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워싱턴 근교에 있는 쉐라톤 호텔에서 민주 평통 워싱턴협의회 제14기 출범식이 거행됐다. 햇볕정책과 신세대 교체라는 명분으로 민주 평통 12기와 13기에 퇴출(?)되었다가 한국의 헌법기관인 민주 평통의 한 자문위원으로 대한민국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의도로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평통의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 이동휘 회장의 인사, 한덕수 대사의 축사, 한국에서 있었던 평통 제14기 출범식의 동영상 상영, 사업계회과 예산의 인준 등 공식적인 행사와 만찬이 있은 후 한국에서 이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온 이기택 수석부의장의 정책강연이 이어졌다.
금번 이기택 수석부의장의 강연은 그가 과거 한국정치계에서 주류적인 활동을 해 온 원로급정치인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내용의 방향과 주는 감명의 정도가 다른 측면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기택 수석부의장의 강연내용과 관련해서 미주한인사회에서 별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민주 평통 미주한인 협의회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더 나아가 한국의 민주 평통과는 다른 무슨 뜻 깊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니 해야 하는지, 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첫째, 민주 평통의 헌법적 목적이 그 명칭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에 이르는 방향은 지금까지 제창되어 왔던 탈정치적이고 탈정책적인 모습이 아니라 평화통일이라는 거시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실용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측면이다.
더 나아가 그는 북한정권의 혼란으로 탈북동포의 대량 남하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한국의 어떠한 기관이나 기구도 없으므로 그래도 평화통일을 위하여 조직되어 있는 민주 평통이 주축이 되어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 아니냐 하는 것 등이다.
대통령에 대한 정책자문의 내용이나 북한난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무엇이어야 하는 지는 14기 민주 평통이 풀어 나아가야할 과제이겠지만 적어도 평통 미주 한인협의회는 지금까지 추상적인 평화통일이라는 명제 하에 금기로 되어 있었던 정치적인 정책측면에도 자문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둘째, 이수성 수석부의장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하였지만 해외에 조직되어 있는 민주 평통협의회, 특히 세계 정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에 존재하고 있는 민주 평통 워싱턴협의회는 한국이나 다른 해외에 조직된 협의회와는 다른 한반도통일과 관련된 역할과 사명과 도전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관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동북아시아의 안보 등 각종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이해 당사국들간의 국제관계에서 풀어 나가야 하고 그리고 그렇게 풀게 될 것임은 세계 역사의 흐름이 증명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해서 가장 이해관계가 짙은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한반도 통일에 필요한 국제관계 형성 면에서 결정적인 관건을 쥐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인 미국의 정치중심도시인 워싱턴에 조직되어 있는 민주 평통은 어찌 보면 숙명적인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 평통 워싱턴협의회가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담당할 수 있는 일을 크게 나누어 보면 3가지측면에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미국의 정치는 주로 미국 의회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 접근하여 의원들을 초청 간담회를 공동개최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둘째, 워싱턴 정가에는 보수와 자유 등 양진영의 정책연구소가 무수히 많이 있어 미국의 국내외 정책형성에 연구와 정책제안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 기관들과 공동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관한 주요한 과제를 놓고 토론회 등을 여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여론에 의해 형성되어 가는 정치이기 때문에 한반도통일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홍보를 위하여 지역사회마다 열리는 각종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들은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 평통 본부와의 공동추진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백 순 /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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