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그랜드 애비뉴 쪽 벽면에는 ‘파시온’(Pasion)이라는 핫 핑크색 글자가 눈길을 끄는 거대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새로운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지휘하는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한 포스터로, ‘파시온’이란 스패니시 단어는 영어로 ‘패션’(passion) 즉 열정 혹은 정열을 의미한다. 그 ‘열정 덩어리’ 두다멜이 LA 필하모닉에서의 첫 시즌(2009/10)을 시작했다.
LA필 상임지휘자 두다멜 첫 시즌 개막
구스타보 두다멜(28)은 꿈과 희망과 미래의 대명사이다. 지난 30일 열린 첫 시즌개막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아마 그 자신이 꿈을 실현시켜 왔고, 지금도 매일 꿈을 꾸며,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을 꿈꾸게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두다멜은 ‘엘 시스테마’라는 저소득층 음악교육 시스템을 통해 4세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고, 12세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으며, 2004년 24세 때 말러 국제지휘 콩쿠르에서 그 엄청난 파워로 음악계를 경악시켰다. 이때 그의 지휘를 본 에사 페카 살로넨은 그를 ‘지휘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conducting animal)이라고 격찬했으며, LA필의 데보라 보다 회장에게 적극 추천, 2005년 할리웃보울에서의 데뷔 공연을 거쳐 LA필의 제11대 상임지휘자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를 만나고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이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두다매니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인터넷은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모든 언론 매체들은 두다멜 특집을 앞 다투어 내고 있는데 LA타임스만 하더라도 지난해부터 얼마나 자주 그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는지 놀랄 정도다. 특히 마크 스웨드 음악전문 기자는 자신이 그의 왕 팬임을 드러내 놓고 쓰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또 칭찬하는 글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클래식의 록스타’ ‘클래식 음악의 구세주’ ‘음악계의 오바마’라고 언론들이 이토록 난리법석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서 이 모든 기대와 관심에 두다멜의 부담이 얼마나 클까 걱정마저 되던 차였다. 그런데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켜 주었다.
“사람들의 기대가 이렇게 큰데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두다멜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자연스런 삶의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세대와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게 하는 일은 나만의 책임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다 함께 이루어가야 할 사회적 의무”라고도 했다. 얼마나 명쾌하고 맘에 드는 답변인지. 그의 매력은 그 나이에 찾아보기 힘든 겸손함과 성숙함에 있다.
청소년 음악교육에 특별히 헌신적인 그는 클래식을 모르거나 외면했던 새로운 청중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하고 있다. LA필은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특별히 젊은 세대를 위해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우선 두다멜에 관한 ‘마이크로사이트’(www.laphil.com/gustavo)를 개설해 그의 사진과 약력, 근황, 리허설과 공연, 기자회견 등을 비디오와 오디오로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사이트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인 ‘브라보 구스타보’를 통해 젊은이들이 아이폰으로도 두다멜과 LA필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마치 자신이 지휘하는 것처럼 바톤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발한 게임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벌써 ‘두다멜 효과’가 나타나는지, 데보라 보다 회장에 따르면 9월말 현재 53개국에서 5,000여명의 ‘두다멜 펠라스’들이 게임에 접속했다고 한다.
두다멜의 말대로 이제 시작이며, 이제 닻을 올린 아름다운 여행이다. 그와 함께 어디로 가게 될지, 정말 기대되고 설렌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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