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은 미국을 어떻게 보고 있나.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줌으로써 유명해졌다면 유명해진 연구조사기관이 있다. 퓨 리서치 센터다. 거의 해마다 국제적인 여론조사를 해왔다. 그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반(反)미주의가 파고가 높다는 것이었다.
왜 반미주의가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확산되어왔나.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반미감정은 미국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정책이, 더 구체적으로 말해 ‘카우보이 대통령’ 조지 부시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 그동안 반미정서를 확산시켜왔다는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가 또 다시 여론조사를 했다. 실시기간은 ‘카우보이 부시’는 퇴장하고 스마트 외교를 표방한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권에 대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지난 6월4일 카이로 연설직후였다.
테러리스트란 말도, 테러리즘이란 말도 사용하지 않았다. 코란을 인용하면서 이슬람의 영광과 권리, 팔레스타인의 합법성, 무슬림의 종교적 권리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슬람과의 전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 세계가 환호했다. 아랍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연설 직후에 실시된 여론 조사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환호는 아침 안개 같이 사라졌다. 대다수 이슬람권 국민들은 오바마 대통령 치하의 미국에 대해서도 부시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깊은 불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미국의 역할을 파괴적으로 보았다. 미국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의 테러전쟁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테러리즘과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한다. 그런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토의 일원이다. 가장 개방됐고 또 오랜 미국의 맹방이다. 때문에 워싱턴은 EU가입을 적극지원하고 있다. 그런 터키 국민의 86%가 미국은 힘을 오용하는 ‘불리’(bully)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위선자라는 게 터키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파키스탄 인들의 미국관은 더 부정적이다. 16%만이 미국을 긍정적으로 본다. 대부분(64%)이 미국을 아예 적(enemy)으로 간주한다. 다른 이슬람 국가 국민들의 시각도 대동소이하다. 오바마 보다는 오사마 지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인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미국 정책에 대한 반감이 반미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가 진단한 반미주의의 원인이다. 그러면 그 정책 방향이 180도 달라진 오바마 대통령 시대를 맞아 반미주의가 여전히 팽배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여기서 제시되는 게 ‘반미정서의 내화(內化)이론’이다. 반미는 이슬람 사회를 형성하는 한 요소다. 이슬람권의 DNA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반미주의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이슬람권의 반미정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반미정서의 내화에 크게 일조하는 게 이슬람권의 집권세력이다. 여론정치가 발달하지 않았다. 그런 이슬람권에서 집권세력은 반미를 통치의 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반미정서의 내화’는 가장 개방적인 터키에서, 이라크,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슬람권에 공통적 현상이라는 게 게 퓨 리서치 센터 여론조사의 결론인 셈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본격적 대화에 나섰다.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화가 과연 성공할지 의구심이 앞서서다.
미국은 이란과 대화를 추구해오지 않은 게 아니다. 카터 행정부에서 레이건, 그리고 클린턴, 부시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줄곧 시도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왜. 그 체제에 대한 착각과 접근법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 체제의 속성은 그 체제가 지향하는 해외정책의 방향성을 말해주기 마련이다. 자국민의 안녕에 적극적이다. 투명하다. 법질서를 지킨다. 이런 국가는 국제협약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많은 민주체제가 그런 국가들이다.
반면 자국민의 안녕에 무관심하다. 아니, 그 기본권마저 짓밟기 일쑤다. 그런 체제는 외국의, 이웃국가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전체주의, 권위주의 독재체제의 일반적 속성이다.
국민을 희생시켜가면서 정권연장을 꾀하고 있다. 게다가 몹시 부패했다. 광신적이고, 무자비하다. 회교혁명정부 이란이다.
이란 문제는 근본에 있어 단순한 핵문제가 아니다. 체제의 문제다. 그 궁극적 해결방안은 그러면 뭘까. ‘레짐 체인지’란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무력제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란의 민주화세력을 지원해 그 체제를 뒤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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