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하이웨이 13번을 따라가다가 와킨 밀러 로드로 접어들어 산길로 잠시 가면 산림이 수려한 공원이 나온다. 입구에 트레일, 피크닉 장소, 커뮤니티 센터, 야외극장 등이 있는 편리하고 아늑한 곳이다. 1918년에 오클랜드시가 와킨 밀러 가족으로부터 구입한 70여 에이커에다 근처에 있는 땅을 사들여 500여 에이커가 되는 큰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 근처에 주민들과 시당국의 협조로 상업화되는 것을 방지한 결과로 이루어진 공간이고 이곳을 빛내고 일생을 화려하게 살다간 시인을 기리는 곳이다.
와킨 밀러는1841년 인디애나에서 출생했다. 가족이 마차로 대륙을 횡단한 다음 오리건에 정착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대학을 다닌 기록은 있으나 방랑벽이 심했던 그는 여러 곳을 전전하며 여러 직업을 갖게 된다. 유일한 통신시설인 ‘포니 익스프레스’ 마부 경력과 독학으로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도 되고 오리건에서 고등법원 판사도 했다. 후에 주 대법원 판사에 출마했다가 낙선도 한다. 그 이외에 학교 선생 등 여러 분야를 거친 사람이었다. 그는 서부에서 인디언과 싸우다가 활에 맞아 사경를 헤멘 적도 있다. 어쩌면 서부를 개척한 전형적인 카우보이 기질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사기꾼이라고도 불린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금 채굴로 돈을 벌어 오리건에 돌아가 신문사 경영도 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신문사일이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캘리포니아 초대 계관시인이었고 오클랜드 도서관 사서였던 ‘아이나 쿨브릿’이 그에게 시 쓰는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문학을 공부한 적은 없으나 당시의 많은 미국 문필가들이 그랬듯이 혼자서 습작하며 신문을 통해 발표도 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계속 글을 쓰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갔다. 우리에게 알려진 등단같은 과정은 없었던 것 같다. 미국 문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문학의 본거지이기도 한 영국과 프랑스에서 빛을 보기도 했다. 어쩌면 야성미가 깃든 카우보이 글이 유럽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는지 모르겠다. 이 사람이 그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사유재산이 넉넉했던 그는 자비로 시집을 출판했다. 미국 문학계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했는데 유럽에서는 그의 시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주로 시의 소재가 록키산맥과 금을 캐던 시에라 산맥이여서 그를 산중시인이라고 하기도 하며 ‘록키의 바이론’이라고도 불렀다. 영국 서정시인의 이름을 붙일만하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영국에서 문필활동을 한동안 했다. 시집 여러 권을 출판한 다음 1886년에 오클랜드로 귀환하게 된다. 오클랜드힐에 70여 에이커 땅을 사들이며 숲속의 전원생활 꿈을 이루어 갔다. 그는 이곳에 개간작업을 시작하며 그가 좋아하던 여러 종류의 나무 7만여 그루를 30여년에 걸쳐 심었다. 겨울 이외에는 비가 오지 않은 곳이어서 인공으로 끌어들인 수로로 지금의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곳을 문학의 전당으로 만들고자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를 맺었다. 특이한 것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19세기에 요네 노구치라는 일본 시인과의 교류다. 밀러 시인 집 근처에 살던 이 사람은 일본 조각가 이사오 노구치의 아버지라고 한다. 당시의 아시아 사람이라고 하면 노동자나 소규모의 상인이 전부였는데 어떤 인연으로 알게되었는지 궁금하다
그의 시 ‘오클랜드’ 일부를 소개하며 오늘을 비교한다. 그는 이 도시를 장미의 땅, 해가 밝은 곳, 나무가 우거진 바다를 낀 곳, 사자가 털을 가르며 달리는 힘이 용솟음치는 고장, 여러 인재 중에 모험가도 기르며, 여왕의 관을 쓴 평화가 깃드는 곳, 상수리나무 가지가 예술가를 품어주는 곳,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낙원을 기원하며, 먼 별에서 지구에 있는 그를 부르면 그리스 문화가 깃든 이 곳을 떠난다하여도. 낙원이 멀지 않은 이 곳에 온다라고 하며 끝을 맺는다. 거칠게 삶을 살다간 밀러 시인도 서양 예술가들의 마음의 고향인 그리스 문명을 이 곳에 복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을 태평양 연안의 아테네라고 했는가보다. 그리고 그의 시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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