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아(몰리칼리지 부교수)
뉴욕 민주당 시의원 예비선거가 9월15일로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특히 4명의 한국 후보들이 선거 경선을 앞두고 있어서 한인사회의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더욱 특별하다 하겠다. 여름방학 동안 플러싱 지구의 선거 캠페인을 틈틈이 도우면서 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하며 느낀 몇 가지를 학부모님들과 나누고자 한다. 플러싱은 한인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거주지와는 관계없이 많은 한인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 바로 플러싱이다. 또한 플러싱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플러싱 다운타운 쪽으로 지나다보면 곳곳에 중국인과 한인, 그리고 그들이 경영하는 가게들이 주를 이루므로 마치 아시안 지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여러 민족의 언어사용이 더욱 활발한 곳이다. 그러기에 플러싱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함에 따라 주류사회의 동양인에 대한 인식도 좌우된다. 우리가 플러싱의 동향에 이처럼 관심을 갖는 것도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플러싱은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플러싱은 한인사회에서 정치적 일번지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선거지역에서 선거 캠페인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활력소가 되어지는 그룹은 당연히 선거 캠페인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학생들이다. 그들과 함께 직접 일 해보니 다양한 선거활동에 참여함으로서 그들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 흔히 이러한 일은 앞으로 정치학이나 인문계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상 학문의 기본-사고력, 의사소통, 리더쉽, 통찰력, 그룹, 인간관계,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등을 두루 익힐 수 있는 삶의 산 체험의 현장이라 하겠다. 자원봉사자들은 특정 후보를 위한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나며 그들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주어진다. 전화 통화나 만남을 통해 그들은 유권자들과 접촉을 가지며 홍보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스패니쉬나 다른 외국어를 실습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후보들의 기자회견과 토론회장에 참여하게 됨으로 배움의 기회를 가질 뿐 아니라 스스로가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며 역시 우리 후보가 최고라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힘을 다해 응원하기도 한다. 유권자 계몽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을 해보면 한인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러가지다. 수고한다며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권하는 분들로부터 아예 문전박대 하시는 분들까지…. 신입 자원봉사자가 왔을 때 선배 자원봉사자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선배의 당부는 유권자에게 거절을 당하더라도 개인감정으로(do not take it personally) 대하지 말며, 가장 보람된 순간(rewarding moments)은 대화가 어렵고 기피하려는 분들을 설득할 때라고 했다. 이러한 산 체험들을 통하여 학생들은 더욱 효율적인 대화방법과 인간관계를 터득하게 된다. 또한 같은 연령의 학생들끼리 일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다소 수줍은 성격의 학생도 보
다 적극성을 뛰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게 되는 기회도 된다. 많은 동양인 유권자 중에는 과연 이 후보가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 방향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분보다는 대게는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들은 작은 일부 소식에 의존하는 경향과 같은 민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반면 서양인 유권자들의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내가 왜 그 후보를 투표해야 됩니까? 그 후보는 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왔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시의원으로써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할 것입니까? 이번 뉴욕선거에는 타민족 후보도 많이 있다. 시장으로 다시 출마하는 마이크 블룸버그를 비롯하여 플러싱 일대에서 한인 유권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정치인 후보들이 곳곳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한인후보를 위해 일을 하는 한인 자원봉사자들은 그들 스스로의 정
체성 정립에 커다란 도음이 되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그러므로 아직도 선거운동은 한창 진행 중이니 관심있는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학부모님께 당부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힘을 모아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이다. 플러싱 지역이라 할지라도 한인은 수적으로 소수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적은 숫자가 다 힘을 모아 이번 선거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타민족들의 지지 없이는 숫자적으로 당선 가능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장에 나가면 선거방명록이 비치되어 있고 유권자들이 사인하도록 되어 있는데 유독 한국 성인 김씨, 이씨 등이 많이 비워져 있는 것은 그만큼 한인들의 선거 참여가 부진하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특히 자질이 뛰어나고 검증된 한인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만큼 우리 모두 투표에 힘을 모아 우리 이세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우리 한인 정치인을 많이 배출하고자 하는 염원은 날로 뜨겁다. 이민 생활이 힘이 들수록 더욱 우리의 한 표는 우리 의 목소리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고 미국 시민으로서의 한 행사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자라는 우리 이세들에게 확실한 시민정신을 불어넣어주는 출발점이 된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우리 자녀들도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파고드는 더욱 정체성 있는 한국계미국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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