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에 의해 훈민정음이 공식적으로 반포된 지 금년이 563년째 되는 해이다. 과거 이 지면을 통하여 한글과 한글 교육에 대한 칼럼을 몇 차례 쓴 적이 있으나 지난 9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성 김안드레아 한국학교의 교장직을 맡게 되고 나니 한글날과 한국어 교육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워싱턴 지역에 80개 이상의 한국학교 또는 한글학교가 개설되어 사명감이 투철한 많은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일부 한국학교에 성인반이 개설되어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됨으로써 바야흐로 한국어의 세계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먼저 우리민족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한글이 세계 문화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점은 독창성과 과학성을 지닌 문자체계로서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이 정확한 이론적 근거 하에 만들어진 표음문자라는 것과 자체 문자가 없어 한자를 써야하고 또 우리말을 표기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민초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한글 창제의 거룩하고 사랑이 가득한 정신이다.
게다가 컴퓨터를 쓸 때 모든 글자가 자동적으로 조합되어 입력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니 수백 년 후에 있을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미리 내다보듯 만들어진 참으로 위대한 문자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한글은 영어보다 몇 배나 빠르고 중국어와 일본어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우수한 문자가 있기에 우리 민족은 해방이후 본격적인 한글 문화 시대가 열리면서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사에서 무명의 변방국가로 부터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국가로 힘차게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이 우수한 한글로 인하여 문화적으로도 세계의 주류로 인정받고 대접받게 될 것이다. 다만 정작 많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와 흐름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이민 사회 내에서 한국어와 한글 교육의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점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 2세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은 그들의 미래에 있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뿌리 교육 이상의 현실적인 이로움이 확실하게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으로 시작된 지식의 공유화와 정보, 지식 취득의 용이성은 보다 효율적인 문화와 사회제도 등을 도입하고 응용하는데 시간적 지체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적응력과 신속성은 느리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많은 제도와 미국인들의 일하는 방식을 능가하는 우수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전자산업, 자동차 산업 등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단순히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때문이 아니라 한글이라는 문자가 주는 최고의 의사소통 기능과 지식 취득 기능의 덕분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음식, 예술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음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들이 한국과 무엇인가 일을 하려면 한국어와 한글을 알고 한국 문화를 아는 미국 시민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우리 2세들처럼 그 자격이 탁월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러한 세계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우리 2세들은 너무나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그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깨우친다면 그들은 가정 내에서 가족들과 더 나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작은 혜택뿐만 아니라 그들의 장래에 무한히 활동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힘과 독특한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녀들을 한글의 문맹자로 방치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자녀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기 때문에 굳이 한글학교에 보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말은 알아듣는데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문맹자라고 부른다. 즉, 글에 대해서는 장님이라는 뜻이다.
주말 몇 시간 조금만 수고하면 자녀의 미래에 큰 힘이 되는 씨를 뿌리고 가꿀 수 있는데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어와 한글을 모르는 자녀들이 나중에 그들의 가정을 꾸리게 될 때 그들의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서 곧바로 세대의 단절과 뿌리에서의 단절이 이루어지게 되고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아무런 정체성도 없고 문화적 유산도 알지 못하고 소유하지 못하는 미국 내의 변방 소수민족 후손의 하나로 남게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글을 모르는 자녀가 있다면 가까운 한국학교에 꼭 입학시켜 문맹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님들께서 움직여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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