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학비이다.
LA지역 명문 사립학교들의 연 학비는 최근 2~3년간 2만5,000달러 선을 훌쩍 넘어섰다. 한인 학부모들에 잘 알려져 있는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스쿨의 올해 학비는 2만7,825달러. 여기에 책과 점심 식사대 그리고 스쿨버스 요금 등을 포함하면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3만2,000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계산이다. 등록금은 또한 매년 5% 정도 인상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현재 7학년 학생이 졸업생이 되면 지금보다 30% 정도 인상된 학비를 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한인을 포함한 많은 학부모들은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안달이다. 하버드 웨스트레이크의 경우 매년 200여명의 신입생들을 받아들이는데 각 자리마다 3∼4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이런 이유로 일반 서민들은 일찌감치 자녀들의 사립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재정보조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명문 사립학교들은 학교 운영예산의 약 10%를 재정보조 프로그램에 책정,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학교들은 학비 전액을 보조해 주기도 한다. 명문 사립학교들의 재정보조 시스템을 알아본다.
학비 등 연 3만달러 이상 들어 신청서·세금서류 등 제출하면
필요한 지원 액수 통보 받아
경기침체 탓 펀드 줄어들어 학교 측서 지원 거의 못받아
우수학생 입학 포기 잇따라
▲재정보조 현황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은 현재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격고 있다. 전반적인 불황과 주식시장의 침체로 학교 재단의 펀드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현재 재학생들의 일부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을 돕기 위해 재정보조 프로그램을 재학생 위주로 돌리면서 신입생에 대한 재정보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일부 사립학교에서 이번 2009년 가을 학기 입학생들 가운데 재정보조를 신청한 학생들에게는 입학을 거절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LA한인타운내 한 사립 초등학교 관계자는 “모든 점수 및 자격에서 최우수 조건을 가진 여러 명의 한인 학생들이 재정보조를 받지 못해 명문 사립학교로부터 합격 통지 받고도 그 학교의 입학을 포기했다”며 “LA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현재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꼭 재정보조를 받아야 할 경우 입학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필요한 금액의 재정보조를 받지 못할 경우 에퀴티 융자나 학생융자 등을 받아 필요한 금액을 충당했지만 최근 융자시장이 악화되면서 에퀴티 융자나 사립 중고교 학생융자를 받기도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등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첫 2년 동안은 재정보조를 포기하고 향후 경제가 개선되면 다시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학교에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고 신입생 후보 학부모들에게 밝히고 있다.
▲재정보조 신청 요령 및 과정
사립학교의 재정보조 신청 요령은 대학에 진학할 때 작성하는 ‘FAFSA’ 신청서 작성과 매우 비슷하다.
전국 독립학교협회 웹사이트(nais.org)를 통해 FAFSA와 비슷한 ‘SSS 부모 재정 성명서’라는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SSS는 FAFSA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현재 수입, 자산 등 개인 내용을 신청서에 올리면 SSS 측에서 학부모가 1년에 학비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 학교와 학부모에게 이 내용을 보내 준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은 SSS와 함께 연방 세금보고와 W-2 서류, 1099 서류 등을 추가로 요구한다.
얼마나 재정보조를 받을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1년에 3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한다. SSS 작성 결과 부모가 1년 학생을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7,000달러로 추산됐다. 나머지 2만3,000달러는 학교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교들이 요즘 재정상의 문제로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다. 즉 2만3,000달러가 아니라 5,000달러 정도 밖에 지원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학부모가 나머지 1만8,000달러를 마련해야 하며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못하면 사립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
한편 사립학교는 대학과 달리 학교가 아닌 재단이나 기관에서 수여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인데 역시 전국 독립학교협회 웹사이트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재정보조 신청과 입학 사정
많은 명문 사립학교들은 우선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고 있다. 그와 함께 LA사회를 반영하는 다양한 인종·사회·지리·경제적 배경의 학생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타운 인근 유명한 여자학교인 말보로 스쿨의 경우 재학생들이 90가지의 다른 우편번호(ZIP code) 지역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재정보조가 필수적인데 문제는 최근 어려워진 학교들의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재정보조 프로그램이 신입생들에게 잘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대부분의 명문 사립학교들이 학교 운영예산의 약 10%를 재정 보조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보조가 필요한 학생들을 심사·입학하는 절차는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따로 심사, 입학 경쟁이 일반 학생들보다 더 심하다. 가정에 재정 능력이 없고 또 학교에서 보조해줄 수 없으면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입학사정 때 첫 단계에서 모든 학생들을 재정보조 신청여부와 관계없이 심사,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합격시킨다. 일단 학생의 재정상태가 합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NAIS의 서부지역 디렉터 헤더 로저스는 “대다수의 학교들이 입학사정과 재정보조 신청을 따로 심사하기 때문에 재정보조를 신청하더라도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독립 기관에서 학생들의 재정 필요를 판단, 입학사정과 별도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단 합격이 되어도 학교 측에서 해당 신입생에게 줄 수 있는 재정보조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입학이 어려운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쿨들은 등록금을 8~12회까지 나눠 지불할 수 있는 할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학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재정보조를 갱신하기 위해 매년 신청서와 세금서류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입학할 때 재정보조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재정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졸업할 때까지 보조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처음 지원할 때부터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두현 기자>
최근 열린 사립학교 설명회에서 ‘전국 독립학교협회’(NAIS)의 서부지역 디렉터 헤더 로저스가 사립학교 재정보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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