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최근에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한토막이다. ‘4.5’라는 사람과 ‘5’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자는 후자 보다 ‘0.5’가 모자라 늘 5 앞에서 어깨가 쳐지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저자세로 쩔쩔 매곤 했다. 반대로 5는 4.5 앞에서 항상 큰 소리를 치며 당당하고 오만불손한 태도로 4.5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하고 만일 듣지 않으면 압력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 둘이 만났는데 4.5가 전과는 달리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5에게 인사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5를 깔보는 자세로 으스대는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5가 4.5에게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너 오늘 뭐 못 먹을 것을 먹었느냐? 어째서 전에 없이 네 태도가 그렇게 오만불손한 거냐!”
이때 4.5는 아주 여유있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제부터 나는 4.5가 아니다. 그 거추장스런 점을 떼어버렸단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너보다 9배나 더 많은 45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내 앞에서 까불지 말고 나를 깍듯이 대우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5는 그만 그 자리에서 까물어 치고 말았다고 한다.이 간단한 우스개 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매우 크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점(點)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모르고 살기 때문에 그 점으로 인해서 인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4.5와 같이 문제의 그 점을 과감하게 제거해 버린다면 우리는 아주 홀가분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 점들을 떼어내지 못하고 살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가.
지금 당장 우리가 떼어버려야 할 점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단점, 오점, 맹점, 허점 등 생각해보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상에 누구든 완전무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단점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신체적인 단점들 때문에 그것의 노예가 되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살지 말고 훌훌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사정은 훨씬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단점을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가볍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미움의 점, 시기의 점, 원망의 점, 원한의 점, 그리고 열등감의 점 등이 마음에 있을 때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살다가 보면 잘못을 저질러 인생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 오점을 떨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잘못이 있을 수 있는데, 요는 그것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젊어서는 인생을 허랑방탕하게 살던 사람이 후반부의 생을 아름답게 수놓은 위인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반대로 주어진 현실을 무시한 채 허황된 꿈을 꾸면서 시간과 재산,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다가 인생에 오점을 남기며 허무하게 끝마친 사람도 또한 많다. 이를 거울삼아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나의 단점과 오점을 과감하게 도려내 버려야만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점이다. 인생에 있어 장점은 좋은 것이니 아무런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반드시 그렇치 만도 않다.
장점이란 곧 유리한 점을 말함인데 그것들을 지나치게 추켜세우고 의식할 것 같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월감을 가지고 나만 못한 사람들을 얕잡아 보게 되고 그들 위에 군림하여 통제하려는 오만불손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유리한 점(장점)을 나만 못한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 주고 공유하는 삶을 살 때 곧 장점이 가져올 수 있는 단점을 제거하는 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 표면에 드러나 있는 점도 요즈음은 성형수술을 통해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그러나 외면만 아름답고 내면에는 온갖 추악한 면으로 가득 차 있다면 결코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나 스스로 빼기가 어려운 점, 즉 슬픔의 점, 아픔의 점, 고통의 점과 같은 마음의 상처 등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의 자세로 살아
갈 때 사는 것이 즐겁고 감사한 삶이 될 것이며 더불어 인생의 성공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한결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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