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 (교육가)
누가 묻는다 “자유에 한계가 있는가” 누군가가 대꾸한다 “그렇다면 이미 자유는 아니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다. “만일 한계가 없다면 그건 난장판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어이없다는 듯이 “사전을 봐, 자유에 대해서 뭐라고 써있나”라고 소리친다. 그래서 사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전 A 가로되 “남에게 얽매이거나 구속받거나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이 바로 자유다” B 왈 “자유는 속박 억압 따위가 없는 것이야” 계속해서 C가 말한다. “나는 자유의 종류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겠어. 신앙의 자유,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의지의 자유...등’ 사전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자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자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법률적인 제한, 각종 규칙 조례 등이 자유의 반대편에서 바싹 잡아 켕기게 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설명할 수밖에. 여기 교통이 복잡한 네거리가 있고, 사람이나 각종 자동차들이 제 갈 길을 가려고 한다. 그래서 네거리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려 아무도 길을 건널 수 없었다. 여기에 교통 신호등을 설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하자. 이 방법으로 모든 사람은 자유를 잃어버렸을까. 신호를 기다려야 하였으니까. 차례를 기다려야 하였으니까. 그래서 ‘자유’에도 마땅히 한계가 있어서 좋은 까닭이다. 이런 이치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른들도 그 한계를 벗어나는 언동을 하게 된다. 60억이 넘는 지구인들이 제각기 자유를 외치며 제멋대로 언어 동작을 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지구의 존재를 위해서 자유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놀랍게도 무한대로 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바로 두뇌 활동이다. 요즈음의 세계를 보면 우리가 4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형상, 음향, 기호...등이 온 세계를 채우고 있다. 이런 현상이 다양한 문화의 가치관을 창출하면서 생활 양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게 모두 자유로운 두뇌 활동의 생산품이고 창조물이다. 이 두뇌 활동의 영역에는 제한 한계가 없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런 자유에 제동을 거는 언어들이 있다. ‘그런 생각은 타당치 않다’ ‘무슨 소리? 가능성 없어’ ‘잊어버려, 꿈같은 소리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생각을 해 봐’ ‘꿈만 꾸지 말고 교과서나 읽어’ ‘장난이 너무 심하다. 어서 공부나 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헛소리야’ ‘꿈이라도 두 발로 땅을 밟고 서’...등등. 이런 종류의 말들은 자유로운 사고력에 제한 선을 긋게 된다. 굵고 빨간 선이다.
위와 같은 말들을 해서 두뇌 활동에 제동을 걸면 얼마나 아까운가. 설사 그것이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성장하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키우는 데도 차례와 커 가는 단계가 있다. 모든 것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는 향상을 위한 계단이 있고, 그것을 한 단계씩 밟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린 자녀들의 꿈같은 이야기를 막지 말고 재미있게 들어주는 마음이 좋은 영양소가 된다. 필자가 어렸을 때 달나라에 가서 거기에 토끼가 있는 지 알고 싶다고 하였을 때 담임 교사가 가능성이 있는 꿈을 가지라고 말을 돌렸다. 암스트롱이 달에 닿자마자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기에 토끼가 있어요?” 하고.
우리에겐 두 가지 자유가 있다. 하나는 한계가 있는 자유의 실천자가 되는 것이다. 이 길이 각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차세대의 두뇌 활동에 무한대의 자유를 줄 것이다. 이들의 두뇌 활동은 앞으로의 세계를 이끌어갈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 세대에게는 ‘생각 키우기’의 영양소 역할을 하는 기회와 기쁨이 있다. 사전에 있는 ‘자유’들이 결론을 내린다. 참된 자유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
유를 구가한다. 자유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일을 하고, 쉬면서 내일을 창조한다. ‘자유’를 가진 사람은 광대한 우주를 날며 원대한 꿈을 꾼다. 그들에게는 한계나 제한 이상의 자유를 만끽한 자유가 있다. 자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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