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의 한 교회에서 아버지의 날을 기념한 연설을 통해 자녀양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했다. 두 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줄곧 홀어머니와 외조부밑에서 성장해온 오바마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여러가지 감정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과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경험 때문인지 시종일관 강한어조로 아버지들에게 자녀들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해줄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도 두 딸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좀 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인생의 의미를 묻는 한 청년의 질문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남겨주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빈부격차, 인종차별, 남녀차별, 분쟁, 환경오염이 없는 세상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삶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언뜻 세계 최고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조금 소박하게 들리겠지만, 자신의 경험과 실수를 통한 깨달음이기에 그 다짐 속에는 겸손함과 진실성이 배어있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남자들은 성공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태고시절부터 남자의 피속에는 성공유전자가 들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남자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들은 성공해야 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한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실패자라는 낙인이 따라다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다한다. 그
리고 성공하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라고 안도한다. 가치있는 인생을 살았노라고 규정하며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오바마 대통령도 젊은 시절에는 자신에게 삶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고백한다. 세상에서 성공을 이루어 내는 것이 삶의 화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삶이 어린 두 자녀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성공과 성취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마련해 주기 위한 삶을 대통령으로서 살아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지도자의 인생관이자 성공관이다. 혹자는 성공했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는 지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어느 지위나 입장에 있든지 간에 우리 마음속에 깊이 새길 대목이다.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 단순히 직업적인 금전적인 데에만 머물러있다면 큰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좀 더 인정을 받고 풍족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실 말해 이것은 성공의 충분조건은 될지언정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역설하는 자신의 인생관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단순히 성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자녀와 가족을 위해서 성공하는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논리 같지만 성공에 대한 두 태도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성공만을 위한 삶에는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어지고, 그 이외의 것들, 즉 가족이나 사회 등은 희생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와 가족을 위한 성공은 그 시작과 끝이 타인으로 점철되어 있다. 전자는 욕심과 이기심의 발로라면 후자는 사랑과 희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성공을 말해주는 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지금도 수많은 남자들이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인생을 걸고 있다. 성공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상실한 채 무작정 성공하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화려한 빛에 현혹되어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매한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바 대통령의 성공관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자신만을 위한 성공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열심히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성공하려 애쓰는 모든 남자들에게 던지는 경종의 소리로 들려온
다. 특히 성공한 한 남자의 고백이기에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성공한 남자이기 전에 성공한 아버지이길 원한다는 외침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너무 늦기 전에, 또 가슴을 치며 후회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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