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1조6,000억 달러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연방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를 하는 한편 재정지출은 크게 늘린 결과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수년 내로 납세자의 담세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적자 해결의 첫 걸음은 거둘 수 있는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이다. 세수 업무를 맡고 있는 IRS가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IRS는 한해에 4,000억달러로 추정되는 탈세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IRS가 해외금융구좌 신고(FBAR) 의무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탈세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연방정부는 최근 스위스 굴지의 은행인 USB, 그리고 스위스 정부와 소송 전 합의를 통해서 스위스 은행 기밀법의 커튼 뒤에 숨어 있던 탈세 혐의가 짙은 미 납세자 4,500명의 정보를 얻어 냈다. 이들 납세자들은 스위스 은행 평균 예치금이 300만달러 수준인 부유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와 법무부, 심지어 국무부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 스위스 정부를 압박한 USB케이스는 납세자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증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오늘로 마감되는 IRS의 해외 금융자산 자진신고 프로그램도 이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금융구좌를 갖고 있는 법인이나 개인은 1년 중 한번이라도 1만달러를 넘었을 경우 이를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IRS는 끝내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되면, 무거운 벌금은 물론이고, 형사 소추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 결과 9월말 현재까지 약 3,000명이상이 해외에 있던 미신고 금융구좌를 자진 신고 했다. 신고자가 지난해 보다 30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지만 IRS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해외 금융 자산을 신고한 사람의 숫자는 예상을 밑돌았다. 그러자 IRS는 자진신고 시한을 10월 15일로 연장했다.
납세자들은 오랫동안 해외 은행구좌를 합법적인 절세수단으로 활용됐다. 사실 해외 은행구좌는 여러가지로 편리하다. 우선 납세자들이 미국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 투자할 수도 있고, 늘 변동하는 환차에 대비할 수도 있다. 특히 한인들은 한국에 연고가 있는 특수 사정 때문에 부자가 아니더라도 본인 명의 은행구좌를 한국에 갖고 있는 사례가 많다.
해외에 은행구좌를 갖고 있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해외 은행구좌를 신고하면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고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고를 하면 IRS의 추가 조사에 적극 합력해야 한다. 금융구좌에 대한 자신신고를 하면 조세당국의 주목을 받게 되는 한편 당장 30개가 되는 까다로운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발생한 신고하지 않는 소득에 대해서 세금과 이자를 물어야 하고, 덤으로 해당 구좌에서 가장 액수가 많았을 때를 기준으로 이 구좌 총액의 20% 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벌금만 해도 자진신고 기간에 내야 했던 액수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액수를 물어야 한다. 게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도 있다.
IRS가 일차적으로 목표를 삼는 해외금융자산은 개인당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부유층의 음성 금융자금이다. 당장 소액 투자자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방조세 당국이 해외 금융자산을 통한 세금 탈루를 막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데다 나라간 금융자료의 공유 폭이 갈수록 넓어지는 만큼 규정준수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할 것이다.
IRS 감사에서 탈세가 문제가 되면 납세자는 대개 관련 법규를 몰랐다고 둘러 댄다. 물론 관련 법규를 몰랐다는 것이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탈세를 근거로 형사책임을 물으려고 하면 정부가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납세자가 관련 규정을 몰랐다고 하면 정부가 고의성을 입증할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김성환 /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