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엽 서구 쪽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에는 전 세계에 풍미하는 대중문화 때문에 사회위계가 확 바꿔졌다. 조선시대 같으면 어릿광대, 춤꾼 또는 노래꾼으로 천대 받았던 가무의 재주꾼들이 팝 아이콘으로 출신 국가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근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에 군림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십만 대군을 호령하면서 나라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국방 장관들은 대중문화에 탐닉해 있는 세대들에게는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세상이다.
최근에 사망한 마이클 잭슨(50세)과 로버트 맥나마라(93세)가 그 점을 잘 예시하고 있다. 팝 황제라고 불렸던 잭슨의 사망과 장례식은 선정성이 없는 보도기관으로 유명한 BBC를 포함한 모든 대중매체의 톱 뉴스였다.
물론 다섯 살 때부터 ‘잭슨5’로 데뷔해서 무려 7억5천만 장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레코드와 CD를 팔아 억만장자가 몇 번 되고도 남을 부를 축적했다든지, 또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다시 결혼한 여자와 이혼하면서 어린 남자 아이들을 성추행 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는 등 파파라치들의 끊임없는 추적을 당하면서 살아온 인생이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모친인 캐서린 잭슨 여사가 여호와의 증인이기 때문에 증인식으로 조촐하게 치러진 가족 장례식에 뒤이은 추모식은 국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운구행렬을 위해서 LA 의 프리웨이 일부에 일반차량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든지 경찰동원으로 LA시가 140만 달러를 썼다든지 하는 것은 그렇다 하고, 광고로 먹고 사는 ABC, CBS, NBC가 광고방송 하나도 없이 추모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영했다는 것은 그의 영향력에 대한 증거다.
수십 번의 성형수술로 20대의 백인처럼 보였지만 아프리카 굶주린 아이들에 대한 기부활동으로 기네스북에 연예인중 최고의 기부자로 등재될 정도였다니까 흑인 정치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넬슨 만델라의 조문 편지가 이해된다. 또 사업의 안목도 출중했던지 비틀즈의 노래 판권 등을 오래 전에 구입한 결과로 계속 그의 유산체제가 저작권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잭슨은 한때의 장인이었던 엘비스처럼 죽어서 살아생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그에 대한 뉴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맥나마라는 포드 자동차회사의 집안 밖의 최초 사장이다가 1961년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킨 천재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컴퓨터를 사용하여 기구개선을 하는 등의 업적이 있었고, 1968년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바꾸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과감한 융자로 세계경제에 기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전쟁을 ‘맥나마라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베트콩 게릴라를 진압하려는 베트남 정부를 돕기 위해 케네디 때부터 파견되던 ‘군사 원조단’을 아예 미군의 대규모 참전으로 만든 존슨 대통령의 오른팔로 베트남전의 주모자로 기억 되고 있다. 특히 냉철한 분석과 계산으로 모든 객관적 증거로 보아 베트콩을 소멸하여 미국의 승전을 도모할 수 있다던 그의 자신만만함 뒤에, 사실 마음속 깊은 곳 의구심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존슨에게 베트남과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격노한 존슨에 의해 세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라고 1995년의 회고록에 썼기 때문에 그는 더 비난을 받아왔다.
만약 그가 베트남전에 대한 회의를 그때 공개했다면 일찍 종전이 되어 그 후 7년이나 더 계속된 전쟁의 피해자들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역사의 가설 때문이다. 맥나마라는 세계 2차 대전 중에는 공군장교로 일본에 대한 폭격결과를 분석 연구하여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폭격이 될 것인가’
즉,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본인들을 죽일 수 있는가’에 대한 조언을 공군사령관에게 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도쿄에서만도 10만 명의 민간인들이 소사한 것에 그가 어느 정도 기여했음이 틀림없다.
명분이 약한 베트남전 때문에 미국 젊은이들의 반전운동은 징집카드와 미국국기를 불태우는 등 과격해진바 있었다. 맥나마라는 유언으로 공개적인 장례식은 물론 가족장례식마저도 하지 말도록 지시했었단다. 자기 결정으로 죽었을 전쟁희생자들에 대한 참회였을까? 전쟁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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