람객들로 분비고 있다. 식판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마침 자리가 비어있는 창가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맑고 청명한 날씨에다 바람마저 없는 해맑은 날이다. 6월 17일 오후 1시50분 경 유람선에 승선하여 오후 5시경 알래스카 항해를 시작한 이래 계속 강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험상궂은 날씨였던데 비해 오늘은 유별나게 아름다운 평온한 날씨다. 유람선 뷔페식당 창가 식탁에 앉은 나는 좁고도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육중한 유람선이 마치 절묘한 묘기를 부리듯 신속하게 빠져나가며 사정없이 달리는 유람선을 보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진다. <계속>
함께 식사를 마치고 유람선 승객들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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