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미국은 어느 때고 인종적인 문제가 크게 제기될 수 있는 나라이다. 지금은 마치 휴화산처럼 잠잠하지만 언제든 기폭제만 제공된다면 폭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얼마 전 보스톤의 한 백인 경찰과 하버드대학의 한 흑인교수의 충돌, 그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성급한 발언은 인종문제로 크게 비화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타오를 조짐이 보이던 불길을 끄기 위해 이들 3인이 백악관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오해를 품으로써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돌발적으로 야기된 이 사건은 전 미국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추이를 바라보고 있었을 정도로 인종주의적인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주인공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만남으로 그간 야기된 문제를 일단은 봉합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매듭지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선진문화일 것이다. 이 스토리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이들의 진정한 화해와 문제해결 방식이 너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국회
의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도무지 저들이 상생하겠다는 것인지 분열되겠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확대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따금 이곳 한인사회 단체들이 하는 회의장에 가보면 이런 현상을 목도할 때가 있다. 어찌하여 우리 한국 민족은 이처럼 양보할 줄을 모르고 타협할 줄을 모를까?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아는 뉴욕신학대학원의 총장 어빙데일 박사는 한국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한(恨)의 민족’으로 정의한다. 한국인은 원래가 없이 살았고 오랜 기간 억압돼 살다보니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것이 어느 민족 보다 많기 때문에 상대방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렇다 보니 한국인들은 미국에 와서 돈을 벌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대체로 넓은 터의 큰 집, 그리고 고급차를 사는 것이 아닐까. 그 다음이 요트, 별장 등이다. 그런데 이 모두가 적지않은 경우 세 과시용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보면 마치 한을 풀기 위해 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죽기 살기로 하는 우리 민족의 습성은 미국에 와서도 다를 바가 없어 가게를 하더라도 24시간 1주 내내 일년 365일 오픈한다. 자녀교육도 마치 내가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서 시키는 듯하다. 한 많은 민족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악착같은 인종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DNA 인자가 지독한 민족인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하던 잘못된 관행이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한다. 교회에 가도 화목하고 단합하기 보다는 분열돼 다투거나 으르렁거려야 직성이 풀어진다. 악착같이 자기 편의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모습이다. 이런 민족은 지구상에 한국인밖에 없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지적일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상생의 철학과 상생의 정신이 몸에 밸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서로 으르렁대던 YS가 병석에 누워있는 DJ를 엊그제 방문했다. 이 두 사람이 누구인가? 누가 뭐라 해도 이들은 우리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오랜 세월 독재세력과 싸워온 인물들이 아닌가?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 조국의 민주화가 앞당겨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면서 기나 긴 불화와 암투가 시작됐다.
가는 세월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이들은 40 기수론을 주창하며 40대의 젊은 기백으로 대권에 도전했고 드디어 차례차례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들의 가슴속에는 80이 넘도록 어떤 응어리가 맺혀져 있었던 것이다. 기회만 생기면 서로를 비난하며 헐뜯던 이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나라의 어른이요 원로들인 이들이 보여준 그간의 냉전은 대다수 국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병상의 DJ를 YS가 찾아가서 화해의 악수를 나누었으니 이를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도 흐뭇하리라 여겨진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에게 화해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마음에서 한만 풀어낸다면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는 위대한 단군의 자손이요, 자랑스러운 한민족이다.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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