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TV 스튜디오 해설가 데이빗 웰스 박찬호가 게임 MVP
다저스 추격에 찬물 끼얹은 1이닝 1K 완벽투
‘코리안 특급’이 불사조보다 더 화려하고 힘차게 부활했다. 승패의 저울추가 벼랑 끝에 걸려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팀의 부름을 받은 박찬호(36,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코리안 특급’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절정의 구위를 선보이며 ‘친정팀’ LA 다저스의 역전 꿈에 찬물을 끼얹었다. 필리스는 승부의 고비에서 박찬호의 눈부신 구원투와 곧 이어 터진 이날 두 번째 3점포를 타고 다저스를 8-6으로 꺾고 기선을 잡는 첫 승을 따냈다.
15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1차전에서 박찬호는 필리스가 5-4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7회말 무사 2루의 위기에서 필리스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하나면 동점을 허용하는 이날 승부의 최대 고비 상황이었고 다음 타자는 바로 전 타석에서 투런홈런을 터뜨린 다저스 거포 매니 라미레스였다. 더구나 박찬호는 시즌 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난 9월16일 이후 거의 한달 간 마운드에 서지 못해 실전감각이 무뎌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찰리 매뉴얼 필리스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최대 위기에서 박찬호를 불러올렸고 박찬호는 그 믿음에 생애 최고의 역투로 보답했다. 1이닝을 삼진 1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냈고 그가 올라올 때 2루에 있었던 안드레 이티어는 이닝이 끝날 때까지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역전의 기미로 열광의 도가니였던 다저스테디엄을 완전히 침묵시킨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
박찬호는 이날 다저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말 그대로 ‘힘’으로 윽박질러 날려버렸다. 라미레스를 상대로 차례로 시속 94, 95, 95, 95마일을 찍은 불같은 강속구를 모두 몸쪽에 붙여 4구만에 3루땅볼로 잡아낸 박찬호는 이어 맷 켐프를 6구만에 97마일짜리 ‘라이징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케이시 블레이크는 5구만에 2루땅볼로 처리, 완벽하게 불을 껐다. 15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는 이 가운데 12개를 시속 94마일을 상회하는 강속구로 던졌고 이중 5개는 시속 96마일, 1개는 97마일을 찍었다. 다저스 클린업 트리오를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린 절정의 피칭이었다.
최대 고비를 넘어선 필리스는 곧바로 8회초 공격에서 다저스의 5번째 투수 조지 셰릴을 상대로 첫 두 타자의 연속 포볼에 이어 라울 이바녜스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월 스리런홈런을 터뜨려 리드를 8-4로 벌렸다. 다저스는 8회말 반격에서 2점을 만회하며 끝까지 추격의 희망을 이어갔으나 더 이상은 따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초반의 분위기는 다저스가 주도했다. 1회말 2사 1, 2루 첫 기회를 살리지 못한 다저스는 2회말 선두 제임스 로니가 필리스 선발 콜 해멀스의 몸쪽 직구를 통타, 라이트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잡는 선취점을 뽑았다. 그리고 다저스의 좌완선발 클레이튼 커쇼는 4회까지 필리스 강타선을 단 1안타로 틀어막는 역투로 박빙의 1-0 리드를 지켜갔다.
로니의 홈런 한 방 외에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던 경기는 하지만 5회 들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폭발’했다. 그리고 먼저 커쇼가 무너졌다. 5회초 선두 라울 이바녜스에 좌전안타를 맞은 커쇼는 이후 갑자기 제구력을 잃고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다음 타자 페드로 펠리스 타석에서 폭투에 이어 포볼을 내준 커쇼는 다음 타자 카를로스 루이즈에게 레프트펜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스리런홈런을 맞고 순식간에 1-3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에도 포볼 2개와 폭투 2개를 더 내준 뒤 라이언 하워드에 라이트필드 코너에 꽂히는 2루타를 얻어맞고 2점을 더 내줘 1-5로 뒤진 뒤 강판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저스 역시 저력이 있었다. 곧바로 5회말 반격에서 해멀스를 두들겨 3점을 만회, 1점차로 따라갔다. 선두 러셀 마틴의 2루타와 1사후 라피엘 퍼칼의 우전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든 뒤 이티어의 내야땅볼로 한 점을 만회했고 이어 라미레스가 좌중간 펜스 중단에 꽂히는 큼지막한 투런홈런을 터뜨려 4-5까지 쫓아갔다. 다저스는 이어 6회에도 1사 1, 2루,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후속타 불발로 무산시킨 뒤 7회말에는 선두 이티어가 라이트필드 코너에 떨어지는 2루타로 포문을 열어 역전 랠리를 시작하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서 필리스의 매뉴얼 감독은 박찬호를 불렀고 박찬호가 ‘철문’을 내리며 사실상 승부는 막을 내렸다.
<김동우 기자>
6회말 투런홈런을 날렸던 다저스 슬러거 매니 라미레스(오른쪽), 8회말 주자 2명이 베이스에 올라있는 찬스에서는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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