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한 경제연구소가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소득의 절대적 규모와 행복간의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자기의 절대적 소득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한 소득수준을 더 중요한 행복의 잣대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도한 기사는 ‘한국인의 이색적인 행복잣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한 소득수준이 행복감을 좌우하는 것이 한국만의 이색적인 현상일까. 한국인들이 조금 유별나기는 해도 비교하는 데서 행복감과 불행감이 생기는 것은 인간 정서의 보편적인 작용일 뿐이다.
독일이 통일된 후 동독사람들이 극복해야 했던 불행감이 바로 이것을 말해준다. 통일 이전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졌음에도 동독인들은 더 잘 사는 서독인들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남북통일 후 우리 또한 이러한 사회갈등을 필연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삶에 대한 느낌은 이처럼 전체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에서 생겨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 특히 주변과 비교해 앞서고 있거나 뒤지지 않는다고 스스로 평가할 때 안도감이 밀려온다. 현재의 객관적 지위와 소득 수준은 두 번째 문제로 밀려 버린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보면 다른 이들이 10만달러를 벌 때 내가 받는 9만달러보다는 다른 이들이 7만달러를 벌 때 내가 받는 8만달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기 동서보다 1년에 100달러를 덜 버는 사람”이라고 했던 작가 H.L.멘켄의 말이 행복론을 다룬 책에서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것은 그의 지적이 밑바닥 비교심리의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대국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는 별로 높지 않다. 140여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고작 114위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지난 1년간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은 이보다 더 내려갔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살기가 어려워진 데다 상위층 소득 집중과 빈곤인구 증가는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높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행복지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교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탓이다.
경제적 이유로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들에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은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부자들 역시 비교 프레임의 덫에 걸려 불행감을 맛본다는 사실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의 하나인 시카고 윌로우 크릭 교회의 담임이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억만장자 몇 명과 어울려 골프를 친 적이 있었던 하이벨스 목사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고 놀랐다고 들려준다.
화제가 자가용 제트기로 흐르면서 각자 자기 제트기 자랑에 열중하던 이들은 최근 2억달러짜리 최신형 드림라이너 제트기를 구입한 한 억만장자 얘기가 나오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들을 드러내더란 것이다. 하이벨스 목사는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수천만달러짜리 자가용 제트기를 몰면서도 자기 것보다 더 나은 제트기에 불행해 하는 그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비교 프레임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감정의 발목을 잡는다. 비교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누군가의 불행이 된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 힘들다.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위로를 받으라는 조언들을 많이 하지만 이런 비교조차 정신건강에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비교에서 생기는 감정은 지속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종속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위쪽을 기준으로 한 것이든, 아래쪽을 향한 것이든 마찬가지다. 다른 이들에게 나의 감정을 맡긴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행복감을 키우는 일은 마음 속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비교 프레임을 집어 들어 서랍 깊숙이 넣고 열쇠로 잠가 버리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 같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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