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야구팬들이 꿈꿔온 가을 ‘프리웨이 시리즈’는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나란히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 프리웨이 시리즈에 성큼 다가섰다. 이제 한 고비만 더 넘으면 LA의 두 형제 팀이 5번 프리웨이를 오가며 벌이는 가을 클래식이 현실이 된다.
금년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좋은 성적은 어느 정도 기대됐지만 지금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과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그리고 선수들의 분발이 이뤄낸 결과지만 이런 요소들이 잘 섞여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두 팀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조 토리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명장. LA로 오기 전 12년간 뉴욕 양키스를 지휘하면서 4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샤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 명장이라는 평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두 감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공통점은 토리와 소샤, 두 감독의 성공을 설명하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그것은 포수출신이라는 점이다. 토리는 메이저리그 19년을 대부분 포수로 보냈다. 소샤는 1980년대 다저스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포수 출신이다.
야구에서 포수는 대표적인 블루칼라 포지션이다. 경기 내내 홈 플레이트 뒤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고 전속력으로 홈으로 뛰어드는 선수들을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포수 생활 오래하면 무릎의 연골이 남아나질 않는다. 스팟라이트도 대개 투수와 뛰어난 타자들의 몫이고 포수는 뒷전이다.
그러나 포수들은 다른 포지션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산을 갖고 있다. 경기 전체를 보는 눈과 선수들을 다독일 줄 아는 인성이다. 포수는 감독을 대신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작전을 릴레이하면서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자연스럽게 키워 나간다.
뿐만 아니라 포수는 투수를 리드하면서 그의 심리상태까지 챙긴다. 집안의 엄마처럼 다른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등을 두드려 줘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들을 습득하게 된다. 대부분 스팟라이트에서 비껴나 있다 보니 음지 선수들의 심정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프로야구 명장들 가운데 포수 출신들이 유독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토리와 소샤는 물론이고 에인절스와 맞붙는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도 포수출신이다. 또 금년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기아 조범현 감독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베이징 금메달을 딴 두산의 김경문 감독 또한 포수출신이다.
토리와 소샤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선수들을 질책하기 보다는 격려한다. 공은 선수와 다른 코칭 스탭에게 돌리면서 과는 자신이 떠안는다. “팀을 이끈다는 것은 옆으로 비껴날 때를 잘 아는 것을 뜻한다”는 소샤의 말에서 이런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이들의 지도력은 한마디로 ‘소프트 리더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엘리트 출신 감독들이 흔히 빠지는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리더십을 구성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자발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때 포수출신 감독들은 이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포수출신 감독들의 성공은 다른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 남은 4팀 가운데 누가 가장 마지막에 웃게 될까. 아마도 에인절스가 아닐까 싶다. 가끔은 어떤 팀이 플레이 하는 것을 볼 때 승리를 향해 가는 운명의 팀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후 기적의 역전극을 펼친 에인절스가 바로 그런 느낌을 안겨준다.
에인절스는 지난 4월 메이저리그 경기에 첫 등판 해 승리투수가 됐던 22세의 어린 투수 닉 에이든하트를 그날 밤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는 비극을 겪었다. 디비전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모든 선수들이 외야 펜스로 달려가 에이든하트의 대형 사진과 번호판을 어루만지며 눈물짓는 사진은 팬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플레이오프 로스터 25명에다 하늘로 올라간 ‘에인절’ 닉 에이든하트까지 가세했으니 에인절스의 욱일승천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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