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는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남을 속여 피해를 입히는 나쁜 사람들이 많으니까 정신 차리고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눈을 뜨고도 코 베임을 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전에는 한 개인이 피해자가 될 사람을 접근해서 가진 감언이설로 꼬여 돈을 빼앗아 가는 일이 있곤 했지만 이제는 거짓과 사기가 기업화 되다시피 발전이 아니라 악화가 된 상태다.
버나드 메이도프의 투자 회사에 돈을 집어넣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들 가운데는 소위 일류대학 출신에 사회의 저명인사들도 많고 평범한 직장인들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은퇴기금으로 메이도프 회사에 돈을 맡겼지만 도합 600억달러를 날렸으니까 눈뜨고 당한 셈이다.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사기꾼들이 더 기승을 부리니까 조심해야 된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경고다. 특히 컴퓨터의 이메일로 들어오는 사기꾼들의 미끼가 더욱더 대담해져서 피해자들이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특히 노인들이 그럴싸해 보이는 사기성 편지와 이메일에 속아 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불란서, 캐나다 등의 복권기관에서 당신의 이름이 당첨되어 500만달러가 은행에 보관되어 있으니까 연락을 속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면 100% 가짜라고 보면 속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 실직 상태 아니면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집에서 일하면서도 한 달에 4,000달러씩 생긴다는 약속은 그럴듯하게 들릴 만도 하지만 그에 대한 답신을 보내면 몇 백 달러를 보내야만 무용지물의 책자나 하나 날라 오게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만 기억하면 사기꾼들에게 피해당하는 일을 모면할 수 있다.
2005년도 연방통상위원회(FTC)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매년 3,020만명의 소비자들이 거짓 광고의 희생이 된다. 그중 가장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분야가 가짜 체중 감소제품들이라니까 몸이 뚱뚱하지 않아 그런데 속을 일이 없다는 것도 부모님들의 은혜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로 피해자가 많은 분야(1년에 300만 이상)는 외국에서 복권에 당첨되었으니까 수수료를 보내라는 사기 수법이다.
최근에는 사기꾼들이 외견상으로는 진짜 같은 보증 수표를 피해자에게 보내는 방법도 쓰고 있다. 당신이 당첨된 복권 배당금 중 첫 번째 수표니까 은행에 집어넣고 세금을 내야 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절반이나 그 이상은 돌려보내라고 되어 있다. 그대로 하면 며칠 후에 그 보증 수표가 가짜라는 연락이 온다. 결국 몇 천 달러의 자기 돈만 날라 가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보도된 한 피해자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보자, 70대의 그 남자는 부인과 사별하자 자식들로부터 두어 시간 이상 거리로 이사했는데 처음에는 몇 백 달러씩을 어디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아버지가 벌어 놓은 돈 아버지가 쓰시는 것 정도로 생각했단다. 그랬더니 웬걸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여기저기에 내야하는 청구서 지불이 체납되어 전화도 끊어지고 콘도 비용도 안내서 고소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간신히 아버지를 설복시켜 아들 하나가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받아 은행에 알아 본 결과는 외국 복권 당국자들이라고 사칭하는 사기꾼들에게 자기가 타게 된 복권 액수의 세금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저곳에 무려 몇 십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경찰도 FBI도 주소 불명의 사기꾼들을 찾을 방도가 묘연하다는 사실이었다.
또 하나는 사기꾼들이 배우자를 잃었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오랜 시간 전화를 하면서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동물의 이름하며 그 사람의 취미와 기호조차 자세히 파악하여 사기꾼들이 자기의 둘도 없는 친구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출처에서 오는 모든 전화나 이메일을 일단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신상 정보를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다짐해보면 피해자가 되는 일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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