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미명 북한의 ‘임진강 도발’로 무고한 우리 국민 6명의 생명이 무참히 희생됐다. 일부에선 “만(滿)수위라 불가피한 긴급방류였다”라는 주장도 있는 듯 하나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황강댐 방류 직전 평상시 수위를 유지 중이었음”을 확인하였으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9일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방류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군 병사 10여명이 황강댐 방류 하루 전인 5일 군사분계선(MDL)까지 내려와 2시간가량 정찰하고 돌아간 것으로 드러나 물 폭탄 방류와의 연계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불과 1개월 전부터 대남 및 대미 평화 제스처를 취해 온 북한 당국이기에 이번 참사는 북한의 이중적인 대남전략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북한의 이중전략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임진강 참사 이틀 전인 9월 4일에는 UN안보리에 느닷없이 서한을 보내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추출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말썽 많은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과 관련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을 자인해 2차 핵 위기를 야기한 후 이듬해인 2003년 1월 “농축 우라늄 계획은 미국 적대 세력의 날조이자 농간”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며 7년 동안 부정하다가 이번에 스스로 인정하고 그 정당화를 기도하고 있다.
미 의회 일각에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불변하는 대외도전 전략 등을 들어 지난 해 10월 미국이 삭제한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외에 북한은 최근 특수부대를 18만 명으로 6만 명이나 증강시키는 등 재래식 전력 증대를 도모하면서도, 북의 도발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한미연합군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연습 등에 대해 “북침전쟁 훈련”이라며 중단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을 보인다. 소련 자료로도 입증된 6?25 남침을 아직도 ‘북침’이라고 우기며 대남선동에 집중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방문하고 돌아간 직후 “북남관계 정상화는 민족사의 요청이고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던 북한이 임진강 도발 직후 “이명박 역도를 비롯한 남조선의 민족반역자” 라고 운운하는 등 우리 정부를 비난하였다. 대남 화해 제스처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투적인 기만과 협박 및 화해 제스처를 반복하는 북한의 이중전략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번 임진강 도발로 북한을 더 이상 믿기 어려운 집단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5월 25일 2차 핵실험 이후 북핵을 저지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에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는 UN 결의 1874호를 토대로 대북 경제·금융 제재를 시행 중인 바 북한이 받는 충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8월 중 지속된 화해 제스처와 임진강 도발 및 핵무장 협박도 한미 제재공조를 무너뜨리고 그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책략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금 미국과의 직접대화에 올인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등 벼랑 끝 전술에 대해 “더 이상의 양보와 타협은 없다”며 대북제재를 주도해왔으나 군사적 옵션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직접 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북한의 진의파악에 나서는 한편 핵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핵 저지, 제재 지속, 관련국 협의 등 원칙하에 미북 양자대화를 준비 중이나 북한은 핵 불포기, 선 양자회담 후 6자회담 복귀, 핵보유 인정, 미 제재 계속 땐 3차 핵실험 등의 대응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북 대화는 시간벌기와 지리멸렬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긴 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이중전략이 노골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며 임진강 방류와 같은 도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홍관희 / 고려대 북한학 교수 국방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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