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대학교미술관(MoA)에서는 ‘미국 속의 한국작가 11인전’이 열리고 있다. 7월1일 개막돼 8월16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카파(KAFA) 20주년 기념 수상작가전으로, 남윤동 조숙진 바이런 김 앨리스 박 민연희 서도호 박정미 마리아 박 김제나 임원주 이재이 등 역대 카파미술상 수상작가 11명이 전원 참가하고 있다. 마치 LA카운티 미술관의 ‘한국현대작가 12인전’과 때를 맞추어 기획된 교환전시회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연령과 배경의 재미작가전인데, 실제로 전시회의 의미나 수준으로 보아 LACMA 한국현대작가전에 뒤지지 않을 중요한 전시회다.
민연희·바이런 김·서도호 등 11명
MoA서 카파 20주년 기념전시회
장경자 카파 회장은 “한국에 뿌리를 둔 재미작가들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라고 소개하고 “카파상 수상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높이 인정받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작가들로, 카파의 보람이자 자긍심”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1990년부터 92년까지 제1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8년부터 다시 회장을 맡아 활동중인 장 회장은 “20년 전 카파가 첫 수상자를 냈을 때, 앞으로 10명의 수상자를 내면 한국서 전시회를 하자고 회원들이 다짐했는데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매우 기쁘다”며 “작가들 연락에서부터 작품선정, 운송, MoA와의 전시기획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 프로젝트였으나 작가들이 바쁜 가운데서도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여러 회원들의 후원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오프닝 리셉션에는 200여명의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찾아와 큰 관심을 보였다. 3년반전 개관한 서울대미술관의 최고의 전시라고 찬사를 보낸 사람도 있었고, 전시를 본 후 자신도 카파 회원이 되고 싶다고 신청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잇달았다. 작가들은 모두 최근작을 출품했으며 리셉션에는 민연희, 조숙진, 제나 김, 박정미씨가 참석했다.
젊은 작가들에게 ‘꿈의 공모전’으로 불리는 카파(Korea Arts Foundation of America)는 남가주한인사회의 재력 있는 미술애호가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1989년 6월 장재민·현주, 오인동·경자, 조하연, 허스키 한·숙희, 김종수·일선, 손학식·애자, 노정란씨 등 12명의 미술애호가들이 뜻을 모아 창립했다. 미전역에서 창작활동을 벌이는 한인 미술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고 수상자에게는 1만달러의 상금과 한국문화원에서의 작품전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처음 몇 년간은 매년 수상자를 냈으나 1996년 이후 2년에 한번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회원이 더 늘어 지금은 메이 정, 사비나 리, 김영석, 토마스·소영 한, 수잔 백·프렘 망구란, 정규식·인희, 스티브·로빈 김, 김태웅·순자, 프랭크·애경 리, 데이빗 리·미키 남, 찰스·케이 송 등 총 13커플 5명(총 31명)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카파가 특별한 것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유망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화단의 전문가들이 열린 눈으로 심사, 작품만으로 그 잠재성을 예측하여 자유롭고 아방가르드 적인, 매우 앞서가는 감각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선정해 왔다.
때문에 작가들도 카파상 수상을 매우 영예롭게 생각하고 있으며 카파상을 받은 이후 커리어가 열렸다며 감사를 표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바이런 김과 서도호, 민연희 등 일찍이 카파가 선정한 아티스트들은 현재 모두 국제화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그동안 심사를 맡았던 사람들은 모두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 하워드 폭스(LACMA 현대미술 명예큐레이터), 헨리 홉킨스(해머미술관장·UCLA 미술학과장), 수잔 머치닉(LA타임스 미술비평가), 조신 랭코-스타렐스(LA 뮤니시펄 아트갤러리 관장), 케리 브루거(MOCA 큐레이터), 앤 골드스타인(MOCA 큐레이터), 데이빗 페이글(LA타임스 미술비평가·클레어몬트 대학원 미술학과장), 피터 프랭크(리버사이드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등 15명이 매회 3명씩 짝을 이뤄 심사해왔다.
미주 한인사회에 이런 예술후원단체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로, 심사위원들조차 카파의 공로에 큰 경의를 표하고 있다. 하워드 폭스 큐레이터는 이번 MoA 전시회의 도록에 실린 ‘KAFA: 그 20년의 역사’란 글에서 “카파미술상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종자돈’ 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상은 과거 전통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장경자 회장은 카파 20주년을 맞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전문가 강연 시리즈와 미술관 및 아트 스튜디오 방문 등 회원들의 교육행사도 좀 더 자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미술관 ‘미국 속의 한국작가 11인전’에 전시 중인 조숙진의 ‘의자들’(위쪽)과 박마리아의 ‘명백한 사명-막간 2’.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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