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었다.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9월 말이면 적자규모가 1조8,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1조는 1 다음에 0이 12개나 붙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이를 원화로 표시하면 환율을 1,000대1로 적용해도 0이 세 개 더 붙어 1경(京)이 된다.
무슨 말인가? 미국 정부가 들어오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엄청난 돈을 써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경제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것도 적자 증가의 원인이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를 살리려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다시 제2의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가 이미 수천억달러(올해와 내년에 걸쳐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감은 잡히지 않고 계속 빚만 늘고 있는데 다시 또 돈을 쏟아 부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 기업, 정부를 막론하고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적자, 즉 빚은 늘 수밖에 없다. 정부의 빚이 크게 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들에 커다란 부담을 지우는 일일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달러 가치하락, 인플레이션 유발 등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미국 정부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미국에 돈을 꾸어주던 중국 정부 등 채권자들도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증가하면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사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부터 2차 대전에 이르는 동안에도 크게 증가했었는데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전쟁이 겹친 형국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공황과 재정적자 증가 등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던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야 한다고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오바마 정부 하의 지금 상황을 지구 종말의 대재앙 전쟁인 아마겟돈(Armageddon)에 빗대어 오바마겟돈(Obamageddon)이라고 빈정대는 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이번에 발표된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 회계연도보다 거의 4배나 증가한 수치이고 회계연도 말 예상 총 적자는 미국 전체 경제규모인 14조2,000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의 13%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미국이 지난 십수년간 바깥에서 빌어서 쓴 돈, 즉 대외채무는 11조달러를 넘고 있어 이 돈을 다 갚으려면 미국 경제 전체를 거의 다 팔아야 할 정도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다.
2차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이렇다. 아직 1차 경기부양 예산의 반도 집행되지 않은 상황이고 지금까지는 경기부양 자금이 실업수당 지급, 감세 혜택, 공무원 해고 방지 등 방어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고용창출 등 진정한 경기부양용 투자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또 다른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은 시기상조이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또 다시 돈을 꾸어 공적 자금을 붓게 되면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민간경제의 소비침체로 드러난 구멍을 정부가 완벽하게 다 메울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높은 실업률을 잡으려면 늦기 전에 계속 부양책을 집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그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택시장의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의 민간경제 부분은 약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소비수요 감소를 겪고 있는데, 7,000~8,000억달러의 1차 부양예산으로는 이를 커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1,500만명이 실업상태에 있고 또 다른 900만명 가량은 파트타임 취업상태여서 개인소득이 하락, 더 악화되기 전에 다시 강력한 부양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한다.
재정적자를 확대해 가며 돈을 푸는 것은 결국 후세들에게 커다란 짐을 안기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경기부양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맞선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지금보다도 큰 21.5%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그 후 30여년간 고도성장할 수 있었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부모가 지금 직장을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것이지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 우리 모두가 모른다는 것이다.
장석정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부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