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이어지는 좋은 이자율로 그간 집 값 내리기만 기다리던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립 기념일 연휴를 반납하고 오전부터 예약한 집을 보여줘도 한 두 집 밖에 안 돼 바이어들은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매스컴을 통한 자료엔 집값 하락이 분명한데 막상 고객들의 발길과 마음을 붙잡을 집은 그리 많지 않다.
다운 페이먼트와 살 집의 가격이 정해진 상태에서 학군 좋고 위치 좋고 대지까지 넓은 집은 정말 없다.
어쩌다 찾은 집이 달랑 하나 뿐일 땐 그 집이 객관적으로 뛰어난 조건을 가졌어도 바이어들의 결정은 더디기만 하다. 내 눈에 괜찮은 집은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 이 엄동설한에도 복수 오퍼가 몰려 카운터 오퍼가 오가고 리스팅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번 오퍼에 떨어져 본 고객들 중엔 다운 페이먼트를 늘리더라도 은행 감정에 상관없이 사겠다는 조건을 미리 오퍼에 표시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한다.
괜찮은 집이라도 융자은행의 감정이 의례적으로 밑돌아 리스팅 에이전트들의 가격 결정이 힘겹다. 숏세일이나 REO가 아닌 일반매물 중 에이전트가 밤새 머리 싸매고 뽑아 낸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리스팅 가격에 선뜻 동의하는 셀러가 얼마나 될까?
집값 파동이 계속돼도 가격에 상관없이 끝까지 집을 지키려던 계획이 에퀴티를 많이 뽑은 상태에서 모게지 상환금액이 부담돼 할 수 없이 집을 내 놓는 셀러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 팔린 주변시세를 뽑아 온 에이전트의 가격도표가 셀러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빌려 쓴 융자 갚기도 벅차 선뜻 사인하지 못 한다.
에퀴티 뽑아 깨끗이 집 단장 했지만 에이전트가 제시한 리스팅 가격엔 업그레이드 한 비용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옆집 보다, 은행 집 보다 훨씬 낫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리스팅 사인을 받으려는 에이전트의 태도는 중립이다.
에이전트는 주변시세보다 너무 지나치게 책정된 가격으로 팔 자신이 없어 셀러와 오랜 미팅 시간을 갖는다.
그나마 어렵게 가격을 조율해서 겨우 셀러의 사인을 받으면 최 단기간 내에 팔려는 에이전트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바이어들의 마음 바꾸기가 예전보다 많아 에스크로에 들어가도 융자승인이 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융자조건이 수입에 대한 비율을 따지면서 까다로워 다운 페이먼트가 많고 크레딧 점수가 높아도 융자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사기 전 융자를 먼저 알아보고 사전 승인을 받은 뒤 집을 보러 다녀야 서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숏세일 처리 기간이 빨라지고 은행매물은 나오자마자 바로 팔려 지금은 적정한 가격의 정상매물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해 오랜 정체 현상으로 팔리지 않아 일 년 이상을 넘긴 매물이 그나마 제 값 받고 소리 없이 정리되는 요즘 바이어와 셀러 모두 분주하다. 아직도 학군과 교통 그리고 주변 이웃이 좋은 도시들의 집 값은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외곽지역으로 이사 갔거나 투자했던 고객들이 지난 해 고가의 유류파동을 겪으며 주머니 부담이 늘어나고 집 소유가 벅차면서 은행 소유 집이 유행처럼 번져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됐다.
한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본 바이어들은 반 이상으로 떨어진 매물에 바빠지면서 재고가 없어져 이제 서서히 정상매물에 자연스런 관심이 모인다.
아직도 집 선택에 우선순위로 꼽히는 우수학군 지역은 방학을 이용해 이사하려는 바이어들로 인해 에이전트들도 덩달아 바쁘지만 정작 바이어들이 찾는 구매요소를 다 갖춘 매물이 없어 작정하고 나온 바이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기다리면 더 나은 매물이 나올 거란 듣기 좋은 바램이 요망사항으로 전해진다.
집이 없다.
투자가 아닌 내 집을 마련하려면 팽팽한 가격 접전보다 몇 년 후를 내다보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아직도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바닥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파는 시기를 잘 잡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우리는 서너 번 반복된 부동산 싸이클을 통해 간접으로 배웠다. 한국의 IMF 때 과감히 투자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웃었던 일화가 미국에도 적응되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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