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오싹해진다.” 전 일본 열도가 들떠 있다. 민주당이 사상 최대 의석수를 획득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이다. 그 상황에서 한 도쿄주재 한국 언론인이 내뱉은 일성이다. 잔치 분위기의 일본을 바라보면서 왜 그런 상서롭지 못한 말을 한 것인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안보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상당히 비판적 입장이다. 공무원사회의 개혁을 들고 나섰다. 전체 소속의원(308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정치신인이다. 이를 발판으로 기득권층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기대 속에 의기양양하게 출범하는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 그 모습이 노무현 정권을 너무나도 빼닮았다. 개혁에의 의지가 충만해 있다. 문제는 그러나 실무경력이 전무란 데 있다.
주장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 갭을 과연 제대로 메울 수가 있을까. 그래서 ‘노무현 정치실험’을 현장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라는 거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 표현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그렇지만 상당히 불안스럽다. ‘오바마케어’ 정국이라고 했나. 미국의 현 정치 기상도가 그렇게 보인다. 반전도 그런 반전이 없다. 정치무상이라고 할 정도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그래서 불안감마저 엄습해온다.
“지난겨울 미국의 정치를 주도해 나간 것은 두 개의 거대한 조류였다. 하나는 오바마다. 다른 하나는 무당파의 중도성향 유권자들이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브룩스의 지적이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무당파 유권자는 전체의 30%를 넘어 40%에 가깝다. 이들이 오바마에 몰표를 던졌다. 그 결과 오바마는 7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백악관 집무를 시작했다.
그 오바마 지지도가 여름 들어 급락했다. 대통령이 뭔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고 보는 사람이 17%나 늘어났다. 오바마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새로 대통령이 되면 ‘허니문’기간이라는 게 있다. 그 밀월시기가 끝나면 새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오바마의 경우 그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급격히 지지율이 떨어진 경우가 흔치 않은 것이다.
정부 신뢰도도 말이 아니다. 오바마 당선과 함께 반짝 회복세를 보이는 것 같던 정부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미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 미국인은 59%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보고다.
의회에 대한 지지율은 더 낮다. 연방 상원과 하원을 이끌고 가는 해리 리드와 낸시 펠로시의 지지도는 다음 선거에서 재선이 가능할지 의심이 들 정도다. 리드 지지율은 홈그라운드인 네바다에서도 38% 밖에 안 된다.
무엇이 대반전을 가져왔나. ‘좌향좌’ 선명한 진보로 일관한 오바마의 정책드라이브다.
“오바마를 잘 못 알았다.” 중도 무당파 유권자들로부터 나오는 소리다. 자동차 회사 경영진까지 해고할 정도로 파워는 온통 워싱턴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워싱턴은 ‘거대한 정부’만 계속 지향하고 있다.
계속 늘기만 하는 재정적자, 그 가운데 날로 중앙집권화 되고 있는 권력구조에 중도세력 유권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오바마를 잘 못 알았다’는 푸념과 함께.
오바마 정책에 상당수 유권자들은 벌써부터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제시하는 정책은 뭔가 거대한 정부 지향에, 재정적자만 누적시키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암초를 맞닥뜨리게 된 게 건강보험 개혁안이다.
민주당 의회 지도부에 ‘아웃소싱’한 그 개혁안에 당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올여름 타운 홀 형식의 미팅을 통해 대국민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유권자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의보개혁은 오바마의 워터루가 될 수도 있다. 이 개혁안 성공에 오바마 백악관의 진로가 달렸다는 말이다. 그 점을 십분 인식해서인가, 오바마는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섰다. 연설의 달인인 그가 가을 의회 개막과 함께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대국민 협력을 호소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정면 돌파 승부수가 과연 먹힐 것인가. 정말이지 성공하기를 고대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자칫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변화의 가능성에, 그 참신함에 기대를 걸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 미숙함에, 그 독선에 눈뜨게 된다. 그 순간 국민의 실망은 높아간다. 그리고 분노가 쌓인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이렇게 보여서다. 워싱턴은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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