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L씨의 광복절에 즈음하여 실린 글을 보고 이미 30~40여 년 전인가 잠시 친북좌파가 떠들었던 옛 망령의 글이 뜬금없이 왜 이제 다시 나타난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쩌면 내가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한국의 소위 보수지 조·중·동 그리고 진보지 한겨례, 경향신문에서 8.15 광복절을 어찌 다루고 있나 호기심으로 17일 일자 신문, 논객들의 논평을 인터넷을 통하여 두루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참으로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복절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의 “핵무기를 버려라, 그러면 남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현안 정치문제 이외에는 5개의 보수, 진보 신문 중 3개 정도가 그 나마의 관심을 가지고 다룬 기사가 있을 뿐이었다.
먼저 조선일보는 박해현 문화부 차장의 “경술국치 100년이 다가온다” 라는 제목으로 8월에는 해방과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이 있음을 다루는 기사였고, 동아일보는 사회부 이미지 기자가 쓴 「기자의 눈/ 독립의 기쁨도 유공자 아픔도 잊혀진 광복절」에서 유공자 후손들의 어려움을 기사화해서 담았고, 한겨레신문에서는 김효순 칼럼 “8.15를 앞둔 풍경”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영화감독이 만든 「야스쿠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해운대’같은 블럭버스터 영화들 때문인지, 관심들이 없어선지 상영극장을 못 잡아 안타깝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8.15해방 후 미군진주.38선, 남북통일, 운운은 정말로 관심 밖인지 잊혀 진 것인지 그런 글들은 없었다.
그런 8월17일 바로 그날 차속에서 1310 기쁜소리 방송의 유모 기자가 교포소식으로 8.15 경축기념행사를 취재한 것을 6시 뉴스시간에서 들었다.
판에 박은 듯, 매년 그러듯이 또다시 대통령 기념사를 총영사가 대독하고, 누구의 선창으로 만세 3창, 그리고 기관장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맨 끝에 유기자의 코멘트는 나의 귀전에 남았다. “200여명이 참석했으나 1.5세 2세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 코멘트를 들으면서 나는 며칠 전 내 며느리와 6세 된 손자가 자꾸 떠올랐다.
손자녀석은 나를 보면 “하이 하라버지”하면서 팔을 벌리며 나한테 뛰어보면 내가 “하이 영호”하면서 껴안고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하나의 인사 나누는 법인데, 그날은 힐끗 나를 보고 “하이 하라버지” 하더니 온통 손바닥만한 장난감에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소위 DS라는 닌텐도 게임 장난감에 열중해 있었다는 말이다.
아마도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 그 누구든 지금 미국의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이 있다면 이 게임 장난감에 미치고, 그 게임 프로그램의 칩을 서로 교환하느라고 학교에서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고, 이 100여불 짜리 장난감, $20, $30짜리 게임 프로그램 칩 몇 개쯤 안 가진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아리라 생각되지만 아마도 내 손자 녀석은 10세 된 첫째 손자녀석에게서 물려받은 듯 했다.
“형에게서 물려받아서 아주 신나게 놀고 있어요. 첫째 애는 이제 컴퓨터 온라인에서 게임을 즐기고요,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있어요, 첫째한테 언제인가 몇 년 안에 여름방학에 한국에 나가자고 하니까, 자기는 한국은 흥미가 없고 일본에 가고 싶대요. 포키몬, 트렌스포머로부터 시작해서 닌텐도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서 그 등장인물, 줄거리, 배경이 일본인지라, 애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일본을 좋아하게 됐나 봐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의 며느리는 서울 반포여중을 얼마 다니다가 미국에 왔고, 수영연습, 학원, 검도연습, 교회학교 등등에 아이들을 차에 태워주느라고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소위 “한국식 사커맘”이다. 그의 아들들이 일본,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럴진대, 광복절의 뜻과 역사적인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실효가 있을까 싶고 그리고 기념행사에 2세의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비분강개, 통탄, 추억의 8.15기념행사 또는 신문의 오피니언란에 이런 글들이 실리는 것 이제 탈피하여야 하지 않을까.
비록 장난감의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문화라는 것이 이렇게 긴 안목에서 볼 때 무서운 영향력이 있다. 이제 우리도 최소한 8.15 기념행사를 우리의 문화 축제로 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음악, 그림, 시, 수필, 보는 무용, 참여하는 춤, 하다못해 음식까지도 모두 문화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1.5세, 2세들의 참여와 하나로의 묶음을 이루어낼 수 있고 몇 년이고 몇 십 년이고 이 곳 미국에서라도 8.15일을 기념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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