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거의 2년간에 걸친 경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부동산 경기의 경우 지난 2년여간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현상을 접고 최근 수개월간은 판매량 증가와 함께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이같은 주택 가격 상승에 주목하는 것은 주택 경기가 더 이상 낮은 주택가격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주택구매 수요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상당기간 은행 차압 매물에 의존해왔고 바이어중 상당수가 투자자였던 기존의 주택시장에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해왔던 주 거주용 주택 수요자들이 뛰어들면서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뜨거워지고 있는 주택시장은 멀리 가지 않고 LA 한인타운만 봐도 확연히 감지할 수 있다. LA 한인타운 주택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콘도 마켓은 최근 콘도 개발사들이 적극적인 가격 인하와 함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한인 바이어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한 한인 부동산 회사가 LA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어바인 지역의 콘도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두 차례 실시한 버스투어에는 수백 통이 넘는 문의전화와 예약이 몰려 주최 측이 버스 수를 급히 늘려야 했다.

이 같은 한인들의 부동산 매입 열기에도 불구하고 한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한인 예비 바이어들이 모기지 융자를 얻지 못해 주택 구입에 실패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모기지 렌더들은 대출 신청자들의 크레딧 조사를 강화했다. 연방국세청(IRS)에 보고된 실제 수입을 요구하는 ‘풀 다큐멘테이션’ 조항을 도입하면서 예전처럼 신청자들의 ‘보고 인컴’(declared income)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조항은 특히 자영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한인 커뮤니티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능한 세금을 적게 내려는 한인들의 ‘얄팍한 계산’이 주택을 사려고 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인해 모기지 신청이 기각되거나 원하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를 받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인 공인회계사들에 따르면 한인들의 이같은 수입 축소와 함께 한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크레딧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 크레딧의 중요성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크레딧이라는 것이 쌓는데 시간이 걸리고 크레딧을 망치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기에는 장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크레딧 관리가 필수적이다.

미국에서 크레딧은 낮은 이자로 은행 대출과 크레딧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많아 주택도 현금으로, 차도 현금으로 살 수 있다면 크레딧이 필요 없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택이나 차를 현금으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재정관리라고 동의할 재정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설사 돈이 넘쳐나더라도 현금으로 집을 살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재태크이기 때문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사실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소득이 있어야 추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에 필요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도 다 싸게 받을 수 있다”며 “적은 것을 잃더라고 더 큰 것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레딧이 좋은 대출자가 50만달러 모기지를 받을 경우 1%만 이자율이 인하돼도 연 페이먼트 부담이 5,000달러, 30년으로 계산하면 15만달러의 엄청난 이자를 줄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많은 한인 자영업자들이 매상 규모를 축소하면 세금을 줄일 수는 있으나 사업체 판매 시 상당한 판매가 하락 등의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한 한인 사업체 전문 부동산 브로커는 한인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매상을 줄이는 반면 외국인 자영업자들은 매상을 줄이기보다 부풀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재미있는 사례를 기자에게 들려 준 적이 있다.

또 다른 한인 공인회계사는 “지난 수년간 소득을 계속 축소했던 한 한인은 부동산 가격이 낮은 지금, 투자용 콘도를 구입하려고 하지만 낮은 소득 때문에 융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한인은 지난 수년간의 소득신고를 다시 할 수 없냐고 물어오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낮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미국에서 살면서 세금과 크레딧에도 적용된다.


조환동 / 경제2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