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이뤄주는 스카이 다이빙, 활기찬 모험과 스릴 만점의 스카이 다이빙은 드라이한 일상에 활력소를 준다.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들 사이에 스카이 다이빙 취미를 가지는 독자들도 점차 늘고있다. 70대 나이에 지난 6월 27일 스카이 다이빙 체험을 한 윤봉춘씨가 독자 체험기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뉴저지주 서섹스 카운티 비행장에 소재한 스카이 다이빙 학교
뉴저지주 서섹스 카운티 비행장에 소재한 스카이다이빙 캠프는 우리 집에서 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한인들이 많이 찾는 와일드터키나 그레잇 고지 골프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하여 보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여 왔던 일이다. 아스라이 높은 공중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공수부대원처럼 체력이나 담력, 어느 부문에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여겨 왔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한 달 전에 예약한 영수증을 챙겨 아침 7시에 부산을 떨며 예약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보니 이미 선발 그룹은 낙하를 마치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짊어졌던 낙하산을 벗으며 상기된 얼굴에 입이 함박만해져 싱글거린다.서섹스 비행장 한켠 잔디밭위에 세워진 대형 천막 안은 비닐을 넓게 깐 바닥 위에서 이제 막 낙하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의 낙하산을 다시 접는 일이 한창이다. 십대 이십대의 젊은 남녀 직원들이 익숙한 솜씨로 낙하산을 접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한 번 사용한 낙하산을 바닥위에 일렬로 펴 늘어놓았다. 형형색색의 나이롱 천으로 된 넓은 낙하산에 달린 길게 늘어뜨린 10여 미터의 가느다란 노끈이 주름마다 가닥지어 달려있다. 대형 해수욕 타월 접듯이 착착 접은 후 엎드려서 온 몸통으로 눌러 공간 사이사이의 바람을 뺀 후 수 십 가닥의 줄을 20센티 길이로 접어 납색에 붙은 고무 밴드로 묶어 낙하산 가방에 집어넣어 마무리를 지으니 등산용 배낭정도의 크기로 압축되었다.
만일 저 줄이 한 가닥이라도 엉켜서 공중에서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 날 수 있을 것인가 마음속으로 걱정도 되었다. 물론 라이선스를 가진 사람들의 작업이고 만일 실패한 경우 보조 낙하산이 있어 안전장치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있을 수 있으리라고 가정하니 일말의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였다.위방불입(危彷不入) 난방불입(亂彷不入). 옛날 선친께서 들려주시던 세상 사는 지혜를 몸소 체득한 교훈이었다. 위험한 곳에 가지 말고 싸움판에 끼지 말라는 그 말씀이 귀에 맴돈다. 내가 이 위험한 모험을 과연 하여야 하느냐? 포기 하느냐? 더구나 큰 아들까지 꼬드겨 앞장서 함께 온 처지였다. 그는 금년 초에도 경비행기 면허를 갱신하였고 본인도 200여 시간의 경비행기 조종 경험이 있기에 고소공포증이야 없을 것을 확신하고 의기투합하여 아내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모처럼 용기를 내어 온 터이다.
생각하여 보니 스카이다이빙 학교 등록서류에 사인란이 5군데나 되고 각 문장마다 이니셜 할 곳이 45개이다. 첫 페이지 경고문에 스카이다이빙이나, 낙하산 하강의 모든 행위는 위험하며 중상이나 죽음이 올 수도 있다고 붉은 글씨로 큼직한 경고문이 인쇄되어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학교측 책임면제 조항이 많이 나열되어 있어 만일 발생할 사고는 그들의 책임이 없음을 사전에 약속받아 둔 서류이다.작년 겨울부터 계획을 세웠었으나 초여름이 적기라고 여겨 날짜를 잡았는데 뉴욕지방의 6월은 최적의 온도이고 하늘도 맑았다. 가끔 소나기 소식이 있었지만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에는 구애
받지 않고 선발팀은 환호를 지르며 푸른 잔디밭에 어느 듯 살포시 내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형형색색의 낙하산 10여 개가 신선들의 하강처럼 하얀 구름층을 뚫고 내려온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낙하산 밑에 추처럼 까맣게 매달린 것이 사람이다. 그들은 자유낙하를 마친 후 5,000 피트 상공에서부터 파라솔을 펼치고 여유 있게 지상의 풍경을 감상하며 넓은 하늘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며 내려오고 있다. 영화에서 보면 공수부대의 원형 낙하산은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다 쿵 하고 지상에 부딪치지만 사각 파라솔은 비행기의 착륙처럼 가상의 활주로에 수평으로 활강하다 사뿐히 그네에서 내리는 것처럼 몸에 충격이 없다. 석 달 전에 척추수술을 받았기에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었으나
한 가지 시름은 덜은 셈이다. 어서 빨리 내 차례가 오기만 기다려진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연속 내려오는 그들의 환호 속에 앞선 걱정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간단한 교육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드디어 탑승 신호가 오자 우리 팀 10여 명은 차례로 비행기에 올랐다. Twin Otters 27 쌍발 프로펠라 기의 동체는 소형 버스만하고 스카이다이버를 22명까지 태울 수 있으며, 20분 만에 목표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는 비행기다. 비행기 내부는 영화에서 본 군용 수송기 비슷하나 치장은 낡아서 허름하다. 만 18세 이상, 체중 240 파운드 미만이라야 탑승 할 수 있다. 탑재된 사람들은 적진에 투하되는 공수부대원처럼 얼굴에 검정 칠로 위장한 긴장된 용사들의 모습이 아니다. 나란히 2열 종대로 앞 사람을 껴안듯이 비행기 맨바닥에 편한 자세로 비행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앉아 출발을 기다린다. 나처럼 초보자도 있고 스카이다이빙을 수 백 번 이상 한 베테랑 아가씨도 있고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한 사진사도 자리 잡았다. 한 결 같이 흥분된 목소리로 서로 떠들고 있다.
꽁무니의 출입문짝이 닫히고 ‘부르릉’ 엔진이 걸리며 매캐한 개솔린 타는 냄새가 기내로 스며든다. 그 개스 타는 냄새 때문에 껴안듯이 바로 앞에 앉은 아가씨의 향긋한 화장품 냄새도 가시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가 희희낙락 일말의 불안감도 없다. 아니다 그 불안감을 상쇄하려고 그렇게 떠드는 것 인지 모르겠다.
▲스카이 다이빙을 앞둔 윤봉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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