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제약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CPA인턴 과정을 오클랜드에서 마치면서 이 도시와 인연을 맺게 된다. 1972년에 와서 그동안 잠시 떠난 것 빼고 나면 35여년동안 일하며 생활한 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오클랜드는 평판이 좋지 않았고 특히 우리 동포들한테는 인기가 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이곳은 한때 태평양 연안의 아테네라고까지 불리기에 걸맞게 여러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남기고 간 발자취가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다. 몇번에 걸쳐 오클랜드를 빛낸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20세기초에 전통 발레에 반기를 들고 무용의 새 장르를 개척한 오클랜드 출신 이사도라 던컨의 이야기다. 나에게는 1950년대에 임성남 무용가를 통하여 이름만 알게 되는 예술가 였다. ‘도라’라고 부르기도 한 이사도라는 1887년 5월 26일에 은행가였던 아버지와 상류사회에서 잘 알려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부유한 유년기를 보내다가 아버지의 은행이 파산되며 3살때에 오클랜드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 퍽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와 그의 언니가 음악 교습을 하여 생활을 했다. 이사도라는 규제에 억메인 생활이 싫어 학교도 중퇴는 했으나 음악과 무용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여 계속하여 공부했다. 18살에 뉴욕 무용단에 입단하게 되며 무용의 대가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불란서에 도착하며 현대무용을 시도하게 된다. 전통적인 규율에 억메고 창의성이 없는 클래식 발레에 환멸을 느끼고 반기를 들었다. 대단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여러가지 문화적인 큰 변화를 겪은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100여년전에 이런 일을 시도했다는게 대단한 용기다. 그는 무대에서 헐렁한 옷에 긴 스카프를 두르고 맨발로 춤을 추었다.
이를 평론가들은 원시적인 인상파 무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무용이 유럽 무용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스텝에서 벗어나 자유스러운 그의 퍼포먼스는 인간의 감성과 몸매의 자유로움을 한껏 강조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학교도 세군데나 설립하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의 영향을 받고 새 장르를 열어 나가기에 이르렀다.
그의 제자들은 모두 그의 성으로 개명하리만치 던컨은 곧 현대무용의 대명사였다. 러시아 공산혁명을 동조한 이사도라는 1922년에 모스크바로 이주하여 사회주의 예술을 개척하려 했으나 그녀의 예술을 돕기로 한 소련정부 당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유럽으로 다시 돌아오기에 이른다. 그는 소련국적을 갖고 불란서에서 그녀가 세운 현대 무용학교를 운영하며 제자들을 육성하였다.
이사도라의 개인적인 삶은 그리 원만치 않았다.
아버지가 각각 다른 두 사생아를 길렀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20세기초 불란서에서 잘 알려진 예술가들이었다. 한동안은 18살 연하의 남편을 두기도 했다. 아이 하나는 세느강에서 익사하고 다른 아이도 비명횡사했다. 바이섹슈얼인 그녀는 당대의 유명한 여류시인과 여류소설가와 염문을 뿌리기도 하는 등 무질서했고 알코올에 중독된 생활을 했다. 40세가 넘으며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친지들한테 손을 벌리기도 하고 거처도 여러 군데 옮겼다. 출판사에서는 궁핍한 그녀에게 자서전 출판제의도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가 나이 50이 되던 1927년 7월에 젊은 이태리 남자친구와 오픈카로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아마 ‘그레이트 갯스비’에서나 나오는 그런 장면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화가가 직접 그린 그녀 특유의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차에 올랐다. 차가 떠나며 바람에 스카프 한자락이 바퀴에 감기며 손을 쓸사이도 없이 질식사 했다. 무용가로 대성하며 그의 분신과도 같은 스카프가 그의 생를 마치게 하는 비극을 보게 된다. 당시에 50밖에 되지 않은 현대무용을 개척한 예술가였다. 오클랜드 역사를 더듬다 발견된 이야기다. 내가 오래 살아온 오클랜드 출신이어서 더 정겹게 여겨지고 언제 기회있을 때 이 예술가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 이런 사람이 오클랜드를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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