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새벽 방송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다는 긴급뉴스를 들으며 인터넷에 접속하니 여기자 두 명을 데리러 왔다 하며 김정일과도 찍은 사진이 나오고 드디어 두 여기자를 대동하고 떠난다. 감격하여 눈물이 나오고 내가 미국 산다는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인명을 우선하는 미국에서 이북에 어떤 대가를 치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을 구하려 8,000여 마일을 마다않고 찾아온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낸다.
다른 나라에서 본받을 만한 것은 현직 오바마 대통령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자세다. 국내 정치문제에 관한 일이나 외국에 여행하며 만나게 되는 그곳 정치 지도자와도 여간 조심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부인이 현 행정부 수장격인 국무장관을 하니 더 조심할 것이다. 5월 30일자 뉴욕타임스 일요판 첫면에 표지사진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실렸다. 웬만한 그의 거취는 백악관 국가안전 담당관인 짐 존스와 연락하고 정한다고 한다. 현 정부에 불이익되는 일이나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피하는게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이덴 부통령과도 수시로 연락하며 그의 근황을 이야기한다. 클린턴의 보좌관들이었고 현직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임마누엘과 재무부에 깊게 관련된 래리 서머스 등과는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껄끄러운 사이도 아니었지만 백악관 옛 직속 부하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다. 현 정부 고위직 42%가 예전 클린턴 사람들이니 그의 영향력이 대단할 수도 있다. 그는 미국사람들이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할때 언젠가는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데 그도 예외일 수는 없으나 아직도 몇사람들에게는 섭섭함이 쉬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한 가족과 같이 지내던 케네디 상원의원과 그의 질녀인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에 대한 섭섭함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나보다. 지난번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막바지 선거에서 그들은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리고 클린턴이 여러번 각료에 기용했던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도 오바마를 지지하여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세월이 이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기사는 전한다. 그는 재임시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던지 그의 미완성 프로젝트인 에이즈 퇴치운동을 성공케 하려고 열성을 기울인다. 재임시 있었던 르윈스키 사건과 그의 대통령 탄핵소추때 든 엄청난 변호사 비용으로 그의 재산이 거의 바닥이 났었는데 퇴임 후에 있는 연설 등과 책판매로 잃었던 재물을 만회하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모양이다.
지금도 그가 조지타운 대학때 교수한테 들은 이야기를 따른다고 한다. 즉 유명하게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잠을 덜 자는데 어떤 사람들은 5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며 그는 이를 지킨다. 그는 지금도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뉴욕타임스 퍼즐을 거의 광적으로 즐긴다. 아직도 많은 친구를 갖고 있으며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얼마전 남미 컬럼비아에서 있은 일이다. 비행기 탑승전에 활주로의 환송객들과 일일이 사진찍은 다음 트랩을 오르다가 비행기 경호하는 현지 경찰들과도 촬영하지 않은 것을 알고 내려가 그들과 포즈를 취한 이야기도 있다. 그의 자상한 면이기도 하다. 얼마전 심장병 때문에 치료는 했지만 아직도 건강상태는 양호하며 젊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국무장관인 부인이 계속 출장을 다녀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게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대통령 퇴임 후에 더 유명해진 지미 키터 대통령 못지않게 그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한다. 이 글을 쓰며 얼마전 있은 퇴임한 한국 대통령들이 생각난다. 떳떳치 못한 돈을 받고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전 대통령 가족이 있는가 하면 북한 인권은 침묵하면서 대한민국 정권은 독재라고 이야기하는 다른 전직 대통령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배우며 사는데 클린턴 대통령이 현 정권을 배려하는 마음은 귀감이 될 만하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점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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