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있어야 생활도 변화
성취감은 새 도전의 기반
오늘도 학부모가 찾아오셨다. 아이가 영재 반에 속할 정도로 지능은 있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한 숨을 쉬었다.
오늘은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비슷한 또래의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엘레나는 아침 6시면 일어난다.
학교 가기 전에 수학문제를 단 한 시간이라도 더 풀어보고 싶어서이다. Math Olympiad 문제는 쉬운 듯하면서도 간단치 않다. 30초면 풀어내던 객관식 문제에 익숙하던 엘레나는 5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을 다 쓰지도 못한 채 머리 아파한다. 수학에 재능이 부족해서인가 자책해본다. 간신이 열 문제를 풀어보았다. 답이 맞았는지는 엄마가 채점을 해주니 학교에 다녀와서 확인하면 된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도 바쁘다. 워낙 학교가 작다보니, 6학년 때부터 학교 대표 선수가 되었다.
가을에는 배구 선수로 뛴다. 팀 연습이 없는 날에는 아카데믹 데카슬론 팀 모임에 나간다. 엘레나는 수학을 제법 한다 해서 수학 파트를 맡았다.
학원에만 가도 수학을 잘한다고 말을 꺼낼 수준은 아닌 데도, 학교에서는 잘한다고 소문이 나있다. 7학년인 엘레나는 학교에서 지오메트리를 공부하고, 집에 가서는 숙제를 마치고 별도로 알제브라 2를 공부한다. 이번 겨울에 치를 SAT를 보려면 그전에 한 차례라도 진도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장학금 프로그램에 도전할 생각이다.
화요일에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디베이트 모임이 있다. 학교 수업에 별다른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엘레나는 디베이트 클럽에 들어간 이후 무척 활달해졌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 앞에서 무언가 아는 척도 하고, 가르쳐들라고도 한다. 배구 연습 시간과 겹쳐 팀에 누가 되는 줄을 알면서, 엘레나는 먼저 학교를 나서 서둘러 모임에 나간다. 운동복을 갈아 입을 틈도 없다.
주중에 틈틈이 리서치하여 준비한 데다, 주말에 파트너인 캐서린과 오늘 저녁에 있을 간이 디베이트 대회에 연습을 마친 바 있어 자신이 있다. 매달 말 클럽 내에서 짝을 이루어 팀 대항전을 치룬다. 디베이트야 말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과 달리 매달 논쟁이 되고 있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인터넷을 뒤지며 여러 가지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세상에 눈을 뜨는 것 같다. 절친 캐서린하고는 3년 넘게 같이 디베이트 활동을 해왔다. 캐서린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여학생은 친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잘 모르는 내용을 붙잡고 서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디베이트를 시작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또래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큼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시범조라 해도 무색하지 않다. 오늘도 우승은 당연히 엘레나와 캐서린 팀에게 돌아올 것이다.
학교에서 틈틈이 숙제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집에 와서 오래지 않아 숙제를 끝낼 수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단어 공부를 시작한다.
영어의 어원을 공부해보니, 단어의 의미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외우는 데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영어의 뿌리인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이해하는 과정에 언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Ped’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는 ‘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도 신기하였다.
엘레나는 욕심이 많다. 동네 오빠가 이번에 동부에 있는 명문 보딩스쿨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였다.
지난 여름 그 오빠가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이야기하자, 엘레나는 무엇이 부족한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부지런을 떨어 보는 것이다. 이 학생은 일단 그 오빠처럼 ‘잭 켄트 쿡’ 장학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오빠의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공부도, 운동도, 그 밖의 활동도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녀 스스로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럽기만 하다.
삼 일, 아니 한 달여를 넘기고도 아직도 기를 쓰는 딸이 엄마에게는 안쓰럽다 못해 신기하기만 하다. 아침에도 코피를 바가지로 쏟고 학교에 갔었는데, 늦은 밤까지 수학 문제를 붙잡고 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니 정말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택도 없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렸는데 말이다.
어느덧 쑥 커버린 큰 딸을 바라보며, 이 아이가 내 꿈을 꼭 이루어줄 것만 같은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마치 딸이 엄마의 지난 10년을 보상해주는 것 만 같았다.
엘레나는 오늘도 하루가 즐겁다. 얼른 학과 공부를 마치고, 하고 싶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베이트도 재미있고,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재미있다. 여름부터 시작한 스패니시 배우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하루가 짧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엘레나가 될 수 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와 같이 준비된 또 다른 아이들과 그룹을 이루며 세상을 준비할 수 있다. 그 목표가 전국 단위의 장학금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다음 달에 치러질 수학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다면, 말리지 말라. 우리 아이 준비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격려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213)38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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