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메릴랜드 한인회와 경상남도가 자매결연을 맺은 후 처음 실시한 여름방학 모국체험이 7월 26일부터 8월 10일까지 경상남도 창원시 봉림 중학교를 베이스로 하여 15일 동안 진행되었다.
출발 전 한국에서는 독감이 번지고 있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었고 우리 프로그램도 취소하자는 제안이 오고 갔다. 그러나 이곳 아이들 21명은 모두 한국 행 비행기표를 끊어놓은 상태여서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또 아이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어서 그냥 밀고 나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21명 아이들 선발 때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 참가자를 모집할 때 모집 기준 중, 여름에 한국에서 홈스테이를 제공받기 때문에 겨울에 한국 아이들이 이곳으로 체험을 올 때도 홈스테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으나 맞벌이가 많은 생활 여건 때문에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나중에 모집 시 이 조건을 빼고 나서야 신청자가 밀려들었다.
어쨌든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불투명한 우리 쪽 조건에도 불구하고 경남 교육청과 국제 교류과에서 많은 열의와 준비로 아주 멋지고 알찬 한국 모국체험을 할 수 있었다. 경남 측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한국학생 집을 방문하여 홈스테이해 줄 학생을 세심하게 선발해 주었고 또한 놀라운 것은 이곳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눈높이 수준의 역사, 언어, 문화 소개 등을 골고루 다룬 교재를 따로 만드셨으며 그 책 속의 등장 인물도 순이와 철이 대신에 우리 측 아이들 이름을 두루두루 넣어서 교재와 더욱 친숙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 주셨다.
보름 동안 양쪽 아이들 42명과 미국 쪽 인솔자 3명, 경남교육청 장학사님 등 모두가 혹시라도 예측 못한 사고라도 생길까 매일 신중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여름이면 푹푹 찌던 한국 날씨도 캠프 기간에는 그리 덥지도 비가 오지도 않았고(불국사 가는 날 2~3시간 비 온 것 빼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처음 몇일은 봉림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아이들 민속놀이, 역사 공부, 김치 만들기 등등 매일 수고해 주셨고, 우리 아이들이 한국 중학교에서 먹는 급식도 맛보게 해 주셨다. 운동장에서 농구 게임도 함께 해 주셨고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는 추억도 안겨주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각자 홈스테이 가정으로 갔다.
그렇게 처음 만나 서먹서먹하던 친구들이 조금씩 친해 질 무렵 우리들은 아름다운 모국관광에 나섰다. 노래방 시설이 휘황찬란하게 설치된 관광버스에서 미국에서 온 우리 아이들은 매우 놀라워했고, 덕수궁, 남산 타워 등 서울시내 투어, 판문점, 강화도 마이산, 경주 불국사, 인천 이민사 박물관 등등 아름다운 한국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특히 굴곡사 1박 2일 템플스테이 때는 산꼭대기까지 산행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문무도 하고 말 타기, 궁술 체험, 공양식까지 체험했다. 그 정도가 되니 그 동안 여러 가지에 익숙하지 않아 불평을 하던 아이들도 모두들 한결같이 아쉬워했다.
참으로 보람된 윈윈(Win-Win)행사였던 것 같다. 이동 때마다 아이들이 가끔 떠들고 집중 안 하고 해서 힘들게 준비해주신 경남도 관계자 분들께 참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수료식 때 아이들이 쓴 에세이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한국 중학생 한 명은 한 달에 39만원 이상 짜리 고급 영어학원에 다닌 지 3년이 넘었지만 대화 한마디 자신 있게 못해봤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홈스테이를 하면서 술술 영어가 절로 나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39만 원짜리 영어학원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했다.
분단된 조국을 보여주기 위해 판문점에 갔을 때도 아이들이 별다른 호기심도 없어 보여서 안타까워했는데 미국에서 온 한 학생은 북측과 남측 국기 게양대 높이까지 기억할 정도로 나름대로 듣고, 보고 느끼고 있던 것을 에세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무튼 기적이었을 정도로 이번 행사는 성공적이었고 42명 학생 모두가 착하고, 예쁘고, 건강해서 무엇보다 기뻤다. 특히 이번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수고해 주신 경남 교육청과 국제 교류부에 많은 감사를 드린다.
김 미셸
메릴랜드 한인회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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