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져가는 초여름의 산하늘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녹생 향기를 음미하면서 오늘도 우리 부부는 새벽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일터로 향한다.
우리 부부는 조그만 케리아웃을 9년째 운영하고 있다. 내 아내와 둘이서만 일하고 있어서 한마디로 몸으로 인건비를 절약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요즈음 비즈니스가 힘들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그러나 인건비를 절약해서 인지 겨우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금년 2월에 회갑을 맞았다. 다행히 아들, 며느리가 회갑 음식상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주었고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넌을 관광했다. 더구나 큰 딸과 사위, 손자까지 동행한 여행이라 기쁘기 그지없었다. 여행비용은 세 자녀 모두가 각자 부담해 주었다. 이제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드니 어느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게 된다.
‘봄이 오더이니 가더이다. 꽃이 피더이니 지더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오고 가더니 내 나이 이제 70세를 향해서 70마일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고 피부에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고 점점 백발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볼 때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우리 부부가 미국에 이민 온지도 벌써 18년째 접어든다. 1991년 8월 아내와 세 자녀를 먼저 미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처지 앞에 순종해야만 했다. 7년 동안 기러기 아빠 신세로 살아가야만 했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홀로 살아야만 했던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잃어버린 7년의 세월을 아쉬워도 했었다. 하지만 자녀의 소중함, 아내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했던 값진 세월이기도 했다.
지금은 세 자녀 모두 결혼하여 살 집을 마련하고 손자, 손녀 다섯을 귀한 선물로 안겨주고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말이다. 8년 동안 땀 흘려 케리아웃을 운영하여 집안 살림 꾸려가면서 세 자녀 모두 대학까지 마치게 하고 결혼까지 시켰다. 그리고 엘리컷 시티에 있는 예일교회를 힘써 섬기고 있다.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혜인가 말이다. 다시 한 번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자인 공자는 40세가 돼 불혹의 나이라고 했지만 60이 다 돼서야 세상을 살아가는 눈과 생각이 점점 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생복은 세상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기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교회와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삶이 아닐까?
‘커피 한 잔의 행복’. 그래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감사하며 산다면 그것이 값진 행복이 아닐까? 커피 한 잔이라도 나누며 산다면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부부는 매일 새벽 4에 일어나서 일터로 향한다. 13시간의 짧지 않은 노동 속에서 때로는 화도 내고, 웃기도 하고, 때로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희로애락을 다 느끼며 일한다.
그런 중에도 내가 매일 느끼는 작은 기쁨이 있다. 아침 마다 아내가 즐겨 마실 커피를 손수 만들고 시원한 물 한 잔을 준비해서 주는 일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면서 느끼는 기쁨, 커피 한 잔을 받으면서 느끼는 즐거움, 합하여 행복이라는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한다. 나에게 이런 아내를 배필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아마 60이 넘어서야 철든 남편이 되나 보다 생각하며 괜히 쑥스러워진다. 내 아내는 22세 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독자인 내게 시집 와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살아왔다. 금년이 결혼 37년째 접어든다. 즐겁고 행복한 날보다 괴롭고 불행한 날들이 훨씬 많았으리라.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새우는 괴로움의 세월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Mother’s boy로 자란 철없는 남편인 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남은 여생을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서 보답하며 위로하며 살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되뇌어 본다.
더구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내와 자녀들 앞에 군림하는 남편, 엄한 아빠가 아닌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대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오늘도 여전히 아내가 즐겨 마실 커피 한잔을 만들면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기를 음미하며 더불어 작은 행복에 젖어 본다. 내일도 느낄 그 작은 행복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즐겁고 힘차게 일해야지 파이팅을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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