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젊은 태극전사들이 미국을 제물 삼아 ‘3수’ 끝에 16강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3차전에서 전반 23분 김영권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42분과 후반 29분 김보경, 구자철이 릴레이 골을 터뜨려 미국을 3-0으로 완파했다.
카메룬에 0-2로 패하고 독일과 1-1로 비겼던 한국은 이로써 1승1무1패(승점 4)를 거두며 독일에 이어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독일은 같은 시간에 열린 카메룬과 3차전에서 3-0으로 이겨 2승1무(승점 7)로 조 1위를 확정했다.
한국 U-20 대표팀은 2005년 네덜란드 대회부터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3번째 도전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은 B조 2위 파라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또 이번 승리로 미국과 U-20 청소년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5승3무1패로 크게 앞서게 됐다. 지난 2004년 6월22일 부산에서 열렸던 4개국 친선대회에서 오장은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한 이후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 행진 중이다.
U-20 월드컵 무대에서는 미국에 세 차례 만나 한 번의 승리 없이 2무1패를 당한 끝에 한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을 꺾었다.
같은 조 상대팀들이 모두 1승씩 챙기고 있던 상황이라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했던 미국과 C조 최종전.
한국은 경기 시작 23분에 터진 김영권의 그림 같은 선제골과 19분 뒤 미드필더 김보경이 논스톱 슈팅으로 전반을 2-0으로 앞서고 나서 후반 29분 구자철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뽑아 석 점 차 대승을 마무리 지었다.
홍명보 감독은 박희성을 최전방에 놓고 좌우 날개에 김민우, 서정진을 배치했다. 또 공격형 미드필더에 ‘왼발 달인’ 김보경을 포진시켰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독일과 경기에 이어 다시 꼈다. 카메룬과 1차전에서 결정적인 판단 착오로 초반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이범영을 대신해 골문을 지켰던 김승규가 수비수들과 호흡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윤석영-김영권-홍정호-오재석이 종전처럼 호흡을 맞추게 했다.
유럽의 강호 독일과 2차전 맞대결에서 값진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4-2-3-1 전형의 베스트 11을 미국과 최종전에 똑같이 투입한 것이다.
한국에 맞서는 미국은 골 감각이 빼어난 스트라이커 토니 테일러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등 카메룬과 2차전 4-1 승리 때 썼던 4-2-3-1 전형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한국은 미흡한 조직력을 보여줬던 1,2차전과 달리 톱니바퀴와 같은 유기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거센 공세를 개시했다.
전반 10분 윤석영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물꼬를 튼 한국은 전반 20분에는 구자철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첫 골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파상공세를 펼치던 한국이 서서히 기선을 잡아가던 전반 32분.
수비수 김영권이 기가 막힌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문기한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혼전 중에 문전 앞으로 흐르자 김영권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 찼고 이 볼은 왼쪽 포스트를 맞고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이 추가 골까지 뽑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42분 박희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김보경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다시 한번 미국의 골망을 출렁였다.
김보경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예리한 각도로 대각선 방향으로 강하게 찬 슛에 미국 골키퍼 브라이언 퍼크도 속수무책이었다.
전반을 2-0으로 이긴 한국은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의 늦추지 않았다.
후반 7분 수비수 오재석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자 홍명보 감독은 스트라이커 이승렬을 투입해 공격 축구를 계속했다.
수비에서도 탄탄한 전력을 보여줬던 한국은 후반 29분에는 구자철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보태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구자철이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침투하다 상대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자신이 직접 오른발로 침착하게 오른쪽 모서리로 차 넣었다.
반격에 나선 미국은 후반전에 세 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수비 조직력마저 무너지면서 추격의 힘을 일찌감치 잃었다.
경기도 풀리지 않자 거친 플레이를 일삼은 미국은 주심에게서 옐로카드를 무더기로 받았고 수비수 이케 오파라는 후반 29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수적으로도 열세를 보였다.
(수에즈<이집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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